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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하이라이트/조훈현-이창호 승전보

16강전 하이라이트①

2003-08-30 오전 10:43:06 입력


[제8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16강전]
○송태곤 5단(한국) ●조훈현 9단(한국)

국적을 떠나 이번 16강전의 빅게임으로 꼽혔던 조-송 전은 쌍방 호전적인 기풍에다 지난 연말 연시 벌어진 천원전 결승의 구원(舊怨) 관계까지 얽혀 시작 전부터 치열한 격전이 예상되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초반부터 전투형 대형정석으로 시작하더니 결국 유혈이 낭자한 난타전으로 막을 내렸다. 송5단을 타이틀 홀더로 만들어주어 '송태곤의 은인'으로 불리는 조9단, 그러나 오늘은 용서가 없었다.


장면(조훈현의 무식한 강수)

좌하귀 밀어붙이기 정석에서 시작된 전투가 시계방향으로 돌아 우변에까지 이른 장면. 이때까지는 '흑 고전설'이 나돌았다.

흑1은 비세를 의식한 돌격. 그런데, 여기서 백의 실기(失期)가 잇달아 등장한다.

백6이 KO찬스를 놓친 실착! 백8이 그럴듯 해보였으나, 흑11·13이 의외의 강수여서 막상 백도 만만치 않아졌다.



참고도1(타이슨이 놓친 KO찬스)


A로 둔 수로는 먼저 백1로 들여다볼 자리. 흑2에는 백3이 안성맞춤이어서 졸지에 거대한 흑대마가 곤경에 빠진다.
설령 살아간다 하더라도 백A를 허용하면 어차피 흑은 지옥.

"진 걸로 생각했지. 이랬으면 바둑이 끝났을거야" 국후 조훈현 9단이 고개를 꺄우뚱거리며 토로한 말이다. 전투감각이 뛰어난 송태곤 5단이 이처럼 손쉬운 급소를 놓친 것이 의아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실전진행1(역전무드)


백1로 틀어막으려 했으나, 흑2~6으로 연결해버리니 이젠 오히려 백 전체가 엷어 져 국면의 흐름이 완전히 반전되었다.

흑12·14가 뼈아픈 급소로 역전무드!



참고도2(천지대패 발생-흑 유망)


부분적으로는 백1~5로 끊어돌려치는 것이 맥인데, 흑8로 천지대패가 나 백 곤란. 흑에겐 좌하(흑10)과 좌상(A)에 좋은 팻감들이 있지 않은가.

조9단은 흑10·12로 좌하귀를 잡아 흑이 유망한 형세라고 진단했는데, 그래도 백은 이렇게 두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었다고 한다. 실전은 백이 워낙 지옥이었으니까.



실전진행2(백, 자폭의 패착)


흐름이 갑자기 반전되자 당황했을까, 송태곤 5단은 여기서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을 범한다. 백1이 패착으로 지목한 무리수.

흑8이 놓이자 백은 좌우가 갈라지면서 지리멸렬한 모습이 되었다. 흑12까지 양곤마가 돼서는 흑의 압승지세.

공격의 완급조절에 실패한 것이 백의 패인이었다.



참고도3(조훈현이 제시한 급소)


지금은 백1이 공격과 수비를 겸하는 대세의 급소라고 조훈현 9단은 지적했다.
이랬으면 아직 뒤를 알 수 없는 긴 바둑이 되었을 거라면서.





[제8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16강전]
○이창호 9단(한국) ●왕 위후이 7단(중국)


지난해 이 대회 4강까지 오르며 중국돌풍의 주역으로 맹활약한 왕위후이, 이틀전 32강전에서도 루이 나이웨이(芮乃偉)의 강펀치를 잘 받아치며 녹다운시켜 또한번 돌풍을 예고했으나, 세계최강 이창호의 벽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졌다.


장면(이창호의 결정타)

별다른 전투없이 종반으로 돌입하는 국면.
백1에 흑2를 선수한 왕7단은 돌연 좌변으로 기수를 돌린다. 좌변 백대마를 핍박해 뭔가 얻어내자는 공격적 착상.

그러나 흑은 불행히도 별 소득없이 후수만 잡고 말았고, 이것이 승부와 직결됐다.
백21·23이 강타. 아마추어의 실전에서도 흔히 나오는 이 수법이 여기서 결정타가 되었다.



참고도1(흑, 걸려들다)


계속해서-,
흑1·3으로 잡는 것은 백4~10의 절묘한 수순으로 흑이 걸려든다.



실전진행(이창호의 소리없는 강수)


왕7단은 고심 끝에 흑1·5의 최강수로 맞섰다.

'이창호가 과연 어떤 수를 준비하고 있을까'
침을 꼴깍 삼키며 기다리는데, 백6이 떨어졌고, 현지 검토진은 이 수에 무릎을 탁치며 감탄했다.
"이게 확실히 끝내는 방법이구나"

백12까지, 흑진에서 이렇게 큰 집을 지어서는 사실상 승부 끝.



참고도2(흑, 별무신통)


백1의 '소리없는 강수'에 흑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 흑2로 막고 싶지만, 백3~9로 넘어가버리면 백의 실리만 늘어날 뿐.
이래서는 어차피 흑의 집부족이다.



참고도3(이창호가 제시한 그림)


바둑이 끝나자 이창호와 왕위후이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우하귀를 가리켰다.

좌변 쪽을 건드릴 게 아니라 흑1~7로 정리하며 우변을 집으로 굳혀야 했다는 것.
이랬으면 흑은 중앙도 두텁고 해서 아직 긴 바둑이었다는 것이 이창호 9단의 진단.

유성=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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