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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관전기/이세돌 저물고 커제 뜨다

2015 삼성화재배 4강전 3번기 제2국 이세돌vs커제 하이라이트

2015-11-04 오후 1:27:55 입력 / 2015-12-02 오전 9:32:23 수정

▲ 이세돌-커제(1승).


'최강' 이세돌은 절대자의 자리를 중국1위 커제에게 빼앗기고 말 것인가.

이창호의 뒤를 이어 세계바둑계를 철권 통치했던 이세돌이 어제(3일) 1국에서 힘 한 번 못 써보고 완패를 당한 것은 세계 바둑 팬들에게 충격적인 사 건이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아직 2국이 남아있다는 것. 승부사 이세돌은 어제 승부를 통해 '커제 공략법'을 찾아냈을까.

4일 오전11시 이세돌과 커제의 용쟁호투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2015 삼성화재배 4강전 3번기 제1국에서 처음 만난 이세돌과 커제. 첫 대결에선 커제 가 224수 만에 백으로 시간승을 거뒀다.

마지막 초읽기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이세돌이 초를 넘겨 시간패가 선언되었지만, 사실상 바둑은 커제의 승리가 결정적이었던 상황. 바둑 내용으 로도 시종일관 밀렸다. 초반 포석에서 실패한 이세돌은 끊임 없이 변화를 일으키며 동분서주했지만, 커제의 철벽 방어를 한 번도 뚫지 못했다.

과연 2국에서 최후의 보루 이세돌은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의 마지막 희망 이세돌이 오늘 패한다면, 삼성화재배에선 2010년 쿵제-추쥔 결승전 이후 5년 만에 중국기사간 결승전이 벌어지게 된다.

이세돌vs커제, 건곤일척의 승부 두 번째 대결을 함께 따라가보자.

제1보(1~14) 제 갈 길을 가는 초반
● 커제 ○ 이세돌
흑9의 다가섬에 백10으로 붙여간 수는 최근 프로대국에서 종종 등장하는 수법. 커제가 흑11로 다가선 수 또한 이제는 정석화 된 수순이다. 여기서 이세돌이 백12로 손을 돌려 상변을 차지했다. 이 수도 프로의 실전보에서 나온 적이 있지만, 가장 많이 두어지는 수는 아니다. 커제가 노타임으로 흑13에 젖혀서 우하귀를 제압하자, 이세돌은 다시 백14로 좌하귀를 굳혔다.

제2보(15~29) 중원을 수 놓는 중국1위 커제
● 커제 ○ 이세돌
커제가 흑15,17로 감각적인 착상을 구사했다. 이세돌은 실전적으로 백18,20으로 끼워잇고, 다시 백22로 자리를 잡았다. 이 때 커제가 흑23과 백24 교환을 통해 좌변 백의 발전성을 제한해 놓은 후, 흑25로 하중앙을 수놓았다. 중앙 일대에 커제가 그림을 그리자, 이세돌은 곧장 백26으로 우변 한 점을 살리고 나왔다. 백28까지 '중앙으로 한칸 뜀에 악수 없다'는 격언을 되새기며 진출한 이세돌. 하지만 커제가 흑29로 들여다보자 고민에 빠진다.

제3보(30~37) 허리가 두 동강 나는 고통, 흑37
● 커제 ○ 이세돌
'들여다보는데 잇지 않는 바보 없다'는 격언이 이세돌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많은 바둑 팬들이 알고 있을 터. 2보 흑29로 들여다 본 수에 이세돌이 장고를 거듭하다 백30으로 우하귀 백 한 점을 준동했다. 그러자 흑35까지는 일사천리의 진행. 검토실에선 이 교환이 전혀 이득이 아니라는 판단이 주를 이뤘지만, '천하의 이세돌이 둔 수인데 뭔가 생각이 있겠지' 하는 분위기. 그러나 이세돌의 손길이 백36에서 멎고, 커제가 볼 것도 없다는 듯 즉각 흑37로 백의 허리를 뚫어버리자 눈 앞이 캄캄해진다. 흑37의 곳을 관통당한 것은 그야말로 허리가 두 동강 나는 고통. 2선을 발발 기고 있는 백 돌은 어떤 반격 수단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제4보(38~55) 손바람 내는 커제, 이세돌 비세
● 커제 ○ 이세돌
눈을 의심하게 하는 수가 이어지고 있다. 이세돌이 백38,40으로 목숨만 살려달라는 최악의 이적수를 두자, 커제는 흑41로 튼튼하게 호구쳐서 우상귀 일대를 손도 안대고 전부 확정가로 변모시켰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한 수가 더 필요하다는 사실. 손을 빼도 잡히지는 않지만 우하 백 2점을 선수로 잡히는 것이 아프다고 판단한 이세돌이 백42로 공배나 다름 없는 곳을 두자, 커제는 흑43으로 상변을 침공하며 손바람을 낸다. 우변에서 '생불여사'의 참담한 결과로 인해 백이 먼저 벌려두었던 상변에 흑이 침입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세돌은 절에 간 색시처럼 백44~54로 고분고분 응수할 수밖에 없었다. 커제가 흑55로 내려빠지고 보니 상변은 오히려 흑이 10집 가량 알토란 같은 실리를 차지하며 터를 잡았다. 벌써부터 이세돌의 비세가 역력하다. 이대로 커제의 시대가 오는 것일까.

