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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배

실시간 관전기/세계타이틀 홀더 강동윤의 두터움 활용법

제20회 LG배 결승3번기 최종국 실시간 관전기

2016-02-04 오후 12:02:07 입력 / 2016-02-04 오후 7:02:31 수정

▲ 박영훈-강동윤. LG배 결승3번기 최종3국이 시작되었다.


제1보(1~22) 이번 LG배 결승의 트렌드는 고풍스러운 초반
● 강동윤 ○ 박영훈
우승상금 3억원과 생애 첫 LG배 우승트로피를 차지할 주인공이 오늘 이 한 판으로 결정된다. 상대전적에서도 9승9패로 팽팽한 두 선수는 지난 1일에 벌어진 1국, 어제(3일) 속개된 2국에서 서로 한 판 씩을 주고 받으며 팽팽한 시소접전을 펼치고 있다.

오늘도 어김 없이 강동윤이 먼저 착석해 상대를 기다렸다. 박영훈은 대국시작 약 10분전 숙소를 나섰다. 숙소인 알펜시아 홀리데이호텔과 대국장인 컨벤션센터는 건물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형태. 로비를 통해 정문으로 나가서 걸어가도 가까운 거리지만, 선수들의 숙소가 있는 2층에선 '뒷문'을 통해 나가는 지름길도 있다. 박영훈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로비를 지나가는 길로 향했다.

박영훈이 착석하자 플래시가 이쪽 저쪽에서 터진다. 이윽고 오전9시, 오늘 대국의 심판을 맡은 한철균 프로가 대국개시 선언을 한다.

최종국이므로 다시 돌을 가리게 된다. LG배는 세계대회 중 유일하게 돌가리기 후 홀짝을 맞춘 쪽에 '흑백선택권'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1985년생 박영훈과 1989년생 강동윤은 입단년도에서도 박영훈이 앞서기 때문에, 돌을 가릴 때는 박영훈이 백 돌을 한 웅큼 쥔다.

강동윤은 지난 1국 돌가리기에 이어 이번에도 흑 돌 한 개를 반상에 올려놓았다. 백 돌을 두 개씩 나눠 마지막에 홀 수가 남게 되면 선택권을 갖겠다는 의미. 1국에선 백 돌 두 개가 남아서 박영훈이 선택권을 얻게 되었고, 주저 없이 흑을 선택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지난 1국과 2국 모두 백으로 대국한 선수가 승리했다. 오늘은 백 돌을 나눠본 결과 마지막에 남았던 백 돌은 한 개. 강동윤이 흑백선택권을 얻자, 한철균 심판은 흑과 백 중 어느 쪽으로 대국할 지를 묻는다. 강동윤 또한 망설임 없이 흑을 선택. 1,2국에서 '백번필승'이 이어졌지만, 당연하다는 듯 흑을 선택한 점 또한 재밌었다.

흑5와 백6으로 각각 소목을 하나씩 굳혀두면서 오늘 바둑은 서로 단단한 포진으로 출발했다. 흑7,9로 상변을 넓혀가는 진행은 최근에는 잘 나오지 않던 형태.

백이 10으로 걸쳐간 장면에서 강동윤이 흑11로 한 칸 높은 협공을 한 수가 또 한 번 시선을 끈다. 실리를 좋아하는 박영훈으로선 백12로 삼삼 침입을 할 수 있는 이 그림을 마다할 리 없다. 흑21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나니 과거 조치훈과 다케미야마사키의 대결에서 종종 나왔을 법한 형태가 출현했다.

"부분적으로는 발이 느린 형태라 흑이 잘 두지 않는 정석이다. 강동윤 9단이 오늘 대국의 호흡을 길게 가져가려는 의도로 보인다."(타이젬 해설자 홍성지)

이번 LG배 결승3번기의 초반 흐름 트렌드는 '고풍(古風)'이다.



