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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한국바둑 자존심 ‘박영훈에 달렸다’

11월 4일 경산 영남대서 준결승전 돌입

2003-11-03 오전 11:44:41 입력

85년생으로 올해 불과 열아홉살인 신예기사의 어깨 위에 한국의 우승 여부가 달려있다. 박영훈이 한국의 세계대회 7연패 위업 달성을 위해 혈혈단신으로 준결승전에 출정한다.

전세계 바둑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제8회 삼성화재배가 오는 11월 4일부터 대구 영남대에서 준결승전 3번기를 벌인다. 한국은 조훈현 9단,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유창혁 9단 등 유력한 우승후보가 모두 중도 탈락한 가운데 신예 강자 박영훈 4단만이 유일하게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박영훈 4단

한국의 마지막 희망 ‘박영훈’
박영훈의 준결승전 통과 여부는 한국의 세계대회 최다연패 달성과 직결된다. 삼성화재배는 제1회 대회에서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에게 단 한번 우승을 내준 후 이창호, 조훈현, 유창혁의 맹활약에 힘입어 7회 대회까지 6연패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이번 8회 대회마저 우승한다면 대망의 세계대회 7연패 기록을 달성하게 되는 것.

한국은 현재 대부분의 세계대회를 싹쓸이하고 있지만 7연패를 달성한 대회는 아직 없다. 춘란배 2연패, LG배 3연패, 농심신라면배 4연패, 응씨배 4연패 그리고 후지쯔배에서 이세돌 9단의 2연패에 힘입어 6연패를 달성한 것이 최고 기록이다.

하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한국 우승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은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놓칠 뻔한 위기가 수없이 많았지만 그 때마다 조훈현 9단, 이창호 9단, 유창혁 9단으로 대표되는 ‘조-이-유’ 멤버 중 한명이 마지막까지 생존해 우승컵을 지켜냈다.

‘조-이-유’ 모두 빠진 최초의 준결승전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이번 삼성화재배는 ‘조-이-유’가 모조리 탈락한 채 열리는 최초의 준결승전이다. 한국은 지난 대회에서도 조훈현 9단 한명만이 준결승전에 진출해 결국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삼성화재배는 ‘조-이-유’와 이세돌 9단이 빠진 한국이 중·일 선수들을 물리치고 우승까지 갈 수 있을 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시험대다. 한국 선수층이 최정상급 일부 기사들에게 편중된 것인지 아니면 신예기사들까지 포함해 전반적으로 두터운지 확인하는 장이 되는 셈.

‘신예, 세계무대를 주름잡나’
이와 함께 한·중·일에 동시에 불고 있는 신예 돌풍이 세계 무대까지 점령하느냐 하는 것도 이번 준결승전에서 눈여겨 볼 부분.

삼성화재배는 그동안 초단을 비롯해 수많은 신예기사들이 대이변을 일으키며 본선 무대에서 활약한 바 있으나 마지막 결승 고비까지 넘은 기사는 단 한명도 없다. 7회 대회까지 조훈현 9단, 이창호 9단, 유창혁 9단, 요다9단만이 우승컵을 쥐어보았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시에허 5단

이번 삼성화재배 16강전까지만 하더라도 최철한 5단, 원성진 5단, 송태곤 5단, 한종진 5단 등 신예기사들이 대거 진출했으나 8강 고지에서 모두 탈락했다. 때문에 박영훈 4단의 활약과 더불어 중국 시에허 5단 등 10대 기사들이 어떤 승부를 선보일지 주목된다.

그칠 줄 모르는 중국돌풍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또 하나의 관심거리는 중국돌풍이 계속 이어지느냐는 것. 현재 중국 바둑계는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시에허(謝赫) 5단과 후야오위(胡耀宇) 7단이 한국의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을 꺾음에 따라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이다. 더욱이 얼마전 베이징에서 열린 농심신라면배에서 왕레이(王磊) 8단이 2연승 행진을 구가하고 있는 중이라서 그 어느 때보다 세계대회 우승에 대한 기대가 높다.

