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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둑의 부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번엔 ‘쎈돌’도 깨지고, ‘돌부처’마저 쓰러졌다. 허공을 맴돌던 ‘위기론’이 현실이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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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중국 광저우 오리엔탈리조트호텔에서 벌어진 제6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이 각각 구리 9단과 시에허 6단에게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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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한국은 이번 춘란배에서 단 한명의 준결승 진출자도 내지 못한 채 중국의 우승을 구경만 하게 됐다. 지난 7월 박정상 9단이 후지쓰배 정상을 차지한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이후 모든 국제기전에서 완전히 중국의 들러리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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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이날 패배는 한국랭킹 1·2위이자, 내심으로는 세계랭킹 1·2위로 믿어온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이 한꺼번에 무너진 것이라 충격파가 컸다. 바둑팬들도 “2006년 9월28일, 한·중 1·2위 대결에서 패배. 한국바둑이 검은 리본을 다는 날. 오호 통재라”(ID 태양의 아이) “둘 다 불계패라면, 이제는 중국에 바둑패권이 넘어간 것을 솔직히 인정해야 할 듯. 최소한 올해만은…. 중국 기사들에 대한 연구가 절실할 듯”(stfk) “드디어 이런 날이 왔구나. 한국바둑에 조종을 치도다”(통광) 등 한국바둑의 어두운 현실을 탄식하는 소리들을 인터넷 바둑사이트들에 연이어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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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국에서 백을 잡은 이창호 9단은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게다가 춘란배는 덤이 7집반이나 되는 까닭에 중반까지만 해도 이9단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중반 이후 하변전투에서 이9단의 스텝이 엉키면서 승부의 저울추는 흑쪽으로 기울었다. 이9단은 중앙 흑세를 지우며 마지막 안간힘을 썼지만 구리 9단의 효과적인 방어를 끝내 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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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허 6단과 맞붙은 이세돌 9단은 아예 초반부터 모양을 그르쳤다. 초반 우상변 접전에서 백 일단이 모두 죽으며 고난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9단은 중반 한때 중앙 흑대마를 공격하며 반전의 기회를 잡는가 싶었으나 추격은 거기까지였다. 중앙의 허술한 그물 속에 가둬놓았던 흑 일단이 살아가는 순간, 이9단은 어쩔 수 없이 돌을 던졌다. 출발선에서 너무 뒤진 까닭에 결승선까지 따라갈 힘이 없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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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9단과 시에허 6단의 이날 승리로 중국은 이번 대회 우승을 확정지었다. 창하오 9단, 펑첸 7단 등 준결승 진출자 4명 모두가 중국 기사이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는 첫 우승. 반면 그동안 이창호 9단이 2번, 조훈현·유창혁 9단이 1번 우승하는 등 이 대회에서 유독 강세를 보였던 한국으로서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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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국기원이 주최하고 춘란기업이 후원하는 춘란배는 격년으로 벌어지며, 우승상금은 15만달러(약 1억5천만원)다.
엄민용기자
중국 올 들어 6개 국제대회 휩쓸어
올 들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중국은 삼성화재배, LG배, CSK배, 강원랜드배, TV아시아선수권전에 이어 춘란배까지 휩쓸었다. 중국이 개인전과 단체전까지 휩쓰는 동안 한국은 박정상 9단이 후지쓰배를 우승했을 뿐이다. 무적 한국 바둑의 신화는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한국 바둑은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초반전=돌을 가리니 두 사람 모두 백이 나왔다. 불길한 출발이었다. 춘란배는 덤이 7집반. 그러나 이창호와 구리는 모두 흑에 강한 기사. 돌 쥐기에서는 일단 실패했다. 구리는 전통적인 중국식 포진으로 두텁게 판을 짰다. 이세돌-셰허 전은 좀 더 빠르게 진행되었고 상변 백진에 셰허가 파고들며 전투 개시. ▶중반전=구리는 백 대마를 공격하며 두텁게 판을 요리해 나갔다. 수습능력이 뛰어난 이창호 9단은 고비마다 좋은 수순으로 타개에 성공. 그러나 구리는 어언 반면 10집의 우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이창호 9단이 특별히 실착을 범하지도 않았으나 형세가 약간 기운 것이다. 구리가 잘 둔 것이다. 백병전의 명수 이세돌 9단은'중국의 이창호'로 불리는 침착무비의 셰허를 상변으로 끌어들여 급전을 전개해 나갔다. 전략적으로 잘 풀리고 있다는 느낌. 그러나 어느 순간 셰허의 강력한 역습이 터지며 전투는 이세돌의 대패로 끝나고 말았다. ▶종반전=양쪽 다 질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 속에서 바둑은 종반을 맞았다. 전엔 한국 바둑은 제아무리 불리해도 결국은 이겼다. 그러나 이창호 9단은 약간의 차이를 따라잡기 위해 옥쇄를 각오한 강수도 서슴지 않았으나 이날 따라 구리의 컨디션은 너무 좋았다. 바둑은 구리가 계속 우세했다. 이세돌 9단은 사납게 추격해 갔다. 한때는 '드디어 계가바둑'이란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돌을 던졌다.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관전하던 팬들이 여기저기서 믿을 수 없다는 듯 비명을 질러댔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국의 대들보 이창호와 이세돌이 동시에 무너졌고 8강전에서 전원 탈락했다. 한국 바둑은 드디어 2등이 되는 것인가. 하이라이트=하변 흑진은 얼핏 철옹성이다. 셰허가 흑▲로 지킨 것도 더 이상 수가 없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백1로 붙이는 묘수가 있었다. 이 기막힌 한 수로 이세돌 9단은 11까지 크게 살았다. 이 정도면 이겨야 마땅하겠지만 상변 전투에서 대패한 탓에 아쉽게도 역전에 이르지는 못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