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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삼성화재배 8강전 하이라이트

2002-10-18 오전 11:42:32 입력

[제7회 삼성화재배 8강전] 하이라이트

[제7회 삼성화재배 8강전] 하이라이트


탄성과 아쉬움이 교차한 명승부 파노라마


바둑사에 남을만한 조훈현 9단의 짜릿한 역전드라마로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한 제7회 삼성화재배 8강전은 드라마틱한 결과 만큼이나 흥미로운 명승부, 명장면을 남겼다.

승부의 고비가 된 하이라이트를 간추려본다.


○뤄시허(羅洗河) 9단 ●조훈현 9단

기적같은 역전승의 시말

초반부터 줄곧 앞서가던 조훈현 9단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역전당하는 장면.

장면도1 (조훈현을 수렁에 빠뜨린 묘수)

우하 일대에서 한창 전투를 벌이던 뤄시허 9단이 응수타진 삼아 백1로 끊어보았는데, 이때 흑2로 호구친 것이 과민반응. 4자리에 이어두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곳이었는데, 1집이라도 이득보려고 강퍅하게 버틴 것이 평지풍파를 불렀다.

백7때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해 하던 조훈현 9단, 백9를 보자 순간 낯이 흑빛으로 변한다.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국후 조9단은 "백9의 묘수를 전혀 생각치 못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실전진행1 (흑, 치명상을 입다)

백2로 넘어가자 졸지에 하변 흑 전체의 생사가 도마에 올랐다. 백4때 흑5로 반토막만 살릴 수 밖에 없는 것이 흑의 비극.

백6으로 흑 넉점이 뭉텅 떨어져나가서는 흑이 치명상을 입은 모습. 이것은 자체로도 손해이거니와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전체가 미생이던 백대마(○)가 안정함으로써 백은 곳곳에서 큰소리치며 싸울 수 있게 됐으며, 흑의 권리로 여겨지던 흑A의 끝내기도 눈녹듯 사라졌다.

이때부터 흑의 '지옥'이 시작됐다.

참고도1 (흑대마 함몰)

흑이 하변 전체를 살릴 수는 없다.

가령 흑1로 먹여친 다음 흑7로 잇고 자체 도생을 시도해보아도 백10으로 먹여치면 두 집이 못나지 않는가.

 

 

장면도2
(역전극의 시발점)
장면1에서 흑이 실족한 이후 흐름은 단연 백의 바둑.

관전자나 해설자, 당사자 모두 "사실상 바둑은 끝났다"고 체념한 가운데 종국을 맞고 있었는데, 백이 중앙에서 크게 보태주어 형세가 근접했다. 그러나 역전에는 아직도 어림없는 상황.
그런데 이때부터 불가사의한 백의 '자멸극'이 시작된다.


백6이 웃지 못할 해프닝. 이렇듯 백이 자기 집을 메우는 '마이너스 끝내기'를 한 것은 좌상귀에 시한폭탄으로 남아있는 패를 의식한 '팻감없애기' 작업이었는데….
백은 그렇게까지 패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

아무튼 뤄9단은 자신만만한 손길로 백10, 드디어 흑의 목을 치러 가는데….
 

실전진행2 (백, 패를 이기고도 역전패)

백이 믿은 팻감은 백2. 그리고 좌상 흑돌을 들어내면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결정적인 오산이었다.

흑13까지 좌상과 우상을 맞바꾸는 대형 바꿔치기 결과 도리어 흑의 반집승이 확정된 것이다.

<303수 끝, 흑 반집승>


참고도2 (가만 놔뒀으면 백 필승)

사실 좌상귀 패는 백의 입장에서는 꽃놀이패이므로, 흑의 입장에서는 대책이 없다.
즉, 이 패를 흑이 이기려면 A로 들어가 B로 따낸 후 또다시 C로 들어내야 하므로 자체 해결이 안되는 것이다. 따라서 흑은 그저 목을 빼고 처분만 기다릴 뿐.

따라서 백으로선 굳이 이 패를 이기려들 것이 아니라 가만 놔두었으면 흑이 더욱 곤혹스러웠다. 흑이 이 패 부담을 해결하려면 자기집을 메우면서 팻감(×)들을 없애야 하므로 백은 앉아서 바둑을 이길 수 있었던 것.

그런데, 실전에서는 도리어 백이 자기집(D)을 메우는 손해를 보아주었으니, 흑에게 승리의 밥상을 갖다 바친 격 아닌가.


○왕레이(王磊) 8단 ●최명훈 8단

'부자몸조심'이 낳은 역전패

장면도1
(최명훈의 해머펀치)

최명훈 8단이 중국랭킹 1위 왕레이 8단에게 통렬한 해머펀치를 날려 다운을 빼앗는 장면.

방대한 흑진의 심장부에 과감하게 뛰어는 백1·5가 흡사 마샤오춘(馬曉春) 9단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백이 이런 다단계 침공작전을 펼친 것은 그만큼 형세가 불리하다는 반증. 그리고 백의 게릴라작전은 곧 흑의 철퇴를 맞는데….

