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신라면, 크린, 쓰리쎄븐 손톱깎이, 애니콜,
한국타이어, 현대자동차, 이랜드…
한국은 좁다. 초코파이·신라면 등 식료품에서 크린, 쓰리쎄븐 손톱깎이 등 생활용품, 삼성 애니콜 휴대전화,
한국타이어, 현대자동차, 이랜드…. 중국 대륙을 정복한 우리 제품들이다. 다양한 장르의 ‘메이드 인 코리아’가 만리장성을
넘어 13억의 중국 시장을 거침없이 넘나들고 있다. 이들 제품에 중국은 외국이 아니라 제2의 ‘내수시장’일 뿐이다.
중국은 지난해 우리의 최대 무역흑자국(202억달러)인 동시에 중국 진출 한국 기업 10개 중 2개가 사업 실패 등으로
철수(대한상공회의소 통계)하게 만든 곳이기도 하다. 세계적 브랜드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우뚝 선 한국 제품에서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중국 시장의 공략법을 읽을 수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중국 파이시장 점유율 60%,
인민일보·CCTV(중국중앙방송)가 실시한 주요도시 소비자 조사에서 4년 연속 인지도 1위…. 초코파이의 위상을 말해주는
통계는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초코파이 한 상자가 결혼식 하객에 대한 답례품으로 쓰일 만큼 초코파이는 ‘명품 제과’로 인정받고 있다.
1995년 12월 허베이(河北)성에 현지법인(오리온식품유한공사)을 세우면서 중국
대륙에 본격 상륙한 오리온 초코파이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에서 모두
25억개가 팔렸다.
오리온의 지난해 해외 전체 매출 1억3000만달러의 3분의 1에 달하는
4000만달러가 중국 내 초코파이 판매액이다.
초코파이의 성공은 마케팅의 성공이기도 하다. 오리온은 초코파이를 중국으로 수출하면서 기존의 파란색 포장지를 중국인이
좋아하는 빨간색으로 바꾸고, 이름도 ‘하오리여우(好麗友·좋은 친구)’라는 중국식으로 바꿨다. 또한 전국을 돌며 무료
시식회를 열고 톈안먼(天安門) 광장에 1년치 홍보비를 쏟아부어 대형 입간판을 설치했다.
초코파이가 오늘의 위치에 서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1994년 판매를 시작해 1995년 1000만달러 매출을
올리며 기세등등했지만 곧바로 위기가 닥쳤다. 방부제 없이도 문제 없던 초코파이가 중국 남부의 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변질된
것이다. 1995년 9월 제품을 수거했고, 10만개의 초코파이를 소각했다. 수출라인을 중단한 채 포장지를 교체, 위기를
넘겼다. 지금도 오리온에서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곰팡이’라고 한다.
상하이의 최대 번화가에 위치한 까르푸의 라면 코너에서는 농심 신라면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한 칸도 채워지지 않은
다른 라면들 사이에서 신라면은 7~8m에 걸쳐 진열이 돼 있다.
신라면, 7~8m에 걸쳐 진열대
점령
신라면도 맛으로 승부를 걸었다. 신라면은 ‘매운 걸 못 먹으면 사나이 대장부가 아니다’ 라는 이색광고를 해 성공을
거뒀다. 맛에 대한 자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라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1998년 220만달러였던 농심의 중국
매출액(과자 포함)은 2002년 2400만달러, 2003년 3300만달러, 지난해 3700만달러 등으로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
농심은 중국 인구의 6%(7800만명)에 달하는 고소득층,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소득이 높은 대도시의 중산층을
겨냥했다. 신라면의 가격은 중국 업체가 만드는 라면의 3배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중국은 연간 라면 소비가 190억개에
달해 세계 라면 시장의 42%를 차지하는 최대의 라면 소비국가이지만 인구 1인당 라면소비가 21개(한국은 약 80개)에
불과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바둑 열기에 착안, 1999년 ‘농심 신라면배 세계 바둑
최강전’을 시작해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크린, 중국 시장 평정
코앞에
13억 인구라는 큰 시장과 싼 임금, 각종 투자혜택만 보고, 철저한 현지조사와 준비 없이 중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기업이 많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 1월 발표한 중국 투자 때 유의해야 할 10가지 사항 중 첫 번째가
‘충분한 타당성 조사와 준비’다.
이런 측면에서 크린은 중국 진출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크린은 지난해 중국 내에서 40억원의 매출로 3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국내 랩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크린이 중국 시장 평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크린은 중국 전역에 있는 57개 까르푸 매장에 랩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까르푸뿐 아니라 대형 할인점 대부분에서 크린이 판매되고 있다.
이같은 결과는 철저한 시장조사와 치밀한 준비 때문에 가능했다. 크린은 1993년부터 중국 진출을 위한 기초 시장조사를
시작, 5년여의 분석작업 끝에 1997년 상하이에 공장을 세웠다. 입지비용이 조금 비싸더라도 공장을 상하이에 지은 것은
중국 소비의 중심지를 공략해 중국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에 근거한 것이다.
