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떨어졌다.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제8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이 시작되기 전 우승후보로 꼽히는 이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이창호도, 조훈현도, 유창혁도, 이세돌도, 중국의 후야오위까지 최종 결승 무대를 밟은 이는 아무도 없다. 그리고
그 자리에 우승후보들 대신 박영훈과 조치훈이 앉아 있다.
'영훈 영웅' 탄생할까
입단 4년차. 천원전 1회 우승. 박영훈의 주요 프로필은 이것이 전부다. '신예 최강'이라는 표현이 너무 잘 어울리는
신예 중의 신예다. 하지만 이번 삼성화재배가 끝난 후부터는 '신예' 꼬리표를 떼어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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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를 나누고 있는 박영훈 4단(오른쪽)과 조치훈 9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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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놓으라하는 세계 최강자들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마당에 박영훈만은 꼿꼿하게 살아남아 결국 결승까지 진출했다. 한국선수
중 8강전에서 유일하게 생존해 실낱같은 희망을 걸게 만들었던 박영훈이 마침내 우승을 향한 마지막 관문인 결승전까지 도달한 것이다.
박영훈 4단은 이번 삼성화재배 본선에서 리지에(李喆) 4단, 딩웨이(丁偉) 8단, 야마다 기미오(山田規三生) 8단을 차례로
꺾고 준결승전에 진출한 뒤, 이창호 9단을 꺾고 준결승전에 올라온 시에허(謝赫) 5단을 2대0으로 제압하고 최종 결승전에
올랐다. 본선에서 세계 최정상급을 만나지 않아 대진운이 비교적 좋았던 편. 그래도 중·일 강자들을 연파하고 세계대회 결승에
오르는 과정은 험난했다.

▲박영훈 4단 |
만약 박영훈 4단이 이번 결승3번기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새로운 영웅'이 탄생하는 것과 다름없다. 2000년도에 들어서서 세계대회 우승맛을 본 기사는
이창호 9단, 조훈현 9단, 유창혁 9단, 이세돌 9단이 전부. 예전부터 세계무대를 주름잡고 있던 조-이-유를
제외하면 이세돌 9단 한명만이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세계대회 우승이 얼마나 어려운 지 알 수 있다.
특히, 박영훈 4단의 우승 여부는 한국 신예기사들의 실력이 이제 세계 최정상급에
도달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세돌 9단을 제외하고 세계대회 결승전에 오른 기사는 송태곤 6단이 유일. 국내대회는 물론, 세계대회 본선에도
빠지지 않고 올라가고 있는 '송아지 삼총사'(85년 소띠생 3명인 박영훈, 원성진, 최철한의 별칭)를 비롯한 신예
대표주자들이 박영훈 4단의 우승으로 진일보하게 될지 주목된다. |
박영훈 4단은 결승 진출이 확정된 직후 "존경하는 조치훈 사범님과 결승전을 펼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이왕 결승까지 올라온 만큼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치훈 영웅' 부활할까
하지만 박영훈 4단의 우승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결승 상대는 다름 아닌 조치훈 9단. 얼마전까지 '이빨 빠진 호랑이'로
치부되며 하향세를 보였던 조치훈 9단은 모처럼 진출한 세계대회에서 욱일승천의 기세로 결승까지 직행하며 그의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4번의 대삼관과 일본 최다 타이틀(총 65회 우승) 기록을 보유할 정도로 조치훈 9단은 한 시대를 풍미했다. 1980년
일본 명인전 타이틀을 획득한 이래 80·90년대 일본 바둑계 1인자로 군림한 조치훈 9단은 네임밸류면에서 박영훈 4단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앞서고 있다.
하지만 조치훈 9단은 그 명성에
비해 세계대회 성적은 초라하다.
1991년 기권승으로 후지쯔배에서 우승한 것과 1993년 동양증권배에서 이창호 9단에게 0대3으로 패해 준우승에
그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성적이 없다. '영원한 라이벌' 조훈현 9단이 세계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동안에도
조치훈 9단은 세계대회만 나오면 번번이 초반에 탈락해 일본 내에서 '국내용'이라는 비난을 들을 정도였다.
