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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人] 미스터 핀치, 된장 바둑의 매력속에서
[바人] 미스터 핀치, 된장 바둑의 매력속에서
2009-02-09 오후 9:29:35 입력
[바人] 미스터 핀치, 된장 바둑의 매력속에서

눈이 내렸다. 아침에 내린 눈은 오후가 되자 응달쪽에 잔설을 남기고 사라졌다. 핀치 부부를 만나기로 한 연암다원의 마당 가녘엔, 겨울 햇살이 남겨진 눈 위에 자글자글 끓고 있었다. 다원의 방안엔 전기날로가 따습고 차가 끓었다. 부부가 왔다. 앤드류 핀치(Andeew Edward Finch) 교수와 그의 아내 박희본(영문학박사)씨다. 부부의 웃음이 닮아있다. 맑고 난만한 웃음이 다원의 방안에 번졌다. 다정했다. 아마도 有精이 多精을 낳았을 것이다. 남편과의 인연이 궁금했다.

"남편이 한국에서 생활한지 15년이 되었네요. 남편은 안동대에서 6년, 서울 산업대에서 2년, 그리고 경북대에서 7년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남편과는 2000년도에 학회에서 처음 만났어요. 저는 당시에 서울 대사관에 근무하여 학회의 재무간사 일을 맡고 있었고, 남편이 대한영어교육학회의 신임회장으로 선출되어 제가 재무보고를 하는 자리였어요. 저녁시간에 찻집에서 만나 두 시간 정도 얘기를 했는데, 그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익숙하고 편안했어요. 관심사도 비슷해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어요."
미스터 핀치, 된장바둑의 매력속으로
핀치교수는 경북대학교 사범대 영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씨의 모교이자 자신이 전공했던 과의 교수다. 핀티교수는 바둑광이다. 바둑이 좋아서 한국에 오게되었으니. 바둑얘기부터 물어보기로 했다.

"영국엔 바둑 서클이 대학마다 있어요. 하지만 여기처럼 바둑기원은 없어요. 다른 나라의 바둑이 '물바둑'이라면, 한국바둑은 깊은 맛이 우러나는 '된장바둑'이에요. 비유하자면 저에게 바둑은 삶입니다. 저도 영국에서는 바둑을 잘 두는 편이었는데, 한국에 와서 여덟살 아이와 대국을해서 졌어요.(웃음) 그때, 내가 왜 여덟살 짜리 어린 애한테 졌을까, 생각했어요. 그 아이는 본능적으로 바둑을 둔 반면, 저는 너무 많은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너무 많은 계산이나 생각을 하지않고 느김으로, 본능으로 바둑을 둡니다. 서양인들은 보드게임이나 체스를 할 때, 이기려는 승부욕이 강해요. 그러나 바둑은 상대를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훌륭한 경기지요. 이겨도 반 집 차 정도로 이긴만 말이에요. 바둑의 승부는 그케 이기는데 있지않고 오히려 조화를 중요시 합니다. 영어 공부도 바둑을 배우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어요. 그러나 무엇보다 정석으로 공부해야합니다."
바둑얘기가 나오자 핀치교수의 눈빛이 빛나고 말수가 많아졌다. 그는 돌부처 이창호의 팬이라고 했다. 이창호의 바둑은 그에게 있어, 예술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이라 했다. 조훈현, 조치훈, 서봉수, 이세돌 등의 이름도 그에겐 이제 익숙한 이름이다. 그 가운데 서봉수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바둑은 그의 사람인 듯했다. 요즘도 케이블에서 하는 "바둑TV"를 꼭 한시간씩 시청한다고 했다. 영문학자인 그에게 영어를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좋으냐고 물었다.
영어공부, 스스로 즐겁게 하세요.
"한국 학생들은 아주 열심히 공부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편 입니다. 그것이 딜레마죠. 단순암기도 중요하지만 의사소통능력이 중심을 이루어야 합니다. 암기를 많이 한 학생들은 그만큼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유리한 면이 많습니다. 어휘나 문법공부와 함께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는 공부가 균형을 이루어야 해요. 지난해 9월, 연구년 교수로 핀란드와 룩셈부르크에 갈 기회가 있었어요. 핀란드의 한 유치원을 방문했는데, 오전에는 영어 오후에는 핀란드어로 이중 언어교육을 하는 것을 봤어요. 선생님과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하고 있었어요. 그처럼 영어는 공부가 아니라 즐겁고 재미있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영어를 훨씬더 잘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지요."
내친김에 우리나라의 영어몰입교육과 조기교육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어릴 때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입니다. 동기부여만되면 선생님이 썩 좋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재미와 즐거움을 통해 영어와 친숙해지고 그것이 동기부여를 일으키고, 중고등학교에 가서도 열심히 한다면, 이제는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해집니다. 그 때는 언어공부가 즐거움이 되는 것이지요."
핀치교수는 교육심리 전공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영어와 친숙해져야 하고 공부는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즘은 원어민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어요. 글로벌하이제이션이 이루어졌기 때문이죠. 이제는 영어도 '월드 잉글리쉬즈'가 됐어요. '콩그리쉬'도 하나의 언어버전인 셈이지요. 아시아 각국이 고유의 잉글리쉬를 가지고 있어요. 발음에 너무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발음을 잘 하기 위해 아이들의 혀를 수술하는 부모들은 무엇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분들이에요. 한국에서 가장 훌륭한 영어 선생님은 바로 한국인입니다. 한국의 영어 선생님들은 영어도 하고 한국말도 하잖아요. 한국인 선생님들은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를 바탕에 두고 언어를 가르치기 때문에 가장 훌륭한 스승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영어만 할 줄 안다고 해서 우쭐대는 원어민들은 이제 다 쫓아 보내야 합니다. 그런 원어민들은 훌륭한 스승이라고 따라다니는 것이야말로 언어제국주의에 길들여지는 것 아니겠어요?
핀치교수는 강압적으로 하는 영어공부는 오히려 영어에서 아이들은 멀어지게 한다고 했다. 그러나 영어는 이제 국제사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언어이기 때문에 놓펴서는 안 될 공부라고 강조했다. 핀치교수는 이중 언어를 사용하면 오히려 언어실력이 늘어난다고 했다.