중국의 후진적인 물류와 유통구조는 영업에 있어 큰 장애물이었다. 회사가 광활한 중국 대륙 전역에 물건을 공급하는 것은
벅찬 일이었고, 대리점을 운영하자니 외상거래에 따른 위험이 컸다. 크린은 새로운 유통망을 구축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계약·판매 등 대형 할인점과의 거래는 크린이 직접 하되 물건 납품은 위탁업체에 맡기고 크린은 물건 납품에 대한 수수료만
위탁업체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돈은 크린이 할인점과 직접 주고받기 때문에 뜯길 염려가 없고, 물류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해결할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
중국 진출 성공 방정식의 첫 번째 해답은 역시 품질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 산업시찰 중이던 주룽지(朱鎔基)
당시 중국 총리가 손톱깎이 하나를 들어 보이며 역설하는 모습이 관영 CCTV에 방송됐다. “외국 제품은 이렇게 품질이
우수한데 우리 제품은 왜 안되는 겁니까. 우리도 노력해서 이처럼 훌륭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냅시다.”
주 총리가 손에 들고 있던 손톱깎이는
‘777’ 마크가 찍혀 있는 한국의 손톱깎이 제조업체 ㈜쓰리쎄븐의 제품이었다. 쓰리쎄븐 손톱깎이는 그 해 중국
CCTV가 뽑은 ‘3대 수입 명품’에 포함됐다. 쓰리쎄븐 손톱깎이는 세계 시장점유율
1위(43%)
의 제품이기도 하다. 쓰리쎄븐 관계자는 “중국에서 쓰리쎄븐 손톱깎이 세트는 다른 제품보다 10배 비싼
가격(4만~5만원)에 팔리고 있고 대형 백화점 1층에 전시돼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며 “중국에서 공무원에게 주는
선물로도 인기”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도 중국 대륙을 질주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쏘나타·엘란트라 등을 앞세운 현대차의
승용차 시장점유율은 지난 1분기 10%를 기록, 혼다·GM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002년 처음 중국에 진출해
2003년 판매 순위 13위를 기록했던 현대차는 지난해 전체 업체 중 최단기간 10만대 및 20만대 생산을 이뤄내며
판매순위를 2년 만에 5위로 끌어올렸었다. 현대차는 지난 4월 ‘2010년까지 자동차 100만대 판매’ ‘시장점유율 20%
달성’ 등 목표를 밝혔다. 서비스·판매망 등 여러 가지 성공요인이 있었지만 현대차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품질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후진타오, 휴일에 한국타이어
격려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 시장 진입에 성공한 사례는 많다. 중국에서 한국타이어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중국 승용차
4대 중 1대에 한국타이어가 장착돼 있다. 한국타이어㈜는 중국 진출 4년 만인 2003년 미쉐린 굿이어 등 세계적인 타이어
브랜드를 제치고 28%의 시장점유율로 1위(승용차 타이어)에 올랐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중국본부 경영목표를 총매출
7000억원, 당기순이익 750억원으로 잡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29%, 25% 늘어난 수치다.
중국의 노동절 연휴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 2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40여명의 고위 관리를 이끌고
장쑤(江蘇)성의 한국타이어 공장을 방문,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연휴를 반납하고 근무 중인 근로자를 격려한 것도 한국타이어의
위상을 보여준 예다. 중국 국가주석이, 그것도 노동절 연휴 기간 외국 기업을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타이어의
이같은 성적은 중국의 열악한 도로 사정에 맞게 내구성이 강한 타이어를 만드는 한편, 중국 각 지역의 기후에 맞춰 타이어의
고무 성분 비율을 다르게 하는 철저한 현지 전략이 거둔 성과였다.
가격 경쟁력에 있어 한국 제품은 중국산 저가제품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고급화 전략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제품도 늘고 있다. 중국에서 삼성 애니콜 휴대전화는 명품으로 통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CDMA(코드분할다중접속)휴대전화 시장에서 점유율 28%로 1위, GSM(유럽통화방식)은 12%로 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에 500만 화소 카메라폰을 비롯한 최신 휴대폰 5종을 출시한다고 최근 밝혔다. 500만 화소
폰과 가로본능 폰 등은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해외시장에 내놓는 제품으로, 중국 내 애니콜의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강화한다는 목표다.
의류업체 이랜드도 고급 브랜드 전략으로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경우다. 1994년 중국에 진출한 이랜드는
중저가로 인식된 국내와 달리 중국 내에서 고급 브랜드로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랜드는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도시 백화점에
매장 100여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랜드의 주타깃은 20대 부유층 여성이다. 진출 초기 남성용 중저가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다 실패한 경험을 살려 타깃을 여성으로 바꾸고 상품의 질도 높였다. 이름도 ‘옷사랑’이라는 의미의 ‘이롄(衣戀)’으로
바꿨다. 중국에는 없는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2003년 KOTRA가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중국 3대 도시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이랜드는 의류 부문 1위를 기록했다.
그 밖에 LG전자, 유통 부문의
이마트·CJ홈쇼핑, 온라임 게임인 ‘미르의 전설(개발사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등 중국 속의 한국 브랜드는 영역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김승범 주간조선 기자(sb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