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9단(오른쪽)이 자신의 천적으로 불리던 저우허양 9단을 꺾고 춘란배 4강에
진출했다.
이창호가 '천적' 저우허양(周鶴洋)의 벽을 넘어 4강 고지에 올랐다.
12월 26일 중국 선전(深川) 양광(陽光)호텔에서 열린 제4회 춘란(春蘭)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서 이창호 9단은 중국의 저우허양
9단을 꺾고 4강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함께 출격한 조훈현 9단은 일본의 신흥강자 하네 나오키(羽根直樹) 9단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고 탈락했다.
2002년 연말을 장식할 최대 빅카드로 뜨거운 관심을 모은 이날 저우허양 9단과의 4강전에서 이창호 9단은 초반부터 발빠른
실리작전으로 우위에 올라선 후 저우9단의 중앙 승부수를 적절히 무력화시켜 완승을 거두었다. 지금까지 저우허양 9단과의 통산전적에서
1승3패로 뒤져있던 이창호 9단은 오늘 승리로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저우허양 징크스'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조훈현 9단은 최근 일본 천원전 2연패에 성공한 하네 나오키 9단을 맞아 초반 하변 전투에서 어이없는
실족을 범해 일찌감치 비세에 몰린 끝에 143수만에 불계패를 당했다. 12월 들어 대국일정 폭주에 따른 과로와 몸살로 최악의
컨디션을 보였던 조9단은 이날도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한편, '중국 VS 일본'의 맞대결 구도로 펼쳐진 또다른 준결승 두 판은 중국 '6소룡'의 간판 창하오(常昊) 9단과 뤄시허(羅洗河)
9단이 일본의 신예맹장 장쉬 7단과 유키 사토시(結城聰) 9단을 나란히 제압함으로써 중국측의 완승으로 끝았다.
이로써 제4회 춘란배는 중국 2명, 한국 1명, 일본 1명의 배합으로 4강 멤버가 결정되었다.
중국이 주최하는 유일한 세계대회인 이 대회에서 3회 대회를 치르는 동안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해 국내 바둑팬들을 실망시켰던 중국으로서는
이번 4강에 에이스 창하오와 컨디션 절정의 뤄시허를 진출시킴으로써 첫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키우게 되었다.
반면, 최근 각종 국제기전에서 극도의 부진을 면치 못했던 일본은 모처럼 세계대회 8강에 3명의 신진 강호를 진출시켰으나, 결국
1명만 생존함으로서 체면 유지에 그쳤다.
■하이라이트
[제4회 춘란배 세계선수권대회
8강전] <2002. 12. 26, 중국 선전(深川)>
○저우허양(周鶴洋) 9단 ●이창호 9단
이창호의 중앙돌파 묘기
90년대 초반부터 10년 가까이 시달려온 '요다(依田紀基)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이창호에게 근래들어 '새로운 천적'으로
급부상한 인물이 있었다. 2001년 국제대회에서 이창호 9단을 연파하며 그 덕분에 한때 중국랭킹 1위까지 치솟았던 저우허양(周鶴洋)이
바로 그 주인공.
그러나 같은 사람과 여러번 두면 둘수록 강해지는 '전략의 대가' 이창호에게 저우허양도 예외없이 더이상 무서운 적수가
아니었다. 지난 봄 농심배 우승결정국에 이어 오늘 춘란배 8강전에서 잇달아 승리함으로써 이창호는 '저우허양 징크스'에서
완연히 벗어난 셈. 오늘 승리는 그런 점에서 또다른 의미가 있었다.
장면 (이창호의
수순의 묘)
정밀한 형세판단을 바탕으로 한 적시의 응수타진과 수순의 묘로 상대의 집모양을 교묘히
삭감하는 데 당대 최고의 실력을 지닌 이창호. 오늘 바둑은 그 진가가 여실히 드러난 한판이었다.
사방 흑(이창호) 실리가 돋보이는 가운데 백이 중앙을 최대한 둘러치는 승부수를 날린 장면. 그러자 이창호
9단은 흑1로 슬그머니 젖혀 응수를 묻는다. 물러설 여유가 없는 저우허양 9단은 백2로 단호히 맞서는데….
이때 기다렸다는 듯 터진 흑3~7이 회심의 연타였다. 수순의 묘를 만끽할 수 있는 이 수로 인해 졸지에
하얀 눈밭에 시꺼먼 연탄물이 스며들고 있다.
실전진행1 (무너진 백의 둑)
백1에는 다시 흑2·4가 준비된 수순. 백5를 기다려 흑6으로 몰아버리니 크게 수가 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