"이제는 멀티다중언어의 시대입니다.영어를 잘 하면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영어는 이제 필수인 세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영어교육을 비판만하기 쉬운데, 제가 보기에는 좋은 점도 많아요. 무엇보다 교사들이 열심입니다. 또한 홍익인간이라는 훌륭한 교육적 바탕과 지표가 있잖아요. 문제는 입시에 교육이 매달리다 보디, 문법 위주로 영어 공부가 이루어졌던 것은 지적받아야겠지요. 그러다보니 문제햐결능력이나 창의력, 비판적 사고, 논리적 사고 같은 고차원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데 소홀한 점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21세기는 변화하는 시대입니다. 앞으로 10년 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볼 때, 한국의 교육이 희망적이라는 것은 교사나 교육 행정가 분들이 지금의 교육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핀치교수는 세계적으로 지금이 교육에 있어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모든 학교가 e-러닝 등을 통해 인터넷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거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가 주도하고, 창의적인 능력을 통해 자기에게 맞는 공부의 룰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핀치교수는 한국의 전통문화에도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전원생활 꿈꿔요.
"서울에서는 잠깐 살았을 뿐이고, 자연을 마주하는 곳에서 사는 게 행복합니다. 예전에 살았던 안동이나 지금 살고 있는 팔공산 부근의 풍경이 너무 좋아요. 자연과 함께 이웃과 더불서하는 사람들의 훈훈한 적이 매력적입니다. 외국인 가운데는 위계질서가 강한 한국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자는 한국의 '孝사상' 같은 것은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핀치교수는 채식주의자다보니 우리 음식에 더욱 잘 길들여졌다고 한다. 청국장, 돌솥비빔밥, 순두부찌개, 된장찌개를 특히 좋아한다고. 한국의 발표음식은 세상의 어느 나라와도 견줄 수 없는 깊은 맛이 있다고 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서구음식을 즐기는 것을 보면 오히려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한다.
"영국엔 높은 산이 없어 등산이란 걸 모르고 지냈는데, 등산을 하면 너무 좋아요. 특히 등산하다가 서로 마주치면,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 하는 인사가 너무나 정겨워요. 지금은 팔공산 부근의 아파트에서 생활하지만, 한국에 오래 머물게 된다면, 나중에는 전원 주택에서 살고 싶어요."
한국의 술 가운데, 매실주가 좋다는 그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철마다 꽃을 가꾸고 토마토나 호박, 가지 같은 모종을 심고 가꾼단다. 흙과 나무를 사랑하고 소박한 밥상을 좋아하는 그는 자연을 즐기며 사는 듯했다.
Would You Marry Me?
그의 아내이자 든든한 정신적 동반자인 박희본 씨에게 핀치교수로부터 결혼 프러포즈는 언제 받았느냐고 물었다. 박 씨의 볼이 잠시 붉어졌다.
"2000년 12월 초, 동대구역 7번 홈 4시 11분차 열차를 기다린 적이 있었어요. 대구에서 학회 미팅을 마치고 서울로 가는 길이었는데, 이 사람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말을 당신에게 하고 싶다, 고 하는 거에요. Would you marry me? 그 말이 거부감이 안들었고 저도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외국인이라는 생각보다는 참 좋은 사람, 편안한 사람, 익숙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소울메이트'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박씨는 핀치교수와 2000년 10월에 처음으로 만나, 12월에 프러포즈를 받고, 다음해 1월에 혼인신고를 했다. 이러 4월에 그들의 첫 데이트 장소였던 강남 청담동의 이태리 식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박 씨의 말대로 영혼이 통해서일까. 사랑과 믿음의 자기장이 그들 서로를 그렇게 빠르게 빨아들였다.

대구가 고향인 박씨는 경북대 영어교육화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의 대학원 영문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수재다. 방송구성작가와 프리랜서 통역과 영어 관련 강의로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 영국에 유학, 드라마를 전공하고 있다. 잠시 귀국한 셈이다.
"남편이 워낙 온화하고 다정다감하고 배려심이 깊어, 지금의 제가 있지않았나 싶습니다. 노벨상에 外助賞이 있다면 아마 남편이 받을 거예요. 지난해부터 영국에 있는 남편의 모교에서 드라마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어요. 드라마를 통해서 대학에 연구실을 가지는 게 저의 꿈이에요. 특히 영국의 희곡을 번역해서 소개하고 싶어요."
부부는 인터뷰 내내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엔 서로를 향하는 잔잔한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아내는 남편의 마음을 미리 읽어, 남편의 마음을 대신 전해주기도 했다. 자신이 열정을 바쳐 공부했던 모교의 강단엔 벽안의 남편이 이젠 그의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인연으로 치면 대단한 인연인 셈이다. 핀치 교수는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음악가이기도 하다. 부부는 영국의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를 좋아한다고 했다. 연암다원의 마루에 저녁으로 가는 햇살이 길게 몸을 눕혔다. 다원의 풍경소리는 눈 온 뒤의 바람을 맞아서인지 더욱 맑았다. 문득 앨가의 '사랑의 인사'와 풍경소리가 섟이는 환청이 들렸다.
글-강수상 기자/ 사진 안중훈(스튜디오 앤)/ 장소협찬 연암다원
WOMANLIFE 200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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