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에 걸친 승부를 끝낸 조치훈과 박영훈, 두 기사는 대국에 못지 않은 열정으로 복기에 열중이었다.
그런데, 한가지 의아스러운 사실은 두 기사의 형세판단이 검토실의 그것과 사뭇 반대였다는 사실.
타이젬 해설을 맡은 송태곤 6단을 비롯한 김주호, 이정우, 박병규 등 신예기사들의 견해는 한결같이
'백(박영훈) 우세'. 공개해설 겸 KBS 생중계 해설을 맡은 양재호 9단, 김성룡 8단의 견해도
마찬가지. 그런데 놀랍게도 대국당사자인 조치훈 9단과 박영훈 4단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조치훈 9단과 30분여에 걸친 복기 검토를 마치고 대국장을 나서는 박영훈 4단에게 소감을 들어보았다.
복기 과정 내내 조치훈 9단의 의견 제시에 묵묵히 수담(手談)으로 응했던 박4단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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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배려해서인지, 승부의 잔상이 가라앉지 않아서인지 굳은 표정을 펴지 못했으나, 이내 종일 곁에서 관전하던 부친 박광호씨를
만나자 비로소 웃음을 지었다.
-오늘 바둑이 어땠는지.
▶박영훈 4단=불리했던 바둑인데, 운좋게 역전승한 것 같아요.
-(?)검토실에서는 시종 박4단이 유리했다고 했는데….
▶그런가요? 집은 백이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엷어서 계속 나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변에서 패싸움(백150~162)을 자청한 것도 그러한 형세판단에서
나온 것인지?
▶그렇습니다. 나쁘다고 생각해서 버티는 바람에 패가 난 거지요.
-그렇다면 어디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나요?
▶좌상 흑진에 침입(백184)하여 큰 수가 나서는 이겼다고 느꼈습니다. 흑이 거기서 잘 받았으면 여전히 어려운
바둑이었을 텐데….
-초반 좌하 전투 결과는 백이 좋다고 하던데.
▶맞습니다. 그래서 점심시간 무렵에는 제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착각이 있었어요.
-그 착각이란?
▶상변에서 흑이 사석작전을 펼치는 것을 깜빡하고 있었어요.
-대국 시작에 임박해 입장하는 바람에 주위에서 컨디션 우려를 한 것
같은데, 오늘 컨디션은 어땠는지요.
▶컨디션은 좋은 편이었구요. 저는 원래 대국장에 일찍 입장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조치훈 9단을 상대로 한 무슨 작전 같은 것은 없었는지….
▶특별한 작전 같은 건 없었구요. 그저 한판 한판만 생각하고 둡니다.
-내일 한판만 이기면 대망의 세계대회 우승이 확정되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일단 바둑만 생각하고 둘 겁니다. 그저 열심히 두어 이긴다는 생각뿐이예요.
-(부친 박광호씨에게) 하루종일 가슴을 졸이신 것 같은데, 지금 기분이
어떠신지요.
▶사실 오늘은 별로 가슴 졸인 것 없습니다. 그런데, 내일부터는 결정국이 될 테니 정말로 가슴 졸일 것 같습니다.^^
경산=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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