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쯔배
이세돌 후지쓰배 제패... 승단문제 어떡하나
2002-08-06 오전 11:06:12 입력
| 이세돌 후지쓰배 제패... 승단문제 어떡하나 九단같은 '절정 三단' 딜레마
이세돌(19)의 후지쓰배 제패로 바둑계는 간단치 않은 딜레마에 빠지게됐다. 세계 최 정상에 선 이 소년의 현재 단위는 고작 三단. 그러나 이 단위가 합당하다고 믿는 사람은 이제 지구 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 단위는 오직 승단 대회 성적을 통해서만 오르도록 돼 있는게 현행 제도인데, 이세돌은 만 1년 전부터 승단 대회에 불참해 왔다. 국내외 적으로 월단(越段)의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창호와 유창혁이 七단에서 막바로 九단에 두 계단 뛰어오른 것이 96년의 일. 세계 최정상권을 넘나드는 실력을 감안, 현실적인 단위를 인정한다는 취지에서 한국기원 이사회가 내린 결단이었다. 일본서는 지난 74년 당시 八단이던 이시다(石田芳夫)가 명인과 혼인보(本因坊) 양대 타이틀을 석권하자 아직 승단 점수에 미달했음에도 九단으로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이세돌의 경우는 두 서너 단위를 건너뛰는 것으론 모양새를 맞출 수 없다는 점에서 훨씬 더 어려워 보인다. 누가 봐도 실력은 九단진 중에서도 최고 레벨인데, 그러려면 무려 6계단을 올려줘야 한다. 이런 전례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도 없었다. 마침 후지쓰배 결승전 직전의 3주 동안 한 바둑 포털 사이트가 “만약 이세돌이 우승한다면 몇 단을 인정하는 게 타당한가”라는 팬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총 응답자는 1938명, 설문자는 타이젬(tygem.com). 결과는 九단을 줘야한다는 쪽이 1511명(78%)으로 압도적이었고, 233명(12%)은 六~七단의 중간 단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나머지 ‘불가론자’ 194명(10%)은 “승단 대회에 불참했으니 줄 수 없다”(4%)와 “참가했더라도 예외 규정은 안된다”(6%)로 갈렸다.
국내 단위 제도의 모순은 실력과 단위의 불일치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고단자 우대 정책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아무리 세계 챔피언인 이세돌이라도 전년도 시드를 확보하지 못한 기전에선 1차 예선부터 치러야 한다. 1차 예선이란 五단 이하만을 대상으로 한 차례 거르는 방식. 저단진의 실력이 오히려 고단진을 압도하는 요즘 상황에선 모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성적이 뛰어난 저단 기사들은 대국 수 폭주로 혹사 당하고, 일부는 승단 대회 포기로 까지 이어진다. 이세돌은 승단 대회에 불참하고도 올해 56판의 최다 대국 속에서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현행 규정을 외면했으니 승단도 인정할 수 없다고 봐야할까. 세계 정상에 오른 만큼 九단을 줘야 할까. 아니면 어정쩡하지만 그 중간 단위를 부여하는 게 옳을까. 어떤 ‘천하의 묘수’가 터질지 한국기원의 다음 한 수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전면적인 단위 개편과 함께 기전 운영 방식을 손질해야 한다는 해묵은 숙제가 이번 기회에 해결될 것인지도 주목된다. ( 조선일보 이홍렬 기자 hrlee@chosun.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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