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를 KO시킨 '쎈돌'의 일발필도 초미의 관심을 모은 이-이 대결은 공교롭게도 두 기사의
기풍을 반영하 듯 '이창호의 타개 VS 이세돌의 공격' 구도로 벌어졌다. 결과는 이세돌의 KO승!
그러나 그렇다고 이 바둑이 이세돌 3단의 일방적인 승리는 결코 아니었다. 중반까지는 이창호 9단의
빈틈없는 국면운영이 돋보여 검토실도 대부분 "백을 쥐고 싶다"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부동심(不動心)의 표상
이창호도 역시 이세돌 앞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까. 평소 그토록 빼어난 타개솜씨를 과시해온 이9단이 중반 승부처에 경직된
행마를 범한 끝에 단 한방의 KO펀치를 맞고 녹다운되고 말았으니….
"대마는 죽지 않는다. 살기만 하면 이창호의 명국이다"라는 검토실의 예견이
이토록 쉽게 빗나갈 줄은 몰랐으리라. 역시 그래서 바둑은 '적당한 긴장감'이 중요한 변수가 되는 '심리적 게임'인가 보다.
백1로 찝은 것이 날카로운 적시타! 응수가 궁해진 이세돌 3단은 흑2로 허공을 전전했으나,
백3으로 귀가 떨어져서는 실리의 손실이 크다. 흑4로 위협사격에 나섰으나, 백5가 검토실의 찬탄을 받은 묘착.
이로써 1라운드 접전은 이창호의 성공으로 끝난다.
참고도1-1(흑, 곤란)
이세돌이 귀를 포기한 사연.
백1에 흑2로 받고 싶지만, 그러면 백5의 끼움수가 성립한다. 흑6에는 백7이 이어진
맥점으로 백은 꼼짝없이 양분.
참고도1-2(묘수인 이유)
백△가 묘수인 이유.
흑1따위로 차단 겸 보강하더라도 백2·4면 간단히 연결된다. 그러고나면 B, C 따위의
약점만 남지 않는가.
그렇다고 흑이 아래쪽을 지킨다면 백A의 도강이 성립한다.
실전진행1(이세돌의 과감한 승부수)
좌변전투에서 실패한 이세돌 3단은 한참을 끙끙 앓더니 이내 중앙 쪽으로 손을 돌린다.
흑1·3이 과감한 작전. 좌하귀에서의 수단을 싹싹하게 포기하면서 중앙 공격에 승부를 걸겠다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삼진을 감수하더라도 홈런을 노리겠다는 풀스윙이라고 할까.
그리고 이처럼 무모해보이는 승부수가 마침내 멋지게 적중해 대형홈런을 연출할 줄이야.
참고도1-3(귀의 뒷맛)
사실 흑▲는 잡힌 돌이 아니다. 장차 흑1~5의 수단여지가 남아있는 것.
그런데, 이처럼 '현찰'같은 수단을 과감히 포기한 채 '어음'같은 중앙 공격을 택하다니,
이세돌의 스케일과 강심장은 역시 대단하다고 할 밖에….
장면2(이세돌의 KO펀치)
우하쪽 백대마의 사활이 승부의 관건으로 떠오른 상황. 그런데, 이 대마는 좀처럼 잡힐
모습이 아니고, 또 집으로는 백이 월등히 앞선 형국이어서 당시 검토실에서는 '백 우세'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또한
그 당사자가 다름 아닌 이창호임에랴. 그런데, 이창호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 무너지는 사건이 일어났으니….
백1에 흑2가 안형의 급소! 일단 이곳을 맞고 보니 백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듯하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괜찮았는데, 다음 순간 등장한 백7이 허망한 패착이었다.
순간 먹이를 만난 독수리처럼 이세돌의 눈빛이 번뜩이더니 이내 흑8이 꽂혔다. 필살의 일격!
이 한방에 백대마가 휘청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진 것이다.
참고도2-1(검토실 의견)
결과론적으로 백A로 틀을 잡은 수로는 백1·3으로 모양을 잡는 것이 더 나았다.
이것이 당시 검토실이 그린 그림.
참고도2-2(백, 곤경)
흑▲에 백은 응수가 궁하다. 제일감은 백1로 틀을 잡는 것인데, 흑2~6이 강력한
후속타로 급기야 백은 응수두절!
다음 백A는 흑B로 안되지 않는가.
참고도2-3(백의 최선)
따라서 백A로 이은 수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가령 백1로 기대기전법을 펼친다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