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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박정환 자전해설! 관전기 2부

건곤일척 승부였던 응씨배 8강전, 박정환vs커제 상세 관전기

2016-06-23 오후 1:43:46 입력 / 2016-06-25 오전 8:12:01 수정

▲ 국후 승부처를 짚어보는 박정환(왼쪽)과 고개를 떨군 커제.

☞ 관전기 1부 바로가기(박정환vs커제 1~48)

제6보(49~55) 느려지는 손길
● 커제 ○ 박정환 2016.4.24 응씨배 8강전

지난 1부에 이어, 커제는 흑49로 단수쳤다. 이렇게 되면 백50,52는 필연. 한참을 생각하던 커제는 흑53,55로 패를 건다. 이렇게 패를 걸어가는 형태는 중국 상하이 현지 검토실에서 국가대표 최명훈 코치가 진작부터 연구하던 변화다.   

참고도6 강수

흑1로 단수를 치고, 백2에는 흑3으로 틀어막는 건 어떨까? 일견 강력해보이지만, 흑 모양에도 약점이 있다.

참고도7 실전보다 못한 결과

백4로 끊었을 때, 흑이 좌변 백 넉 점을 잡기 위해서는 흑5,7로 악수 교환을 해야한다. 흑9로 젖혀서 백을 잡는 데는 성공.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하변 흑▲ 넉 점이 고사당할 위기에 처했다. 중앙 제공권도 백에게 넘어갔다. A부근이 모두 선수여서 향후 발언권은 백이 더 높다.

제7보(56~63) 바꿔치기, 결과는 호각
● 커제 ○ 박정환 2016.4.24 응씨배 8강전

초반이라 다른 곳에는 팻감이 없다. 백56으로 패를 때렸을 때, 커제는 흑57로 악수 팻감을 사용한다. 고수는 악수 팻감을 사용하지 않는 법이지만, 반대로 경우에 따라서는 망설임없이 쓸 수도 있어야 한다. 바로 지금이 그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팻감이 없는 박정환은 백60으로 때려낸다. 커제가 흑61로 패를 해소할 때, 백62로 손을 돌린다.

현지 검토실에서는 좌하귀 접전은 백 성공이라는 평가가 다수였다. 현지 검토를 주도한 최명훈 코치도 백 우세로 분석했다.

박정환이 내린 평가는 조금 달랐다. 흑 모양이 두텁기 때문에 호각이라는 감상이었다.

백62와 흑63은 어떨까? 대국 당시에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던 수지만, 박정환은 백62를 후회했다.

참고도8 눈 앞에 현찰과 미래 가능성

"다시 둔다면 백1로 잡을 것 같아요."(박정환 9단)

실전 A보다 백1이 집으로는 상당한 이득이다. A는 두텁게 힘을 비축하는 의미가 있지만 실리로는 손해다. 현찰이냐, 어음이냐. 눈 앞에 실리와 미래 가능성을 놓고 저울질 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참고도9 유연한 발상

"백1로 둘 수도 있습니다. 흑2로 돌파하면, 백7까지 진행한 후 좌변(흑8)과 우변(백9)을 맞보기로 해서 충분합니다."(박정환 9단)

유연한 발상이다. 사실 좌하귀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패싸움이 발발했던 이유는 좌상귀를 흑2로 돌파하기 위해 사용했던 축머리(1부 제3보 흑33)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선수를 잡은 백은 응당 좌상귀를 보강하는 게 당연한데, 문제는 배석과 주변 상황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지금은 흑이 좌상귀를 돌파하고 좌변까지 틀어막는다고 해도, 위력이 크지 않다. 오히려 단단한 좌하귀 모양과 함께 중복 형태가 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에 백이 1로 날일자 한 후, 백9로 우하귀를 압박하며 우변 진출에 나서면 넓게 펼쳐진 우상 일대 신천지를 개척할 때 굉장한 도움이 된다. 

제8보(64~65) 커제, 첫 번째 실수 등장
● 커제 ○ 박정환 2016.4.24 응씨배 8강전

백64로 우변을 갈라쳤을 때, 흑65가 실수였다. 박정환은 이 바둑에서 커제가 세 번 실수를 했다고 분석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흑65. 하지만 박정환이 응징하지 못하는 바람에, 첫 번째 실수는 댓가를 치르지 않았다.

참고도10

흑이 우변을 먼저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에, 백은 1,3을 선수 활용하고 백5로 전개하는 게 좋았다. 백5가 놓이는 순간, 우변에서는 이제 흑이 뭔가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유일한 노림수는 흑6 급소 일격이다.

참고도11

백1로 잇는 건 무책. 흑2로 호구쳤을 때 당장 대책이 없다.