하지만 조치훈 9단은 이번 8강전에서 마침내 조훈현 9단을 꺾고 준결승전에 진출, 중국 바둑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후야오위(胡耀宇) 7단마저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동양증권배 이후 꼭 10년만에 세계대회 결승에 진출한
것이다. 조치훈 9단은 본선 초반에는 한국 신예 최강인 김주호 4단, 원성진 5단을 차례로 물리치는 저력을 발휘한
바 있다.
일본 자국기전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조치훈 9단은 주최사의 와일드카드 덕분에 이번 삼성화재배에 출전할 수
있었다. |

▲조치훈 9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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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9년 제4기 삼성화재배에서 주최사의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조선진 9단이 이창호 9단에게 패해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바 있어 와일드카드 지명선수의 우승 여부도 또다른 관심거리.
조치훈 9단은 준결승전 3번기 제2국에서 후야오위 7단을 꺾고 결승에 오른 직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출전했다"며
"있는 힘을 다해서 두고 결과는 운명에 맡기겠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박영훈 우승한다' 68.7%
'신예 영웅'이 탄생할지, '노장 영웅'이 부활할지 묻는 질문에 네티즌은 일단 박영훈의 손을 들어줬다. 타이젬에서 11월
24일부터 12월 6일까지 삼성화재배 우승자를 묻는 질문에 총 응답자 5,742명 가운데 68.7%인 3,944명이 박영훈의
우승을 점쳤다. 이 중 16.7%인 961명이 박영훈의 2:0 우승을, 52.0%인 2,983명이 2:1로 우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조치훈 9단의 우승을 전망한 네티즌은 31.3%인 1,798명에 그쳤다. 조치훈 9단이 2:0으로 우승한다는 의견에는
전체 응답자의 8.0%인 462명이, 2:1로 우승한다는 의견에는 23.3%인 1,336명이 응답했다. 네티즌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단 박영훈 4단이 판정승을 거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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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바둑네티즌들의 전망처럼 박영훈 4단이 우승할 경우 한국은 세계대회 단일기전에서 7연패를 달성하는 위업을
세우게 된다. 한국은 삼성화재배 초대 대회에서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에게 우승컵을 내준 뒤 제2회
대회부터 7회 대회까지 이창호 9단, 조훈현 9단, 유창혁 9단의 맹활약에 힙입어 6연 연속 우승컵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대부분의 세계대회를 싹쓸이하고 있지만 7연패를 달성한 대회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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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란배 2연패, LG배 3연패, 농심신라면배 4연패, 응씨배 4연패 그리고 후지쯔배에서 이세돌 9단의 2연패에 힘입어 6연패를 달성한
것이 최고 기록이다. 이번에 삼성화재배에서 박영훈이 우승할 경우 대망의 세계대회 7연패라는 신기록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이세돌, 송태곤, 조한승 해설자로 나서
세계대회 우승자는 '영웅'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 영웅의 자리는 이창호 9단, 조훈현 9단, 유창혁 9단, 이세돌 9단 외에는
거의 앉아보지 못했다. 과연 박영훈 4단은 생애 처음으로 진출한 세계대회 결승에서 신예의 패기로 밀어붙여 영웅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운명의 라이벌' 조훈현 9단을 꺾고 준결승전에 진출, 후야오위 7단마저 물리치고 마침내 10년만에 결승 무대를
밝은 조치훈 9단이 풍부한 경험과 노련미로 '영웅 부활'을 선언할까.
그 결과는 오는 12월 8·9·11일 영남대학교 국제관 특설대국실에서 열리는 제8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3번기에서 판가름나게
된다. 삼성화재배 결승3번기는 KBS1TV와
삼성화재배
홈페이지,
타이젬에서
생방송·생중계된다. 특히 삼성화재배와 타이젬에서 동시에 생중계되는 이번 인터넷 해설에는 최고의 기량을 보유하고 있는 송태곤 6단,
이세돌 9단, 조한승 6단이 차례로 해설자로 나서, 결승전에 걸맞는 정확한 해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삼성화재배 홈페이지에서는 고급바둑판 등 푸짐한 경품을 내건
'우승자알아맞추기'
이벤트가 진행 중에 있다. 이벤트에 참가하고자 하는 바둑팬은 삼성화재배 홈페이지 이벤트 코너
(http://www.samsungfire.com/other/event/e20031203(☞여기클릭)로
들어가서 이름과 연락처를 기입하고 예상 우승자를 쓰면 된다.
TYGEM/최철용 a4g@tyge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