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의 승부를 재현한 조훈현(오른쪽)과 녜웨이핑.

‘바둑황제’ 조훈현이 초대 응씨배 30주년 특별대국에서 중국 녜웨이핑에게 석패했다.

11월2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초대 응씨배 제패 30주년 기념 조훈현 vs 녜웨이핑 특별대국에서 조훈현이 녜웨이핑에게 344수 만에 흑 13점패 했다.

마지막 대국이었던 2015년 제2회 명월산배 결승전 이후 4년2개월 만에 다시 마주앉은 두 바둑전설은 초반부터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으며 30년 전 펼쳐졌던 명승부를 재현했다.

팽팽했던 승부는 중반 상변전투에서 조훈현이 실수를 범하며 균형이 녜웨이핑 쪽으로 기울었다. 이후 조훈현이 제한시간을 초과해 벌점(4점)까지 공제 당하며 녜웨이핑이 승리를 거뒀다.

조훈현은 국후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둬서 얼떨떨하다. 떠나 있어서 감이 하나도 없고 수가 안 보인다”면서 “전성기였으면 더 잘했겠지만 이 정도면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녜웨이핑은 “저는 한국바둑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고 할 수 있다”며 30년 전 응씨배 결승에서 조훈현 9단이 승리하면서 한국바둑이 급격하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승리로 30년 전 빚을 갚은 것 같다”고 승리소감을 전했다.

▲대국 개시를 하고있는 추위홍 주한중국대사(오른쪽 뒤).

조훈현은 1988년 대회출전 당시 한국에서 홀로 출전해 세계 최고수들을 연파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80년대 후반 중일수퍼대항전에서 파죽의 11연승을 기록해 ‘철의 수문장’이라 불리던 녜웨이핑. 당시 녜웨이핑이 우승할 것이라는 대다수의 예상에도 불구하고 조훈현은 종합전적 3대2로 우승하며 한국바둑을 전 세계에 알린 바 있다.

바둑 변방으로 평가 받던 한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든 역사적인 대국을 30년 만에 재현한 이날 대국에는 특별히 추궈홍 주한중국대사가 김인과 함께 공동심판장을 맡아 양웅의 재회를 축하했다.

대국이 진행되는 동안 한서항공 직업전문학교 강당에서 열린 공개해설에서 이창호가 홍민표와 배윤진과 특별해설을 맡았다. 특별대국 종료 후에는 팬들이 함께한 대국자 인터뷰와 조훈현·녜웨이핑의 사인이 담긴 경품추첨 등이 펼쳐졌다.

초대 응씨배 제패 30주년 기념 조훈현 vs 녜웨이핑 특별대국은 한국기원과 바둑TV에서 주최·주관했다. 제한시간은 각 1시간에 타임아웃 방식이며, 20분 초과 시 2집, 다시 20분을 초과하면 4집의 벌점이 부과되는 응씨룰을 차용했다.

▲상대전적에서 12승6패로 앞섰던 조훈현. 이날 패점을 더했다.

▲이날 승리한 녜웨이핑은 "오늘 승리로 30년 전 빚을 갚은 것 같다"고 전했다.

▲단판 승부인 이번 특별대국은 조훈현의 응씨배 제패 30주년 기념 취지에 맞춰 응씨룰을 적용해 진행했다.

▲대국 시작 전 기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