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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란배

"이창호는 혼자 여섯과 싸우고도 남는 맹장?"

춘란배 16강 이후 중국 현지 분위기

2004-01-05 오후 12:33:02 입력

'이게 얼마만인가'
최근 세계기전에서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연전연패를 거듭했던 중국이 마침내 2003년 마지막을 장식한 제5회 춘란배에서 부활을 외치며 8강의 여섯 자리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12월 29일과 31일 중국 베이징(北京) 아시아호텔에서 벌어진 제5회 춘란배 세계바둑세계선수권대회 24강전과 16강전에서 중국은 주최국가의 이점을 살린 인해전술로 세계최강의 한국과 전통의 강호 일본 선수들을 추풍낙엽처럼 떨어뜨리고 8강의 대부분을 차지, 춘란배 첫우승을 향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한국은 4대 천왕의 세 축을 구축하고 있는 조훈현 9단, 유창혁 9단, 이세돌 9단이 각각 중국의 창하오(常昊) 9단, 펑첸(彭筌) 5단, 위빈(兪斌) 9단에게 무릎을 꿇었고, 소년 장사 송태곤 6단은 왕레이(王磊) 8단에게 분패, 8강에 한 명만 생존하는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일본 역시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본인방’ 장쉬 8단을 제외한 조치훈 9단, 하네나오키(羽根直樹) 9단, 유키사토시(結城聰) 9단, 왕밍완(王銘琬) 9단, 왕리청(王立誠) 9단이 모두 패배, 일본 최대 명절인 원단(元旦, 1월 1일)을 우울하게 보내게 됐다.


▲한국선수 중 유일하게 8강전에 진출한 이창호 9단이 8강전 대진추첨을 하고 있다. 이9단의 상대는 창하오 9단.


중국의 거센 황사 돌풍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됐던 사실. 공식 기자회견 전 유례없는 좌담회를 가져 춘란배 선전을 다짐했으며, 중국기원 왕루난(王汝南) 원장은 중국기사가 우승했을 경우 우승상금을 제외한 별도의 보너스(인민폐 10만 위안: 한화 약 1500만원)를 지급할 뜻을 밝혀 중국기사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또한 주최사인 춘란그룹도 성적에 상관없이 꾸준히 대회를 진행시키겠다고 밝혀 기사들의 부담을 한결 덜어주기도.

왕루난 원장은 8강전이 끝난 직후 인터뷰에서 "2004년에는 10개의 세계대회가 열리는데 그 첫 포문인 춘란배에서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며 "눈앞의 성적보다는 첫 출발은 좋게 시작했다는 점으로 인해 중국기사들의 사기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큰 수확"이라며 8강전 결과에 만족스러워했다.

그리고 지난 대회에서의 쓰라린 경험을 토대로 다음과 같이 말하며 방심하지 말 것을 기사들에게 당부했다.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이 많았다. 지난 1회 대회에서도 5명의 선수가 8강에 진입했었지만 결과는 어땠는가. 8강이 치러지고 단 1명의 선수만이 생존했다. 가장 두렵고 잔혹한 것은 이런 상황의 재현이다.”

왕루난 원장은 또 최고의 불씨랄 수 있는 이창호 9단의 생존을 안타까워하며 다음과 같이 유비무환을 강조했다.
“이창호 9단은 혼자서 여섯을 상대하고도 남는 맹장이다. 현실적으로 따져볼 때 앞으로 세 번만 더 이기면 우승 아닌가?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섣부른 우승 예측은 금물이다. 역사에서 말해주듯 우린 아직 조심해야 한다.”

한편 춘란배에 처녀 출전해 8강 진출 성공한 ‘중국랭킹 1위’ 구리(古力) 7단은 "8강전에서 가장 만나고 싶었던 상대는 이창호 9단이었고, 그 다음이 일본의 장쉬 8단이었다"며 "동료기사와 만나게 될 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추첨 상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국의 유일한 생존자 이창호 9단은 타이틀을 방어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한판한판 최선을 다하겠다"고 짧게 8강전 진출 소감을 밝혔다. 8강전 선수 중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기사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모두가 다 힘든 상대인데, 지금은 다음 상대(창하오 9단)가 정해졌으므로 그 판만 준비하겠다”고 우회적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과연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한국 바둑을 필마단기(匹馬單騎)의 이창호 9단이 구해낼 수 있을지, 아니면 중국이 자국 주최의 세계대회에서 그토록 염원하던 첫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5회 춘란배 8강전은 올해 10월경으로 잠정적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우승·준우승 상금은 각각 미화 15만불(한화 약 1억 8천만원)과 5만불이다.

중국=TYGEM/이영호특파원


■간단 포토뉴스


▲침울한 회식 춘란배 16강전에서 이창호 9단을 제외하고 전원 탈락한 한국선수들과 관계자들이 북한 음식점인 '해당화'에서 참패의 아픔을 달래고 있다.

 


▲그래도 남남북녀는 즐거워 우울한 분위기 속에 한 북한 여종업원과 한종진 5단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있다.


TYGEM / tyg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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