제2보(23~38) 박영훈의 백26, 천원(天元) 선점
● 강동윤 ○ 박영훈
어제 2국에 이어 오늘도 호방한 초반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강동윤은 흑23,25로 상중앙 일대를 한 껏 넓힌다. 여기서 박영훈은 백26으로 중앙에 위치한 화점, 천원을 차지했다.

프로 기보에서 이렇게 이른 시기에 천원에 돌이 놓인 사례는 극히 드물다. 타이젬에서 오늘 대국을 생중계하는 홍성지 프로 또한 "보통은 잘 두어지지 않는 수법"이라는 감상.

강동윤은 흑27로 이번엔 좌하귀에 어깨를 짚는다. 외세를 쌓아둔 후 흑31,33으로 갈라쳐서 중앙을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자명하다. 타개가 전공분야인 박영훈은 백32,34로 모양을 잡으며 공격 해볼테면 해보라고 배짱을 부린다.

흑의 세력권이긴 하지만 백 모양의 탄력이 좋은 데다가, 원래 고수들의 바둑에서 단곤마를 공격하는 것은 잘 통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엔 주변 두터움을 활용해 상대의 약한 부분을 공략하면서 실리의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 고수의 전략. 강동윤의 흑35 침입이 바로 그런 맥락의 한 수다. 타이젬 회원들 또한 오늘 바둑을 통해 '고수의 두터움 활용법' 실례를 잘 익혀둔다면 기력향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3보(39~53) 멋진 성동격서 전략, 백44
● 강동윤 ○ 박영훈
실리가 현찰이라면 두터움은 어음과 같다. 기분을 낼 때는 좋지만, 막상 현금화를 하기 위해선 많은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야 하는 것. 어음이 부도가 나는 경우엔 바둑은 집부족에 빠지기 십상이다. '가죽장사'를 하는 상황을 면하기 위해서는 두터움을 공격에 활용해 큰 이득을 보거나, 광활한 세력을 확정가 형태로 변모시켜 일당백의 보가를 형성해야 한다.

강동윤이 흑39,41을 교환하고 다시 흑43으로 붙여간 수는 전자의 맥락. 하변 백 돌을 공격해 이득을 보겠다는 전략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박영훈은 본능적으로 이 부분이 승부처라는 것을 느낀다. 시간을 충분히 들인 다음 백44로 붙여간 수가 '성동격서' 전략의 좋은 예.

상대의 대응이 예상 범위 내에 없었던 것인지, 강동윤의 장고가 길어졌다. 별다른 반발 수단이 없다고 판단한 듯, 강동윤이 흑45로 젖혀가자 박영훈은 백46으로 하나 붙여둔 후 백48로 젖혀서 하변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흑43 한 점을 요리하고 싶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그 부분부터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백44로 붙여서 강력한 지원군인 백46의 곳에 자신의 돌을 배치한 후 때가 무르익었을 때 백48로 공세를 취한 이 수법이 과연 박영훈 다운 멋진 타개였다.

제4보(54~70) 우세 의식하는 박영훈, 냉정한 백62
● 강동윤 ○ 박영훈
박영훈이 백54로 귀에 붙여서 응수타진을 한 후, 백56으로 우변 삭감을 시작하자, 강동윤은 흑57로 하변을 두텁게 손질하며 하변 백 돌을 은은하게 압박한다.

동문서답을 하는 것과 같은 이러한 진행이 고수들의 공방전. 백58,60으로 모양을 정비하자 강동윤은 타이트하게 흑61로 붙여간다.

바로 이 장면에서, 백이 62로 호구쳐둔 수가 박영훈 다운 한 수였다. 홍성지 프로는 "정말 냉정한 수"라며 혀를 내둘렀다. 박영훈이 형세를 낙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

강동윤이 흑63으로 젖히는 수는 당연하다. 백64로 내려선 수는 백62를 둘 때부터 엿보고 있던 수단. 백66으로 넘어가고 나자 백이 거의 4귀를 차지한 모습. "백이 4귀생을 하는 것은 정말 보기 어려운 형태다."(홍성지)

제5보(71~83) 강동윤 공격 vs 박영훈 타개
● 강동윤 ○ 박영훈
흑71부터 중앙 백 대마를 공격하는 강동윤. 흑75,79로 들여다보기 두 방을 통해 백 돌을 무겁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수순 중 흑77과 백78 교환은 '접바둑 정석'으로 잘 알려진 형태. 일반적으로는 백이 당했다는 모양이지만, 박영훈은 실리가 많기 때문에 단단하게 지켜둔 후 중앙 백 돌 타개에 승부를 걸겠다는 계산이다.

