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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신라면배

인터뷰/류시훈 "한동안 뜸했었죠"

일본 3장으로 출전하는 류시훈 9단 인터뷰

2003-11-17 오전 10:02:04 입력

류시훈이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한국인으로서 일장기를 달고 한국 선수와 맞대결하는 그의 기분은 좀 묘했으리라. 검토실에서 이창호·최명훈 등 한국 기사들과 어울려 검토에 한창인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쾌활한 생각에 뛰어난 언변의 류시훈 9단은 팀 동료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 9단이 연승행진을 하는 동안 줄곧 검토실을 지키며 명쾌한 해설로 기자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사실 '일본팀 3장의 임전소감 한 마디' 들으려는 인터뷰였는데, 긴 시간 적극적이고 성의있는 자세로 응해 여느 한국 기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인터뷰라기보다는 자연스런 대화였다고 할까.

류시훈 9단은 현재 도쿄(東京)시내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미다카에서 자취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팀 3장으로 출전하는데, 기분이 어떤지요?

▶대회 후반에 접어들고 있고 남은 기사들이 모두 강자들이라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지요.

-목표가 있다면….
▶특별한 목표같은 건 없습니다. 단체전에는 첫 출전이거든요.
아시다시피 일본은 국내 타이틀 분포에 따른 서열제가 확고합니다. 즉, 빅 타이틀을 갖고 있어야 국제대회에 배정이 되지요. 고바야시 9단이나, 저나 일본 국내 빅타이틀 보유자들이 일정 문제 때문에 대타로 나오게 된 셈인데, 저로서는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팀의 앞 타자 고뱌야시 9단이 3연승을 올렸는데….
▶^^ 아마도 저를 비롯한 뒷 타자들이 미덥지 못해서 많이 이긴 모양입니다. 앞에서 많이 이겨주면 저는 부담이 덜어져서 고맙다고 생각했지요.

-한국인으로서 일본대표로 나오니 기분이 좀 묘할 텐데요. 어느 팀을 응원하십니까?
▶그거야 제가 속한 팀을 응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재까지 일본팀이 1위로 앞서나가고 있는데, 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이번에는 일본팀에 우승할 것 같은지요.
▶그동안 이 대회에서 워낙 부진했던 터라 일본 선수들이 기합을 넣어 열심히 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이후가 문제요. 일본팀은 뒤에 남은 분들이 노장인 반면, 한국팀과 중국팀은 젊은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최종 우승의 향배는 아직 미지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일본팀에서 '젊은 선수'에 속하는 류시훈 사범이 잘 해야겠네요.
▶하하. 선배님들을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 자신도 열심히 해야겠지요.

-원성진 5단과 후야오위 7단 가운데 누구와 붙게 될 것 같은지, 누굴 만났으면 좋겠는지요.
▶누구와 붙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계속 행운이 따르고 있는 상대를 만나면 더 힘이 들겠죠? (원성진 5단의 잇단 역전승을 지적하며)

-상대(원성진·후야오위)들에 대한 전력탐색은 많이 했는지요.
▶두 기사 모두 이번이 첫 대국입니다. 기보는 많이 보았습니다.

-당초 일본팀은 최정예 선수가 안나오고 의외의 노장 선수들이 많아 이번 대회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는데, 뜻밖의 결과가 나오고 있네요.
▶고바야시 선생이 연승을 거두고 나서 제게 술을 사면서 "일본내에서 '왜 약한 사람을 내보내느냐'는 원성이 있는 것 같다"고 웃은 적 있습니다.
고바야시 9단이라면 오랫동안 일본1인자를 한 거장이고 아직도 요다(依田紀基)나 야마시타 (山下敬吾)같은 후배들보다 약하지 않다고 자부할 텐데, '약한 선수' 취급을 받는 게 몹시 자존심상한 모양입니다. 그런 게 자극이 되어 이번에 좋은 성적을 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요즘은 일본내 성적이 좀 뜸한 편인데, 근황은 어떤지요.

▶그동안 바둑외적인 일들이 있었는데, 이제 주변 정리가 되어 바둑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젠 다시 성적을 내야지요.

-지난해 기성전 도전기에서 생긴 해프닝(왕리청(王立誠) 9단과의 대국에서 공배를 메우다 돌을 따먹혀 역전패한 사건) 때문에 안타까워하는 한국팬들이 많았습니다. 혹시 슬럼프가 그 때문은 아닌지요.
▶그 사건은 제 탓이라 누굴 원망하진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1년전 야마시타 9단과 벌인 기성전 도전자결정전에 아쉽게 패한 게 더 컸지요. 사실 야마시타든 저든 도전자가 되는 사람이 기성이 될 것이라는 말이 많았는데, 결국 야마시타가 기성이 되지 않았습니까?

-일본바둑과 한국바둑의 차이를 무엇이라고 보는지.
▶결정적 차이가 있다면 역시 한국의 신예들이 너무 세다는 것입니다. 입단하면서부터 정상급에 가까운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그런 점에서 일본도 하루 빨리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바둑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몹시 걱정이 되곤 합니다.

-아, 이번에 그동안 조치훈 9단이 삼성화재배 결승에 올라갔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조치훈 선생과 저는 일본에서도 두 시간이 넘는 거리에 살아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종종 술도 한잔 하고 골프도 칠 정도로 친합니다. 정말 잘 된 일이지요.
사실 그동안 조치훈 선생이 세계대회에서 부진한 것은 정신적인 면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두기 전에 이미 져있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다고 할까요.
사실 조치훈 선생은 바둑의 승부가 기분에 좌우되는 기분파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조훈현 국수님에게 오랜만에 이긴 것이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조치훈 9단과 박영훈 4단 가운데 누가 이길 것 같은지, 누굴 응원하는지.
▶……저야 조치훈 선생이 이겼으면 하지요. 그래야 저도 한 턱 얻어먹지 않겠습니까?
아마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겁니다.

-결혼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인연이 닿으면 하겠지요……^^.

-호방한 기풍과 쾌활한 성격으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좋습니다. 고국팬들에게 한 마디….
▶그동안 뜸해서 죄송하구요.
앞으로 바둑에 보다 정열을 쏟아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기대해주십시오.

부산=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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