지난 7회 삼성화재배에서 거세게 몰아닥쳤던 중국 돌풍은 이번 삼성화재배 본선에서는 잠잠하더니 최종 관문으로 접어들면서 다시 부활하고 있는 분위기다. 전력면에서 이미 한국과 대등하다고 자부하고 있는 중국이 ‘조-이-유’가 빠진 절호의 찬스를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후야오위 7단

조치훈 ‘부활의 노래’ 부를까

조치훈 9단의 부활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비록 일본에서 활동을 하고 있긴 하지만 80년대 한국에 바둑붐을 몰고 온 주역 중 한명인 조치훈 9단이 모처럼 진출한 세계대회 준결승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지 한국 바둑팬들의 관심이 높다.

▲조치훈 9단

특히 조치훈 9단은 그동안 세계대회 중요한 길목에서 번번히 조훈현 9단에게 발목을 잡혀 중도 탈락했는데, 이번 삼성화재배에서는 오히려 ‘숙명의 라이벌’ 조훈현 9단에게 역전승을 거두고 준결승전에서 진출해 그 의미가 각별하다.

세계대회에서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일본 바둑계에서도 조치훈 9단에게 거는 기대가 높은만큼 한·일 바둑팬들의 응원을 동시에 받고 있는 조9단이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부활에 성공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 최정상급 기사가 개인과 국가의 자존심과 ‘2억원’의 우승상금을 향해 격돌하는 ‘별들의 전쟁’ 제8회 삼성화재배. 박영훈 4단 VS 시에허 5단, 조치훈 9단 VS 후야오위 7단의 준결승전 3번기로 압축된 삼성화재배 세계바

둑오픈은오는 11월 4·5·7일 대구 영남대학교 특설대국실에서 그 뜨거운 열전을 펼치게 된다.

제8회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은 삼성화재 홈페이지와 타이젬에서 서능욱 9단과 양재호 9단의 명쾌한 해설로 인터넷 생중계 감상할 수 있다.

경산=TYGEM/최철용 a4g@tygem.co.kr


이모저모
한·중·일 선수들 뭐하고 있을까?

대국 영남대 국제관에는 하루 뒤에 얼마나 거친 승부가 벌어질 지 전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평화로운 모습이다. 가을이 무르익었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캠프스 곳곳은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있고 대학생들은 자유분방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박영훈 4단, 조치훈 9단, 후야오위 7단, 시에허 5단. 한중일 선수4명은 대국을 이틀 앞둔 지난 11월 2일 모두 이곳 숙소에 도착, 컨디션 관리에 신경쓰고 있는 모습이다. 그 풍경을 간단하게 스케치한다.

조치훈, 타이젬 대국실 데뷔
모처럼 세계대회 준결승전에 오른 조치훈 9단은 11월2일 일본기자와 함께 준결승전이 열리는 영남대에 도착했다. 조치훈 9단은 여장을 풀자마자 영남대 주변에 온천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혼자 택시를 타고 온천욕을 갔다오는 여유를 보였다.
평소 일본에서도 인터넷바둑을 가끔 두었던 조치훈 9단은 한국 1위 바둑사이트가 '타이젬' 이라는 얘기를 전해듣고는 속소에서 타이젬 대국실에 접속, 직접 대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중에 조치훈 9단에게 승패를 물어본 결과 "다 이긴 바둑을 마우스 미스로 억울하게 졌다"며 분통해 했다. 조9단은 "일본 인터넷바둑은 마우스로 클릭한 후 확인을 해야 돌이 놓이는데 한국은 클릭하자마자 돌이 놓인다"며 "한국 인터넷바둑은 처음이라서 적응을 잘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얘기를 들은 한 대회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가 인터넷 바둑 프로그램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며 확대 해석하기도.

중국선수 '인터넷 없인 못살아'
한중일 선수단 중에서 가장 늦게 영남대에 도착한 중국선수단은 도착하자마자 인터넷 접속부터 급하게 문의했다. 숙소에 있는 컴퓨터가 인터넷에 접속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 후야오위 7단과 시에허 5단은 곧바로 중국 사이트에 접속, 기보 검토에 착수하며 전의를 불태우는 모습.


▲부산 김해 국제공항에 도착한 중국선수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에허 5단, 중국단장 우유린 6단, 후야오위 7단, 통역 유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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