흑79에 바로 잇지 않고 백80을 선수 한 것은 나중에는 흑이 두 점을 버릴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그러자 강동윤은 아예 흑83으로 호구쳐서 공격을 시작했다. 강동윤의 공격과 박영훈의 타개 공방전이다.

제6보(84~95) 백 대마의 숨통을 조여가는 강동윤
● 강동윤 ○ 박영훈
막상 흑이 총공격에 나서자 백도 한 눈에 사는 수가 들어오지는 않는다. 백84,86으로 상변을 돌파하며 활로를 찾고 있지만, 강동윤이 흑91로 득달같이 달려들어 숨통을 조인다. 

이제 남은 곳은 중앙 뿐. 박영훈이 백92,94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이번엔 흑95로 좌변 퇴로가 막힌다. 점점 백 대마의 목숨이 위태로워지고 있는 장면. '설마 이런 대마가 잡히겠어' 했던 현지 검토실의 긴장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과연 박영훈은 백 대마를 살리는 묘수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인지.

제7보(96~103) 빗나간 한 줄, 백102 실수인가 호수인가
● 강동윤 ○ 박영훈
박영훈이 백96으로 한 칸 뛰어서 응수를 물어본 곳은 유일하게 흑이 약한 부분이었던 곳. 강동윤은 흑97로 하나 찔러두고 다시 흑99로 늘어서 어느 한 쪽을 잇는다면 반대쪽을 끊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당장 뾰족한 수단을 찾지 못한 박영훈은 백100을 하나 교환해둔 후 백102로 기수를 돌렸는데, 홍성지는 이 수로 A의 곳을 예상하고 있었다. 백102를 본 강동윤은 예상했던 수라는 듯, 즉각 흑103으로 응수.

"백102와 흑103의 교환은 백의 악수다. 백은 대마를 살리기 위해선 흑▲ 한 점을 최대한 크게 잡아야만 한다."(홍성지)

제8보(104~119) 절체절명, 백 대마 이대로 잡히나?
● 강동윤 ○ 박영훈
백104로 흑 돌을 공략해본 박영훈은 흑이 105로 넘어가자 이번엔 백106으로 우중앙을 다시 건드린다. 강동윤이 흑107로 끊은 수는 현지 검토실의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수.

백108로 씌우고 이어서 백110에 찝는 것은 부분적인 맥점이다. 백112,114로 모양을 잡자 일견 그럴듯 해보이지만, 강동윤은 상대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준 후 다시 흑115,117로 맹공을 퍼붓는다.

중앙에 홀로 떠 있던 백의 단곤마가 이렇게 일방적인 공격에 의해 모두 잡히고 마는 것일까.

제9보(120~129) 묘수 찾아낸 박영훈, 백122 결행
● 강동윤 ○ 박영훈
타개 솜씨가 출중한 것으로 잘 알려진 박영훈이 이렇게 쉽게 백 대마가 잡히도록 내버려둘 리가 없다. 장고 끝에 백122로 끼워가는 묘수를 발견해 승부는 좀 더 길어지게 되었다.

제10보(130~138) 박영훈의 승부호흡, 백138
● 강동윤 ○ 박영훈
(132…136)
백132로 먹여쳐서 백 대마의 사활을 건 패가 시작되었다. 흑이 137로 팻감을 사용했을 때, 박영훈이 놀라운 승부호흡을 선보였다.

