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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배 세계기왕전

LG배 2회전 하이라이트①

승패의 명암을 뒤바꾼 묘기 퍼레이드

2003-06-20 오후 7:31:09 입력

백대현 5단의 말대로 이번 LG배 본선2회전은 유난히 흥미진진한 판이 많았다.

낙승이 예상되던 이창호 9단 판이 막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대마를 때려잡은 것 같았던 유창혁 9단이 되레 대마를 잡히고, 절망적이라던 송태곤 4단 판이 반집승부가 되고…, 단명국으로 끝날 것 같던 이세돌 7단 판이 미세한 계가바둑으로 어울리고….

시종 손에 땀을 쥐게 한 명승부의 하이라이트를 모아본다.


폭파전문가를 폭파한 이창호

○이창호 9단 ●조치훈 9단
<198수 끝, 백 불계승>


오랜만에 만난 두 기사는 예전에도 그랬듯 신중한 반면운영에 역전을 주고받는 열전을 벌였다. 그러나 통산전적 '2승6패'가 말해주듯 '이창호 콤플렉스'에 시달려온 조치훈은 끝내 마지막 찬스를 살리지 못한 채 허무하게 무너졌다.

특히 막판 이창호가 중앙의 시커먼 '연탄공장'에서 수를 엮어내는 장면은 진기명기 베스트에 꼽힐 만한 백미였다.

장면(이창호의 '꿰매기')

시종 여유있게 리드해온 이창호 9단이 상변 접전에서 욕심을 내다 큰 손해를 자초해 역전을 당한 상황.

평범한 끝내기로는 어렵다고 느낀 이창호 9단은 초읽기의 와중에 백1이라는 최강의 승부수를 던진다.

그리고 흑2로 기다려 이윽고 '중앙초토화'의 마각을 드러낸다. 백5~15가 노골적인 수 옭기.

이런 장면을 바둑 속어로 '꿰맨다'고 하는데, 평소 수나는 걸 보고도 참곤 했던 이창호 9단이 이처럼 상대진영에서 통째로 '꿰매기'에 나서는 자체가 화제거리이다.

자, 과연 여기서 어떤 수가 있을까?

참고도1(흑, 걸려들다)

흑1로 나가는 것은 백2의 장문이 기다린다.
흑3·5로 저항해보아도 백12에 이르러 촉촉수.


실전진행(폭파된 '폭파전문가')

예상치 못한 백의 도발에 당황한 조치훈 9단은 초읽기에 쫓겨 흑1로 황급히 젖혔는데, 이 수가 패착이 되고 말았다.

백4로 시간을 번 다음 백6으로 되젖힌 수가 회심의 묘착! 백8에 이르러 흑은 응수가 두절됐다. 흑11·13에 백14로 몰아 드디어 중앙 흑진이 폭파되는 참사가 일어났다. (다음 흑A면 백B로 연결)

'폭파전문가' 조치훈이 자신의 특기를 거꾸로 당한 사실이 무척 아이러니컬하다.


참고도2(꽃놀이패)

백1의 되젖힘에 흑2·4로 따내는 것은 순진한 수. 백5로 되몰 때 응수가 없다.
흑6가 불가피할 때 백7이면 꽃놀이패 아닌가.


참고도3(흑, 파탄)

백1로 끊었을 때 흑2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이 흑의 고민. 백7까지 촉촉수로 흑 파탄. A에 이을 수 없는 것이 흑의 비극이다.

그렇다면 흑은 정말로 대책이 없었을까? 실전처럼 수가 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일까?

이창호의 대답은 'NO'였다. 조치훈 9단도, 자신도 초읽기에 몰려 큰 착각을 했다는 것이다.


참고도4(이창호가 제시한 정답)

국후 이창호 9단에게 직접 물어보자 그는 흑2라는 정답을 제시했다. 즉, 백1때 흑2로 들여다보았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백3으로 잇는다면 흑4·6로 솔솔 나가 백이 안된다. 이랬으면 백이 보태준 손해가 너무 커 흑승.


참고도5(이창호가 착각한 그림)

그렇다고 백3으로 반발한다면 흑4가 준비된 수. 백5로 끊어 얼핏 촉촉수 같지만, 흑10으로 따내 그만이다.

이창호 9단은 당시 바로 이 수를 못보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국후 뒤늦게 이 수를 발견한 그는 이9단은 가슴을 쓸어내렸으리라.



세력을 곤마로 몰아붙인 '쎈돌'의 순발력

○이세돌 7단 ●위빈(兪斌) 9단
<220수 끝, 백 2집반승>


LG배 우승 이후 한동안 페이스가 흔들렸던 이세돌. 그러나 최근 몇 판의 주요 대국에서 역전승하더니 다시 기가 살아났음인가. 오늘 바둑은 특유의 쾌도난마가 돋보이는 그의 명국이었다.

특히 상대의 바늘끝 만한 허점을 파고들어 전단을 구한 다음 강력한 파워로 대세를 장악해나가는 탁월한 전투감각은 단연 압권이었다.

장면(적시의 응수타진)

시작은 흑(위빈)의 페이스였다. 초반 두터운 흑세(●)를 허용하며 상변에서 쌈지뜬 백의 모습이 비참해보였기 때문.

그런데, '백 비세'설이 나돌 무렵, 이세돌 7단은 백1에 이은 백3의 응수타진으로 반전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승리의 불씨가 된 적시타!



참고도1(백, 큰 손해)

△는 교묘한 타이밍.
흑1로 몰아 잡으려 드다면 백2가 얄궂은 응수타진이다. 흑3으로 차단하면 백4·6으로 수가 나버리는 것.

지금은 ○의 물건이 작기 때문에 흑으로서도 이렇게 둘 수가 없다. 그런데-


참고도2(백, 뒤늦은 타이밍)

지금처럼 ○의 물건이 커 버린 상황이라면 백1에는 흑2·4로 아낌없이 버릴 것이다. 물론 이 결과는 백의 소탐대실.

그래서 미리 끊어본 것이 적시의 타이밍 이이란 것이다.


실전진행(이세돌의 쾌도난마)

결국 흑은 1쪽으로 몰 수밖에 없는데, 백6·8로 빠져나온 것이 의외로 강수였다. 흑11의 '빽 행마'가 불가피할 때 백12가 준비된 강수.

백18까지 중앙을 선수로 차단하고 백30으로 거침없이 몰아치니 그 막강하던 상변 흑세력이 어느 틈에 곤마로 전락한 형국. 이후 이세돌 6단은 백A로 흑대마를 맹폭, 승세를 장악했다.

세력을 곤마로 몰아붙인 괴력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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