참고도12

흑▲ 침입이 빛을 발하는 참고도. 흑4로 단수친 후 계속해서 흑6,8로 뚫어버리면 백이 망한 결과다.

참고도13

그렇다고 "적의 급소가 나의 급소"라는 격언대로 백1로 늘었다가는 흑2로 끊어잡히는 자리가 너무 아프다. 집으로도 20집이 훌쩍 넘는 자리인데다가 아직도 백 모양에 가일수가 필요하다. 격언도 아무 때나 써먹었다가는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참고도14

"백1로 두는 수가 있었습니다."(박정환 9단)

박정환이 선보인 해결책이다. 흑▲를 무력화 하는 유일한 수가 바로 백1이었다. 벌써부터 '묘수' 냄새가 난다.

참고도15

흑이 2로 끊는다면 백3으로 둔다. 흑이 백△ 한 점을 잡는 건, 이제는 작다. 참고도13과 본도는 하늘과 땅 차이다.

참고도16

흑은 2,4로 백 한 점을 잡는 게 최강수다. A로 끊는 수와 B로 밀어서 하변을 공략하는 수, 그리고 C로 둬서 백 돌 전체를 끊는 수를 모두 노리고 있다.

참고도17

백에게는 준비된 대응책이 있다. 백5로 먼저 단수를 친 후 백7로 잇는 수가 좋다. 흑8에는 백9로 막는 수가 성립한다. 흑A는 백B로 그만.

참고도18

계속해서 흑은 10으로 끊고 흑12로 두는 게 최선이다. 이 때, 백13으로 가만히 잇는 수가 급소.

참고도19

흑14로 중앙 약점을 보강하는 수는 백15,17로 수 부족이다. 백은 4수, 흑은 3수로 백이 한 수 빠르다.

참고도20

흑14로 두면 하변을 살릴 수는 있다. 하지만 백이 15,17로 나가서 끊었을 때 대책이 없다. 중앙에 구멍이 뚫리게 되면, 백△로 우변을 선점해둔 수가 더욱 빛난다.

제9보(66~70)
● 커제 ○ 박정환 2016.4.24 응씨배 8강전

실전에서 박정환은 백66으로 받았다. 커제는 흑67로 다가서는 자리를 차지했다. 사실 커제는 제8보 흑65로 먼저 본보 67로 뒀어야 했다. 그랬다면 실전과 같은 형태가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백이 66에 응수하지 않고 앞서 살펴본 참고도처럼 우변을 선점했다면, 일찌감치 우세를 확립할 수 있었다.

제10보(71~77)
● 커제 ○ 박정환 2016.4.24 응씨배 8강전

흑71로 들여다보는 수는 공격할 때 사용수법. 상대 돌을 무겁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백72로 붙여간 수도 같은 맥락. 반대로 돌을 무겁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백76과 흑77 교환, 중국 상하이 현지 검토실에 최명훈 코치는 여기에 이의를 제기했다. 흑77이 더 좋은 자리라는 얘기.

참고도21

"백1로 두는 건 흑2,4로 막히는 자리가 너무 두터워서 좋지 않다고 봤습니다."(박정환 9단)

백△와 흑▲ 교환이 악수가 됐다. 이 교환이 있기 때문에 흑이 2,4로 두텁게 틀어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도22

"그냥 백1로 두는 수는 가능했습니다."(박정환 9단)

지금은 흑이 A로 눌러올 때, 백B와 백C 등 다른 형태로 활용이 가능하다. 중앙이 깔끔하게 막히지 않는다.

참고도23

흑은 2로 한 점을 잡는 정도다. 백이 A와 B 교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역으로 잡는 게 가능하다.

흑4로 상변을 전개하면, 백은 유유히 5, 중앙으로 진출한다. 이것도 한 판이었겠지만, 중앙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제11보(78~85)

백78은 이제와서는 놓칠 수 없는 자리. 커제는 재빠르게 흑79로 선수 끝내기를 처리한 후, 흑81로 압박한다. 박정환이 침착하게 백82,84로 연결했을 때, 흑85가 놓였다. 커제가 선보인 일류감각이다.

흑85가 놓이자 가능성일 뿐이었던 중앙이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어음이 점점 현찰로 바뀌고 있다. 이제 좌측 흑▲ 두터움이 말을 하기 시작한다.  

용호상박 접전이다. 정밀한 수읽기와 계산이 필요한 영역은 박정환이 바늘 만큼이라도 앞선다. 그러나 감각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중앙 경영에서는 커제의 대세관이 앞서는 느낌이다. 

커제가 중앙이라는 도화지에 연탄공장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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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GEM /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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