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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신라면배

이모저모/원성진 승리는 '선동렬효과' 덕?

농심배 현지 스케치 ②

2003-11-15 오후 9:10:33 입력

한국 이창호·중국 후야오위 급파, 비상체제 돌입

▲이창호 9단(가운데)과 후야오위 7단(오른쪽)이 최명훈 8단과 함께 검토를 하고 있다.
○…어제 비교적 한산하던 현지 검토실은 오늘(11월 15일)각국 대표팀의 '거물'들이 잇달아 선수단에 합류하면서 시종 활기찬 분위기를 보였다.

당초 왕레이(王磊) 8단(2번)과 저우허양(周鶴洋) 9단(3번) 두 명만 부산에 보냈던 중국팀은 두 기사가 뜻밖에도 1승도 추가하지 못한 채 거푸 탈락하자 14일밤 4번 후야오위(胡耀宇) 7단을 급거 파견하는 분주한 모습.

한국팀도 만약의 사태(원성진 5단이 첫판에서 질 경우 이창호 9단이 17일 10차전에 출전해야 하는)를 대비해 이창호 9단이 14일밤 내려옴으로써 '비상체제'에 돌입.

게다가 원성진 5단을 응원하기 위해 강지성 5단, 이지현 3단 등도 내려와 이날 검토실은 한결 생기넘치는 분위기. 모처럼 열리는 세계 바둑제전을 견학하러온 한국기원 부산본부 연구생들도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한 몫.

이창호, 옛 연구생 동료 류시훈과 검토실 랑데뷰

▲이창호 9단(오른쪽)과 류시훈 9단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4일 밤 친구 최명훈 8단과 함께 현지에 내려온 이창호 9단은 오랜만에 옛 동료 류시훈 9단(일본팀 3번 대기중)과 해후하자 퍽이나 반가운 표정.

나이로는 류시훈 9단이 네 살 많지만, 두 기사는 과거 한국기원 연구생 시절 가장 촉망받는 유망주로 꼽혔으며 우의가 각별한 것으로 유명하다.

14일 밤 저녁을 함께한 두 기사는 15일 검토실에서도 역시 연구생 동료였던 최명훈 8단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검토에 열중, 검토실 분위기를 주도하기도.


매니저(?)에서 선수 본연으로 돌아간 류시훈

○…한국말과 일본말 모두 유창한 류시훈 9단은 쾌활·친절한 성격과 빼어난 유머감각으로 검토실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그의 명쾌한 해설과 일본어 솜씨 덕분에 가장 많이 덕을 본 사람은 다름 아닌 기자.
다음은 류시훈 9단이 남긴 말·말·말이다.

"저는 매니저 겸 통역이예요"
-고바야시 9단이 연승행진을 계속하자 자신은 이번 부산시리즈에선 한판도 못 두고 돌아갈지도 모른다며.

"마음은 한국 선수에 있지만, 그래도 팀 동료를 응원해야되지 않겠습니까?^^"
-박지은:고바야시 전 당시 누굴 응원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데, 그러던 그도 한국이 위기에 몰리자 15일 원성진:고바야시에서는 '노골적'으로 원5단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수는 한 20집 이겼을 때 (안전책으로) 두는 수인데…."
-6차전에서 박지은 4단이 중반 들어 느슨한 수를 연발하자.

"5분전 화면으로 되돌려 두면 백승입니다."
-원성진 5단과의 8차전에서 고바야시 9단이 종반들어 5분 사이에 실착을 연발하며 무너지자.

"역시 4일 연속 이기는데는 체력의 한계가 있나?"
-고바야시 9단의 4연승 실패가 가시화되자.

일본 3번으로 대기중인 류시훈 9단은 2라운드 마지막날인 17일 원성진:후야오위 승자와 10차전을 두게 됨으로써 결국 '선수' 본연의 위치로 돌아간 셈.

"이창호 몸풀자 일본 연승 제동"
○…공교롭게도 이창호 9단이 부산 현지 대국장에 오자마자 한국팀이 첫 승을 거둔 데 대해 '선동렬 효과'라는 색다른 해석이 제기되기도.
과거 선동렬 투수가 특급 마무리로 용명을 떨칠 무렵 선동렬이 불펜에서 몸만 풀고 있어도 부담이 되어 상대팀 방망이가 얼어붙곤 했다는 것인데, 세계최강 이창호 9단이 현지에 모습을 나타낸 것 자체로 한국팀의 사기를 높이고 상대팀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설.
이9단이 도착하기 전 이 말을 했던 검토실의 박승철 3단은 원성진 5단의 승리 직후 "정말 그러네요"라며 웃음.

승자·패자 뒤바뀐 복기 장면

▲원성진 5단(오른쪽)과 고바야시 9단의 복기 장면.
○…8차전 직후 20분 정도 진행된 원성진 5단과 고바야시 9단의 국후 복기는 흡사 승자와 패자와 뒤바뀐 듯한 진풍경을 연출.

승리를 눈앞에 두고 역전패한 고바야시 9단이 자신의 실착과 완착을 잇달아 지적하며 큰 소리로 아쉬워하는 반면, 원성진 5단은 막판 역전승이 다소 무안한 듯 멋적은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여 극명한 대조.

실제 원5단은 "종반 이후 어떻게 두어도 흑이 지는 바둑이
었다"면서 겸손해 해 아깝게 패한 고바야시 9단으로선 꽤 위안(?)을 받았을 듯.

부산=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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