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삼성화재배 결승1국 하이라이트]
투혼과
기백이 맞부딪친 파란만장의 4막5장
'귀신이 돕는 승부사' 조훈현 9단과 '중국의 희망' 왕레이(王磊) 8단이 벌인 제7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1국은 결국 조훈현 9단의승리로 끝났다.
한·중 양국 바둑계의 자존심이 걸린 건곤일척의 승부여서일까. 이날 대국은 세계대회 사상 최장
수수 기록이 경신될 만틈 시종 전투와 패싸움으로 이어진 실로 파란만장한 일국이었다.
사연과 곡절도 많았던 혈투,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화장실 갈 틈도 허용치 않은
불꽃튀는 명승부, 조훈현의 투혼과 왕레이의 패기가 정면충돌한 4막5장의 승부처를 조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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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9단 VS ●왕레이(王磊) 8단 <2003.
1. 13, 중국 베이징, 351수 끝, 백 12집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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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바둑황제의 위기 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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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초반 KO패의 위기를 딛고)
이날 바둑에서 기선제압의 찬스를 맞이한 쪽은 왕레이 8단. 그 문제의 장면이다.
흑1로 씌우자 일견 ○들이 갑갑해보여 백의 고전 양상.
조9단은 백4로 건너붙여 역습에 나섰지만, 흑9의 빈삼각이 뜻밖의 강수여서 조9단은 20분 가까이 끙끙 앓게 된다.
자, 여기서 조훈현은 어떻게 위기를 벗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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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1(백, 지리멸렬)
백1로 막고 싶지만, 흑2로 끊기는 순간 대책이 없다.
백5로 맞서야 하는데, 흑6으로 먼저 끊어둔 다음 흑8로 잡아버리면 백은 우변에 실리만 허용한 채 상변과 중앙이 양분되어
지리멸렬한 모습.
이래서는 물론 백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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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진행1(백, 수습성공)
백1로 뻗은 것이 조훈현 9단의 고심의 일착!
그런데, 이것이 뜻밖에도 유력한 임기응변이었다.
흑12까지는 외길수순.
물론 흑으로서도 백○들을 품에 넣으며 적지 않은 실리를 확보했지만, 백도 7·13으로 잇달아 빵때림하며 제공권을 장악해
생각보다는 잘 풀린 셈이다.
선악을 떠나 일단 조9단이 적절한 임기응변으로 초반 KO패의 위기에서 벗어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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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승기를 잡은 바둑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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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2 (과속행마에 딱지끊은 조훈현)
초반 위기를 모면한 조훈현 9단이 승기를 휘어잡는 장면.
백1로 공격의 나팔을 울리자 하변~중앙의 흑대마가 꽤 추워보인다. 왕레이 8단은 기세좋게
흑2로 품을 넓혔는데, 이 수가 고전을 자초한 과욕이었다.
백3이 통렬한 급소 일격! 이어 백7·9가 절묘한 맥점이어서 일순 흑이 곤경에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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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진행2(백, 우세확립)
백2로 몰자 결국 패가 발생했다. 그러나 흑대마 전체가 걸린 꽃놀이패가 나서는 일거에
흑의 위기!
팻감으로 백10·12를 연타해 백의 승세가 확연하다. 안방 실리를 내준 채 부평초
신세가 된 흑의 몰골이 너무나 비참해 이즈음 중국 검토진에서는 안타까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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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2 (안전한 대마보강)
흑2로 튼튼히 지켜두었으면 흑대마는 안전하다. 이랬으면 아직 앞길이 창창한
긴 바둑의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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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평지풍파로 다시 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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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3 (지나친 손바람)
백1·3으로 흑의 안형(眼形)을 핍박하면서 몰아세워 백의 호조가 무르익고 있다.
그런데 손바람이 지나쳤을까, 다음 순간 조훈현 9단의 실착이 등장한다.
백5가 긁어부스럼의 과수. 흑A로 이어주기를 기대했으나, 흑6으로 반발하자 백은 갑자기
머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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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진행3
(혼전의 양상으로)
돌의 체면상 백1·3으로 늘었는데, 흑4·6으로 자세를 잡아 백도 만만치 않아졌다.
백7도 기호기세(騎虎之勢)의 한 수이나, 흑8의 역습을 당하자 백의 압승지세가
눈 녹듯 사라지며 졸지에 혼돈의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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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3 (백의 낙승코스)
여기서는 브레이크를 밟고 한 숨 돌리는 침착성이 필요했다.
일단 반상최대의 곳인 좌하귀를 백1·3 정도로 살려 실리의 균형을 맞추어놓았으면, △의
뒷맛도 있어서 거의 백의 선수. 이랬다면 백의 낙승국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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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오락가락하는 승부의 저울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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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4 (또 기회놓친 조훈현)
좌변과 우변에서 번갈아 패싸움이 일어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난전의
형국.
더구나 이즈음 두 대국자 모두 1분 초읽기에 몰린 상황이라 백척간두의 상황. 그런데, 여기서 조훈현 9단은 쉽게 이기는
코스를 또한번 스쳐 지나간다.
흑1로 패를 따내자 팻감이 마땅치 않던 백은 백2로 따내 응수를 묻는다.
골치가 아파진 왕8단은 일단 흑3으로 잇고 마는데, 이 수가 실착이어서 조9단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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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백14가 욕심사나운 수! (이세돌 3단은 이 수를 가리켜 '덜컥수'라고 표현.)
흑15로 끊어잡는 순간, 침체해있던 중국 검토진에서 '와!'하고 환호성이 터졌다. 줄곧 수세에 몰리던 왕레이가 드디어 승기를 잡은
것.
참고도4 (백, 필승코스)
백B로 둔 수로는 알기쉽게 백1로 끊을 것. 그랬으면 일단 상변과 중앙 흑대마를 포획한
실리가 워낙 크지 않은가. 그런 다음 백A와 B를 맞보기로 삼았으면 백의 우세였다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실전은 조9단이 초읽기에 몰려서 정밀한 계가를 하기 어려운데다 기세가 충만한
나머지 쉽게 이기는 코스를 저버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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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진행4
(형세역전, 흑 우세)
뒤늦게 백1로 따냈으나, 흑2로 응수하고 보니 거의 1수 차이가 나는 모습.
백8로 꽉잇자 좌하귀 백은 거저 잡히고 우변 백은 패로 목숨을 구걸해야 하는 형국이 되어 전세의 주도권이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
이래서는 백의 패색이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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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근성과 집념의 재역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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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5 (재역전의 종착역)
마지막 종착역.
일견 좌하 백을 거저 죽이고 백1·3의 패로 구구도생하는 신세가 된 백의 심경이 참담해
보인다.
그런데, 무심코 응수한 흑4·6이 패착이 될 줄이야…. 그래서 이 바둑이 난해한 접전이었다는
것이다.
백7이 재역전의 견인차가 된 회심의 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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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진행5 (백승 확정)
흑1로 따낼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 흑이 절대 유리한 이단패인줄 알았다. 그런데, 백4로
따내자 흑도 만만치 않게 된 것 아닌가.
흑5가 불가피할 때 백6·8로 흑 다섯점을 따내면서 조9단은 '승리예감'을 했다고 술회했다.
과연 백12까지 진행돼서는 백승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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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5(적의 급소는
나의 급소)
백3때 먼저 흑4를 선수했으면 흑이 지는 일은 없었다. 이곳은 팻감 관계나 실리상으로도
안팎으로 큰 차이가 나는 곳.
'적의 급소는 나의 급소'라더니 그 평범한 경구가 결국 혈투의 최종 운명을 결정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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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TYGEM/특별취재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