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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둑 패러다임 - 이창호 국수의 경우 (중)

[칼럼] 바둑 패러다임 - 이창호 국수의 경우 (중)

2005-01-17 오후 12:35:22 입력

바둑 패러다임 - 이창호 국수의 경우 (중)

(상편에서 계속)


우리 시대, 이창호 국수가 몰고 온 패러다임의 변화는 두 가지다.

하나는 바둑의 흐름을 납득에서 승부로 철저히 되돌려갔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그 목적에 이르기 위한 수단으로써 한 수, 한 수의 가치를

정교하고 미세하게 쪼개갔다는 점이다.

일찍이 우칭웬 기성은 말했다. 한 수 또는 부분적인 절충에서 초래될 수 있는

“한 집은 하늘이요, 두 집은 땅이며, 세 집은 (바둑의) 끝이다”.


그러나 오늘 날 이창호 국수를 통해 보여 진 한 수의 가치는 극히 미세한 10의 (-n)승이었고,

그 (-n)승의 효율을 총 300여 수에 이르는 상대와의 절충 끝에 +0.5, 반집의 승부로 승화시켜

갔다.

또 우칭웬 기성은 말했다. 린하이펑 9단이 화점에서 세 수 손 뺀 정석에서 3.3에 돌을

놓아 살려갔을 때, 해설을 통하여 제자를 준열하게 꾸짖었다.

 

“저런 수는 비록 정석이긴 하지만, 소위 전문기사의 바둑에서는 나올 수가 없는 수”라고.


하지만 이창호 국수의 경우, 반면 전체를 통해 예의 +0.5집만 담보된다면 한 판의

바둑에서도 그런 수들을 몇 번이고 태연하게 두어갔을 것이다.

이창호 국수의 천재성에 대한 일본 쪽에서의 의구심과 회의는 일정부분 이 같은

사실에서 기인한다.


그 유명한 이창호 국수의 둔중한 빈삼각 꼬부림에는 도쿠가와 시대이래, 일본

바둑에서 화사하게 피어나던 양호구만큼 패러다임의 변화가 내포돼 있다.

그것은 한 판의 바둑을 통해 나타나는 빈삼각 이음과 양호구 이음에서 그 효율상의

 차이는 극히 미세하다는 실증적 사례였다. 다시 말하자면, 그 동안 양호구 이음에서

 보여 온 심리가치가 반상에서 구현되는 실제가치보다 훨씬 더 과대평가되어 왔었다

는 점이다.

 

더구나 양호구 이음에서 드러나는 치명적인 약점은 상대에게 두 번에 걸친

드려다 봄을 허용함으로써 승부에 미치는 더 큰 변수들을 내내 안고가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 이창호 국수의 바둑은 이와 같은 의외의 변수들을 마치 지뢰를 제거해 가듯

치밀한 계산력을 바탕으로 하나, 하나 반상에서 소거시켜 감으로써 승부를 결정지어

 갔다.

 

이런 이창호 국수 앞에서 좌절해 가야만 했던, 소위 내노라 했던 당대 고수들이

겪었던 심적 고통과 혼란 또한 분명 여기에 원인이 있었다. 조치훈 기성의 예로써

나타나듯, 한 판의 바둑을 통하여 승부의 분수령이 되었던 스스로의 패착이 한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야말로 그 결과에 대한 납득을 더욱 어렵게 했을 것이다.



승부를 이끌어 내는 이창호 국수의 계산력은 근래에 와서는 거의 일반화되다시피 한,

두 가지 상수와 한 가지 상대적 변수에 결부되어 있다.


우선 일반화될 수 있는 두 가지 상수는,

 

1) 귀와 변을 통한 절충은 이미 바둑의 계기적 발전과정을 통하여 거의 정형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2) 그 결과 오늘의 바둑 승부는 중앙경영으로 미세하게 갈라지게 된다.


여기에 따르는 한 가지 변수는 상황변수로써, 그때그때 맞닥뜨리게 되는 대국상대이다.
이와 같은 상수와 변수를 놓고 이창호 국수가 거는 최종 기댓값은 +0.5 언저리였다.

이런 간단한 전제에 의해, 몇 해 전부터 보여 온 이창호 국수의 기풍의 변화와 향후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미래의 지향점, 그리고 순전히 내 개인의 관점에서라면

재귀점을 그려볼 수도 있다.

먼저 기풍의 변화에는 시대를 통한 ‘도전과 응전’이라는 다분히 상대적 변수들이 작용하고

있다.


과거 이창호 국수의 위상은 늘 도전하는 위치에 있었고 그만큼 상대는 언제나 분석될

수 있었다. 따라서 승부라는 큰 틀 안에서 이런 상대적 변수들조차 하나의 상수로써 쉽게

일반화해 가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약 10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그 사이에 이창호 국수는 세계 바둑계에서

외경의 대상이 됨과 동시에 도전받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그 결과 스스로의

위치는 현재라는 시점을 통해 백일하에 드러나 있음에 반하여 상대의 실체는

미래라는 미지의 영역 가운데 가려져 있다. 따라서 이제는 대국 시점, 시점에서의

상대적 절충 자체가 불가피한 일이 되었다. 과거와 같이 상대적 데이타의 일반화를

 통해 안정된 상태에서 +0.5 언저리를 다투는 절대승부로 이끌어 냄이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바둑에서의 전투과정은 수읽기라는 경우의 수를 헤아리는 논리적 사고에 그 바탕을

두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막상 바둑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두 사람이 서로의

호흡을 느껴가며 막다른 골목에서 마주쳤을 때, 그 발단은 다분히 반사적이고 본능적일

수 있다. 왜? 주어진 상황에서 전투를 회피해 갔을 때, 무엇보다 내가 먼저 승부에서

멀어져 갈 것만 같은 느낌에서이다.