흑10이 무례한 게릴라군의 명맥을 끊는 필살의 일격! 이로써 백은 호흡곤란에 빠졌다.

실전진행1 (흑, 우세확립)

응수가 궁해진 백은 고심 끝에 백5로 변신을 꾀한다.
그러나 흑16까지 게릴라군을 섬멸해서는 흑의 우세가 확립되었다.

참고도1 (백, 망함)

흑▲의 치중 한방에 백은 살 길이 보이지 않는다.

가령 백1로 수단을 꾀해보아도 흑2·4가 냉정한 응수여서 백 별무신통.
이 결과는 물론 실전보다도 훨씬 못해 (백의 입장에서) 사실상 흑승이다.

 

장면도2
('부자몸조심'이 패착)

그런데 형세를 너무 낙관한 탓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최명훈 8단에게서 '부자몸조심'의 완착이 튀어나오고, 순식간에 바둑도 역전된다.

흑8이 패착. 좌변 끝내기도 할 겸 좌상변 흑대마의 안전을 도모한 것인데, 초점에서 빗나갔다. 이토록 '추위'를 탈 만큼 넉넉한 형세는 아니었다.

백17로 나가자 갑자기 흑의 보고인 중앙이 무너지는 소리~.

 

실전진행2 (봇물터진 중앙)

뒤늦게 중앙을 막아보려 하지만, 백6~10으로 요리조리 헤치고 나와 흑은 중앙에서 엄청난 선수 끝내기를 당했다.
이렇게 볼일 다본 다음 반상최대의 곳 백18로 끊어잡으니 어느새 흑이 덤을 내지 못하는 형세!

실로 허망한 종결이었다.

<208수 끝, 백 2집반승>


참고도2 (쉬운 승리의 길)

당연히 흑1 정도로 중앙을 지킬 곳.

그랬으면 흑 우세였으며, 최명훈의 주특기가 종반 끝내기임을 감안한다면 흑승을 장담해도 될 만했다.




○왕위후이(王煜輝) 7단 ●창하오(常昊) 9단

'new王 스타'의 타개솜씨와 순발력

 

일본에서 활약중인 왕리청(王立誠), 왕밍완(王銘琬), 그리고 좀전에 소개한 왕레이 등 바둑계에는 王씨 고수들이 많은데, 이번 대회에서 또 한면의 새로운 '王스타'가 탄생했다.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로 4강까지 뛰어오른 왕위후이 7단이 그 주인공. 특히 중국의 에이스 창하오 9단을 상대로 눈부신 타개솜씨와 순발력을 과시했다.

장면도1
(조훈현도 못본 묘수)

공룡같은 백대마(○)의 생사가 경각에 달린 장면. 이 때 백2·4라는 뜻밖의 묘수가 터졌다.
백2는 일견 하수의 '비틀행마' 같았는데, 이 수를 찬찬히 살펴보던 검토실의 조훈현 9단이 "기막힌 묘수!"라고 비명을 질렀다.

 

실전진행1 (완전한 연결)

흑1·3으로 나와끊었으나, 백4·6으로 몰고나오니 도리어 쫓던 흑대마가 안에 갇힌 꼴.

객쩍은 입맛을 다시며 흑7로 물러섰으나, 백8까지 완전무결하게 연결돼서는 흑은 대마를 쫓아 얻은 것이 없다.

그리고 이처럼 백이 깨끗이 연결되자 백12로 치고나가는 수가 성립해 흑은 곤경에 빠졌다. 이로써 백 우세!


참고도1 (흑, 무리)


백2때 흑3으로 차단하고 싶지만, 백4를 당하면 도리어 흑이 보따리를 빼앗길 신세가 된다.

다음 백A로 석점 잡는 수와 B의 차단이 맞보기. 백A로 차단되면 물론 가운데 흑대마가 먼저 잡힌다.

 

장면도2
(시간연장책이 패착)

왕위후이가 승리를 굳히는 장면.

이번에는 상변 백대마(△)가 몰리고 있는데, 여기서 초읽기에 몰린 창하오가 무심코 흑4로 치중했다. 물론 시간연장책. 그러나 절대선수인 줄 알았던 이 수가 마지막 찬스를 놓친 통한의 패착이 될 줄이야.

우상을 외면한 채 과감히 백5로 살아나오자 흑의 마지막 찬스는 날아갔다.


 

실전진행2 (백, 승리 확정)

계속해서-
흑은 할 수 없이 흑9로 우상귀를 잡았으나, 상변 대마를 모두 살려나온 백이 '보너스'로 백12로 잡자 백이 넉넉한 형세.

백승이 확연해졌다.

<242수 끝, 백 불계승>


참고도2 (흑의 마지막 찬스)


한눈 팔 것이 아니라 즉각 흑1로 추궁할 찬스. 그랬으면 흑5까지 백△들을 고스란히 잡을 수 있었다.

이랬으면 자신이 없었다는 것이 국후 왕휘후이 7단 본인의 자평이었다.


<울산=TYGEM/특별취재반>

TYGEM / tyg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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