패를 해소한 것도 아니고 좌상귀를 받은 것도 아닌 백138. 이 수는 국면을 최대한 어지럽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단순하게 백 대마를 살리고 좌상귀를 연타당하는 식의 변화는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

제11보(139~155) 상전벽해, 대 바꿔치기 결과는? 
● 강동윤 ○ 박영훈
(139…145 / 142…148 / ▲…153)
대 변화가 일어났다. 강동윤이 흑143으로 돌파하며 좌상귀를 두 동강 냈고, 박영훈은 백144로 우변을 초토화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중앙 백 대마는 패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

박영훈이 백154로 팻감을 겸해 대마 사활을 돌보자, 강동윤이 흑155로 효율적으로 응수한 장면.

제12보(156~167) 백 대마 완생, 역시 박영훈! 하지만 형세는…
● 강동윤 ○ 박영훈
백164로 이어둔 시점에서 중앙 백 대마는 완생 형태가 되었다. 과연 박영훈! 목숨이 경각에 달렸던 중앙 대마를 기어코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국면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쪽은 여전히 흑. 좌상귀를 돌파한 강동윤은 여세를 몰아 흑165로 패를 감행했다. 어제 2국에 이어 오늘도 패를 둘러싼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제13보(168~185) 강동윤, 생애 첫 LG배 우승 눈 앞
● 강동윤 ○ 박영훈
박영훈이 백168로 우하귀 흑을 공략하는 팻감을 사용했을 때, 강동윤의 멋진 피니쉬블로가 터져나왔다. 바로 흑169로 끊으면서 단수친 수. 백이 170으로 따낼 수밖에 없을 때, 흑171로 치받는 수가 169와 연계된 좋은 수다.

지금이라도 좌상귀 패를 한 번 때려내야 했을까. 박영훈이 백172부터 184까지 우변을 돌파하며 기분을 냈지만, 우상귀 흑 대마는 완생 형태다. 강동윤이 수읽기를 마친 후 흑185로 좌상귀 패를 해소하자 흑 우세가 확연하다.

2009년 후지쓰배 우승 이후 세계대회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강동윤이 LG배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기 일보직전이다.

제14보(186~217) 흑 승리 확정
● 강동윤 ○ 박영훈
백186으로 찌르는 수가 있어서 우상귀 흑 대마의 생사가 위태로워 보이지만, 이 돌은 우중앙 꼬리(흑6점)를 떼어주고 완생할 수 있는 형태였다.

흑 돌을 살리기 전에 189,191로 나가서 끊은 것이 기민한 활용. 194자리가 흑에게 선수로 듣지 않게 하기 위해선 백192로 응수할 수밖에 없고, 이 교환으로 인해 향후 우상귀 끝내기가 남게 되었다.

백194로 단수쳤을 때, 이곳을 받지 않고 흑195로 백 한 점을 때려내면서 흑 돌은 살아있는 형태가 되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댓가 없이 좌상귀 패가 해소된 것이나 다름 없다. 형세는 흑에게 기운 상황.

제15보(218~227) 강동윤, 7년 만에 세계대회 두 번째 우승 
● 강동윤 ○ 박영훈
강동윤이 흑227로 하변을 막은 시점에서 반면 10집 이상의 차이를 확인한 박영훈이 돌을 거뒀다(227수끝 흑불계승).

강동윤이 박영훈을 2-1로 꺾고 생애 첫 LG배 우승이자 7년 만에 두 번째 세계대회 우승에 성공했다. 세계타이틀 홀더가 된 강동윤은 올해 벌어지는 모든 세계대회 출전권을 보너스로 획득했다. 한국기원에선 기존 국내랭킹으로 시드를 부여하던 방식에서 '세계대회 우승자는 랭킹에 우선한다'는 규정을 신설해 적용하고 있다.

본 대회 8강에서 커제, 4강에서 스웨를 연파하고 기세를 몰아 우승을 차지한 강동윤이 '세계대회 풍년'인 올해 응씨배를 비롯한 많은 기전에서 중국세를 꺾어줄 유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 LG배 우승자 강동윤 인터뷰 바로가기
TYGEM /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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