나는 근래 이창호 국수의 바둑을 통해 보여 지고 있는 ‘맞받아 친다’는 전투 지향적 기풍의

변화는 미지의 영역에서 오는 상대적 변수의 교란에서 일차적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고

본다.

또 다른 한 편, 이창호 국수의 노출은 이제까지 ‘거기는 그렇게 될 자리’로써 정형화돼

왔던 귀와 변에서조차 상대적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두 사람 간의 상대전적을 통해 나타나는 승률 6 : 4라는 의미는 5번기 승부를 상정했을 때,

확률적으로 번기 승부의 독점을 의미하게 된다.


하지만 승률 5.5 : 4.5가 된다면 그 결과는 승부의 확실성 자체가 소멸되고 마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가 된다. 이 때는 승인이 어느 쪽에서 먼저 작용하게 되느냐에 따라

번기 승부의 결과가 갈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보여 온 이세돌, 최철한 9단 등의 드센 저항은 대 이창호 국수와의 상대 승률

4 : 6의 승부를 4.5 : 5.5로 끌어내기 위한 도전이며 여기엔 승률이 월등 앞서는 루이 9단도

 포함될 수 있다.

과거 조훈현, 유창혁 9단의 도전에서는 양자 간에 미묘한 전술상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조훈현 국수는 이창호 국수가 펼쳐 간 두터움의 경계 내에서 뒤늦은 변화를 추구해 갔고

유창혁 9단은 애당초 판 전체를 통하여 변화를 일으켜 갔다. 결과는 유창혁 9단의 상대적인

 성공으로 나타났다.

오늘 이세돌, 최철한, 루이 9단의 도전 또한 유창혁 9단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우선 이들의 도전은 귀와 변에서의 타협과 절충이라는 전형성의 파괴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애당초 그들에게 귀와 변이 갖는 의미는 중앙에 대해 각각 6 : 8 : 10의 비율로 집을

만들어 내는 효율성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귀와 변에서 시작하여 곧 중앙으로까지 비화돼,

 전 국면을 혼미 속으로 이끌어 갈 시비의 발단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그것은 이창호

국수의 계산력에 의해 판이 좁아지거나 굳어지기 전, 승부의 여지를 최대한 넓게 가져감으로

써, 여전히 국면을 로고스 이전, 돌과 돌이 서로 맞부딪치며 불꽃을 튕기는 파토스, 나아가

태초의 카오스 상태로 몰아가겠다는 의지이다.


근래 수년 간에 걸쳐 나타난 결과는 이런 전략이 훌륭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순수 이론만 놓고 본다면, 카오스 이론 역시 체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카오스로

부터 로고스로의 순행이다. 하지만 대 이창호 국수와의 승부에서 세 사람은

로고스로부터 카오스 상태를 지향한다. 그 이유는 극단적인 카오스 상태에서라면,

흔히 말하는 그 어떤 ‘나비 효과’ 같은 것도 기대해 볼 수 없다. 그 때의 승부는

오직 그 누구도 ‘알 수 없음’ 가운데 머물게 될 뿐이다. 여기서 승부는 5 : 5에

가까워진다. 이 경우 승부는 이미 부분의 집합이나 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판 전체를 통하여 갈라지게 된다.


근래 대 이세돌, 최철한 9단과의 주요 대국에서 한 판의 승부를 결정짓는 총 수수가

짧아지고 있는 이유이다.

바둑은 더 이상 신비로운 천체의 운행과 사계의 오묘한 조화도 납득도 집합도 아니다. 오직

 모든 것이 판 전체에 던져져 역청처럼 엉겨 붙는 승부일 뿐이다. 여기서 승리란 그 거대한

카오스로부터 상대에 앞서 내가 먼저 빠져 나옴이다.


승리의 기쁨? 그것은 바로 그런 해방의 기쁨이자 동시에 역청처럼 온몸을 휘감아오던 카오

스를 저만치 밀어냈다는 배설의 기쁨이기도 하다.

(계속)

작성자 : upkorea

 

[i진선 한 마디]

상편 글과 연결해서 보셔야 이해가 쉽습니다.

 

포인트는

 

우리 시대, 이창호 국수가 몰고 온 패러다임의 변화는 두 가지다.

첫째는 바둑의 흐름을 납득에서 승부로 철저히 되돌려갔다는 점.


둘째는 그 목적에 이르기 위한 수단으로써 한 수, 한 수의 가치를

정교하고 미세하게 쪼개갔다는 점.

 

인 것 같습니다^-^::



 

 

TYGEM / i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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