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9단(오른쪽)이 창하오 9단을 꺾고 춘란배 결승에 진출, 하네 나오키 9단과 결승을 다투게 됐다.
'세계넘버원' 이창호가 춘란배 결승에 오르며 2002년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12월 28일 중국 선전(深川) 양광(陽光)호텔에서 열린 제4회 춘란(春蘭)배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이창호 9단은 중국의
에이스 창하오(常昊) 9단을 시종 리드한 끝에 228수만에 불계승을 거두었다. 이로써 이9단은 뤄시허(羅洗河) 9단을 꺾고 생애
첫 결승무대에 오른 일본의 하네 나오키(羽根直樹) 9단과 내년초(결승 일정·장소 미정) 결승3번기를 벌이게 되었다.
한·중의 에이스 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날 대국에서 백을 잡은 이창호 9단은 초반 좌상 전투에서 강력한 카운터펀치를 작렬시키며
흑 다섯점을 잡아 일찌감치 우위에 선 후 안정된 국면운영으로 완승을 이끌어냈다. 7집반의 큰 덤을 의식한 나머지 초반부터 의욕적인
신수법을 구사했던 창하오 9단은 좌상 전투에서 손실을 입은 후 여기저기서 승부수를 날리며 맹추격을 벌였으나, 이9단의 완벽한
마무리에 막혀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오늘 승리로 이창호 9단은 창하오 9단과의 통산전적을 17승4패로 더욱 벌리는 한편, 내년 1월 두 기사가 맞붙게 되는 도요타덴소배
결승의 전망을 한층 밝게 했다.
한편 동시에 벌어진 또 한판의 준결승전에서는 일본의 신흥강호 하네 나오키 9단이 중국 '6소룡' 기수 뤄시허 9단을 일찌감치
불계승으로 제압하고 결승 고지에 선착했다. 이틀 전 거함 조훈현 9단을 격침시키는 파란을 일으켰던 하네 9단은 이날 상변 전투에서
뤄시허 9단의 무리수를 잘 응징해 대마를 잡고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76년생으로 이창호 9단보다 한 살 어린 하네 나오키 9단은 과거 왕좌를 지낸 노장 하네 야스마사(羽根泰正) 9단에 이어 '부자
타이틀홀더'의 진기록을 세운 신진강호. 얼마전 일본 천원전 2연패에 성공하는 등 그동안 일본내에서는 유망주로 각광받았으나, 국제무대에서는
'무명'에 가까웠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과 중국의 강호들을 연파하고 일약 결승까지 올라 최근 국제무대에서 망신살을 뻗쳤던 일본바둑의
체면을 한껏 살려준 셈이다.
한편, 중국이 주최하는 유일한 세계대회인 이 춘란배에서 그동한 한번도 우승하지 못해 자국 바둑팬들 애태우던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두명이나 4강에 진출시키며 첫 우승의 꿈을 불태웠으나, 결국 두명 모두 4강에서 탈락함으로써 또다시 우승에 실패했다.
오늘 승리로 이창호 9단은 이미 결승에 올라있는 1회 도요타덴소배에 이어 최근 2개 세계대회에서 연달아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2002년 한해 국내 6관왕에도 불구하고 세계대회에서 한번도 우승하지 못한 이9단으로서는 그 한풀이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
세계대회 통산 13회 우승에 빛나는 이창호 9단이 2003년 새해 벽두 연이어 벌어지는 세계타이틀 결승무대에서 V행진을 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