제5보(56~71) 패 싸움을 준비하는 이세돌
● 커제 ○ 이세돌
이세돌이 백56의 요처를 차지한 것은 당연한 수. 그러자 커제는 흑57로 간격이 넓었던 백의 허를 찔러갔다. 백58~흑65까지 형태가 정리되는 것은 이런 모양에서 정형화된 수순. 여기서마저 별 소득이 없다면 형세가 크게 기울기 때문에, 이세돌은 좌변을 잠시 보류한채 우상귀 백66으로 붙여갔다. 자체로는 아무런 수도 없는 곳이지만, 팻감 공작을 하겠다는 의도. 우상귀에 팻감을 만들어 좌변에선 패를 통해 이득을 보겠다는 전략이다.

제6보(72~87) 이세돌의 승부수, 그러나 커제는 '꽃놀이패'
● 커제 ○ 이세돌
(△…76,82 / 73…79,85)
백72, 이세돌이 패를 결행했다. 하지만 우상귀에 팻감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악수를 사용한 상황. 커제는 기분 좋게 패를 하나씩 따내면서 끊임없이 백에게 악수 팻감을 유도한다. 흑81까지 되고보니 우상귀에는 이제 아무런 뒷 맛도 남지 않게 되었다. 이미 배가 부른 커제는 패를 양보하는 변화를 머릿속에 그려보고 있다.

제7보(88~103) 완벽한 커제, 승세 확립
● 커제 ○ 이세돌
백이 88로 패를 따낸 장면, 여기서 커제가 흑89로 팻감을 사용했다. 이 팻감을 받고 버티는 방법은 없었을까. 이세돌이 서둘러 백90으로 패를 해소하자, 커제는 여유있는 손길로 흑91, 좌상귀와 좌변 백을 두 동강낸다. 좌변에선 이세돌이 공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기대가 되었지만, 또 다시 수세에 몰리고 말았다. 백92,94로 하기 싫은 악수 교환을 하고 백96으로 후수 삶을 도모했다. 그러자 다시 반상을 누비는 커제, 흑97로 끊어서 두 점을 잡고 다시 흑99로 두텁게 늘어서 걱정거리를 모두 없애버린다.
최후의 큰자리 하변은 백이 차지하나 싶었던 순간, 이세돌은 상변 백 돌이 공격당할까봐 걱정되었는지 백100으로 당장 현찰이 되지 않는 자리를 지켜두었다. 날렵한 커제는 흑101,103으로 반상최대였던 하변마저 차지한다. 어제 1국에 이어 오늘 2국에서 마저도 이세돌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패하고 마는 것일까. 현지 검토실에선 슬슬 검토를 중단하는 분위기다. 검토실의 국가대표 프로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것은 "이세돌이 2판 연속으로 이렇게 내용이 나쁜 바둑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는 것.

제8보(104~127) 또 다시 선수(先手)는 커제
● 커제 ○ 이세돌
바늘 만한 빈틈을 찔러 바둑판 전체를 휘감는 천변만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전성기 시절 이세돌의 주특기. 아무리 불리한 바둑도, 숱한 고수들로부터 '희망 없음' 진단을 받았던 바둑도 기어코 역전해내며 세계최강자로 우뚝 섰던 것이 바로 이세돌이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 커제에겐 이세돌의 '흔들기'가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 백104로 하나 밀어둔 후 다시 백106으로 이 바둑에서 유일하게 흑이 엷은 곳을 추궁하는 이세돌. 하지만 이후 변화를 따라가보면 금세 암울해진다. 백122까지 정리된 상황에서 커제는 흑123,125, 안형에도 도움이 되고 크기도 크며 기분까지 좋은 양선수 끝내기를 해치우고 또 다시 손을 돌려 흑127로 하변을 부풀린다. 백106부터 시작된 마지막 흔들기를 통해 이세돌이 얻은 이익은 전무(全無). 공배만 계속해서 두다가 또 선수는 커제에게 넘어갔고,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 커제는 이미 결승선 근처에 도달한 느낌이다.

제9보(128~165) 커제 승리 확정
● 커제 ○ 이세돌
차이는 반면 10집 이상. 프로세계에서, 더군다나 세계최정상급 프로의 대결에서 '반면 10집'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역전이 불가능한 상황인 것. 오늘따라 이세돌이 두는 수는 집으로 잘 환산되지 않고, 커제는 두는 족족 집이 불어나고 있다. 백140~144까지 중앙을 돌파했지만 단 1집도 불어난 것이 없는 반면, 커제는 흑143,145로 하중앙에 토실토실하게 살을 붙였다. 흑165로 튼튼하게 지켜둔 장면. 이제 역전은 없다. 떠오르는 중국의 태양 커제에게 0-2 완패를 당한 이세돌이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제10보(166~191) 커제, 이세돌 꺾고 결승 진출
● 커제 ○ 이세돌
차이가 더 벌어졌다. 흑이 191로 따낸 장면에서 이미 10집 이상의 차이였고, 이세돌이 돌을 거둔 장면(225수)에선 13~14집 차이라는 타이젬 김정현 해설자의 평. 이로써 중국1위 커제가 이세돌을 2-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선착했다. 중중전으로 치러지고 있는 다른 쪽 4강 3번기는 스웨가 만회의 1승을 거둬 중간스코어 1-1, 내일(5일) 최종국에서 결승 진출자가 가려지게 되었다. 커제의 승리로 삼성화재배 결승전이 2010년 이후 5년 만에 중국기사간 대결로 벌어지게 되면서, 중국은 구리와 쿵제 이후 처음으로 세계대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선수가 나오게 되었다. 우승이 유력한 중국1위 커제는 올해 초 바이링배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타이틀 홀더 반열에 올랐고, 스웨는 2013년 LG배에서 탕웨이싱은 2013년 삼성화재배에서 각각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 따라서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누가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중국은 '90후' 첫 세계대회 두 번째 우승자가 나오게 된다.   


▲ 벼랑 끝에 몰린 이세돌.

▲ 중국1위 커제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일까.
TYGEM /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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