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달러를 간단히 벌 수 있다?
어떻게? 바로 오늘부터 열리는 잉씨(應氏)배에서.
물론 한 판의 바둑을 짜고 둘 파트너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둘이 두는 바둑에서 어떤 식으로 짜고 둔단 말인가.
그 얘긴 잠시 뒤에 하고, 우선 응씨룰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한다.
대만의 고(故) 잉창치(應昌期) 씨가 기존의 프로바둑 수천국을 토대로 연구, 만들어낸 룰이 바로 잉씨(應氏)룰이다. 이 룰을
널리 알리고자 88년 창설한 잉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는, 바둑역사나 룰적인 면에서 보자면 한·중·일에 비해 뒤늦게 합류했는데도
'완벽한 룰'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세계바둑인의 이목을 끌었다.
얼마나 자신이 있었으면 잉씨룰로써 해결 못하는 상황이 잉씨배에서 나오면 미화 5만 달러라는 엄청난 현상금을 주겠다고 공개적으로
큰소릴 쳤을까?
올해 5회째로 들어서면서도 단 한번도 5만 달러의 상금이 지급된 적이 없다. 별로 인정하긴 싫지만 잉씨룰은 한·중·일 세
나라의 바둑룰에 비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꽤 실력을 갖춘 아마추어조차도 '귀곡사', '유가무가 삼패빅', '장생' 등 특수한 형태에선 제대로
설명을 못하고 있거나 심지어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만큼 우리 바둑룰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최근에 룰 개정이
약간 있었으나, 크게 바뀐 점은 없어 보인다. 한·중·일 세 나라의 룰은 특수한 경우마다 반상에서 다 해결 못하고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려워 보인다.
잉씨룰은 현행 룰 가운데 가장 합리적인 룰
반면 잉씨룰은 중국룰을 바탕으로 삼았음에도 단순한 편이다. 중국룰은 '반상해결의 원칙'을 축으로 계점(計點)제로써 계가하고,
잉씨룰은 중국룰에 전만법(塡滿法)으로 계가한다.
'계점제'란 점을 센다는 뜻. 즉, 우리 식의 집은 물론 반상에 놓은 돌까지 카운터한다는 얘기이다. 이때 이미 잡힌 돌이나
비록 반상에 놓여 있더라도 잡힌 돌은 걷어내고 오로지 살아 남은 돌만 인정한다는 것이다. 우리룰과는 계가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계가 결과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그런데 알고 보면 신기할 일도 아니다. 우리룰이 잡은 돌을 상대집에 메우는 방식이라면, 중국룰은 살아 있는 돌만을 인정하는
방식. 이는 과거 전쟁을 일삼던 중국 민족의 기질과도 관계 깊다는 설이 있다. 확보한 영토는 집이고 살아 있는 병사는 돌에
비유.
아무튼 중국식이든 우리식이든 확인하는 절차상의 문제일 뿐 같은 결과를 낳는다.
그렇다면 잉씨룰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계가 방식과 덤. 계가는 서로 잡은 돌을 돌려준 다음 모든 돌을 가득 메워서(이것이 전만법)
하고 덤은 8점(點, 점은 반상 위의 집과 돌을 합한 것)을 적용한다.
쉽게 설명하면, 바둑돌과 집을 모두 합해서 계가를 하는데, 덤은 8점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바둑판이 361로(路)이므로
승부는 항상 홀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짝수인 덤에서는 무승부가 나올 수가 없는 것이고, 승부도 1점, 3점 등
늘 홀수로 결정된다.
무승부가 나오면 5만 달러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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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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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변수는 있다. '빅'이 나오는 경우(<참고도>) 공배에 대한 권리(공배를 둘러싼 가장 가까운 돌의 개수에
대한 자신의 돌의 비율)가 각각 달랐다. 하지만 이것이 번거로워 잉씨 사후에 개정(공배에 대한 권리를 같음)했다는
설이 있지만, 미확인 정보다.
개정이 되었건, 되지 않았건 '완벽'을 주장하는 잉씨룰도 무승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장면도>는
이해를 돕기 위해 최대한 쉬운 가상도를 그려본 것이다. <경과도>는 <장면도>를 만들기 위한
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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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5만 달러가 걸린 '무승부 바둑<장면도>'을 만들어내기란 '누워서 떡 먹기' 식으로 아주 쉬운 일이다. 편의상
위쪽은 흑집, 아래쪽은 백집이라고 할 때 완벽한 무승부 바둑임을 확인할 수 있다.
돌을 메워 계가를 하는 것이지만, 서로 사석도 없는 상태에서 집과 반상의 돌을 세면 똑같다. 중앙 한집을 포함해 흑은 149집과
돌 35개이고, 백은 141집과 돌 35개. 돌의 개수는 같고 집 차이가 8집(빅으로 발생한 한 군데 공배(X)는 권리가
서로 같음)이므로 덤을 제하면 완벽한 빅이다.
사실, 이 가상도를 몇 해전 프로기사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는데, "맞네. 짜고 두면 충분히 가능하겠군."하고
인정했었다.
그럼에도 이 가상도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 아니 영원히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도를 중요시하는 바둑에서, 그것도 프로기전에서
5만 달러가 탐이 나 <장면도> 같은 내용 없는 바둑을 함께 연출할 기사가 어디 있겠는가? 결국 5만 달러는 그림의
떡인가? 하하,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잉씨룰에서도 '로또' 같은 대박이 터질지…. ^^
▲ 장면도 |

▲ 경과도 |
TYGEM/최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