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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쯔배

박영훈, 요다와 꿈속대결에선 졌다

후지쯔배 우승한 박영훈 인터뷰

2004-07-07 오후 6:46:25 입력

제17회 후지쯔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우승으로 박영훈 9단에게는 다섯가지의 일들이 일어났다.

첫째, 한 대회에서 한 국가가 7년 연속 우승한 것은 세계기전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것을 박영훈 9단이 해냈다.
둘째, 세계대회 우승과 함께 3단 승단이 되어 입신의 경지에 올랐다.
셋째, 이세돌 9단이 세운 '최단기 9단 기록(8년)'을 5년으로 갈아치웠다.
넷째, 후지쯔배 결승 진출로 군면제 혜택을 받았다.
다섯째, 지금까지 타이틀 획득이 천원전 하나에 불과했던 박영훈 9단에게 타이틀이 하나 더 생겼다.

이처럼 많은 새로운 일들이 생긴 박영훈 9단을 일본에서 귀국한 다음날인 7월 7일 만나보았다.




▲ 박영훈 9단.

우승하기까지

- 우승을 축하한다. 세계대회에서 첫 우승한 소감은?

2001년 박카스배 천원전에서 우승한 후 세계대회에선 처음이라 더욱 기쁘다. 결승전 대국이 있는 날이 어머니 생신이었다. 생신 선물로 꼭 우승컵을 드리고 싶었는데, 뜻한 바를 이뤄 기쁘다. 또한 항상 도움 주시는 최규병 사범님께 감사드린다.

- 후지쯔배에서 박영훈 9단의 우승으로 한국이 '후지쯔배 7연패'를 달성했다. 한 대회에서 한 국가가 7년 연속 우승한 것은 세계기전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알고 있었나.

대회가 끝나고나서 7연패라는 사실을 알았다. 알고 대국했더라도 부담이 없었을 것이다.

 

- 이창호 9단과 송태곤 7단을 이기고 기세 좋게 상승세를 탄 요다 9단과 펼친 결승전을 총평한다면.
초반에는 좋았지만 중반부터 불리했다. 하지만 마지막 끝내기에서 요다 9단이 실수를 하는 바람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 준결승에서 박영훈 9단과 유창혁 9단의 대국이 요다 9단과 송태곤 7단의 대국보다 먼저 끝났다. 누구랑 결승에서 대결하길 원했는가.
세계 대회인 만큼 외국기사와 두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였다. 누구든 큰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다.

- 타이젬에서 결승전 생중계를 맡은 서능욱 9단이 "박영훈 9단은 빨대(?)'작전이 주효했다."고 평할 정도로 실리 위주의 바둑을 전개해 나갔다. 계획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바둑은 상대방이 어떻게 응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구상했더라도 실전으로 옮기기는 어렵다. 상대방의 기풍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요다 9단의 바둑은 보통 때도 많이 공부해왔다.

- 가장 어려웠던 상대는?
세계대회여서 1회전에서부터 모두 어려운 상대들이었다.

그 중에서 1회전에서 대국한 유키 사토시 9단과의 대국이 가장 어려웠다. 졌다고 생각한 바둑인데 마지막 끝내기에서 유키 사토시 9단의 실수로 승리했다.

- 유창혁 9단을 이기고 미안한 마음은 없었나. 꼭 유창혁 9단이 아니더라도, 세계대회에서 한국기사와 대국을 하게 되었을 때 마음이 궁금하다.


▲박영훈 9단 대 요다9단의 후지쯔배 결승 대국 장면.

대국 중에는 대국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부담감이 전혀 없다. 하지만 대국을 마친 다음에는 '미안한 마음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 아니겠는가.

- 경사가 많이 겹쳤다. 준결승에 올라 군 면제가 결정되었는데 긴장이 풀리지는 않았는지.
오히려 결승보다 군면제가 걸려있는 준결승에서 가장 떨렸던 것 같다.

- 세계대회인 만큼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은데.
큰 대회가 있는 날이면 자주 꿈을 꾼다. 항상 상대방에게 지는 꿈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결승 전날 밤에 요다 9단에게 지는 꿈을 꿨다. 무척 괴로워했다. 꿈에서는 비록 패했지만, 실전에서 더욱 열심히 둬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요다 9단에게 지는 꿈이 결승 전에서 더욱 열심히 바둑을 두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꿈은 반대라더니…

테트리스를 좋아하는 '어린왕자'.

- 대국 전 특별한 습관은 무엇인가?
대국 전날에는 잠을 많이 자고, 대국 당일에는 아침을 먹지 않는다.

- 대국 도중에는 어떤 버릇이 있는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주 돌아다닌다.

- '어린왕자'가 별명인데, '어린황제'로 별명이 바뀔 듯 하다. 어떤 별명이 더 좋은가.
어린왕자가 더 친숙하고 좋은 것 같다.

- 본받고 싶은 기사가 있나.
이창호 9단이다. 일인자가 되고도 항상 노력한다. 겸손한 모습을 닮고 싶다.
- 경쟁상대가 있는가.
신예 기사들이 모두 경쟁 상대이다. 그 중에서도 송아지 삼총사인 최철한 8단과 원성진 5단, 그리고 송태곤 7단 등을 라이벌이라 생각한다.

-바둑을 제외하고 잘 하는 것.
오락 중 '테트리스'를 잘 하는 것 같다. 일본에서도 대국이 없는 날이나, 시간이 있을 때 오락실에 갔다.

- 곧 삼성화재배가 시작된다. 목표는.
목표는 우승이다. 우승을 못하더라도 좋은 내용의 바둑을 두고 싶다.

- 삼성화재배에서 요다 9단과 만난다면 자신이 있나.
한번 만나면 다시 만난다고 하던데... 다시 만나더라도 자신이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한번 우승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기전에서도 좋은 성적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동안 국내 타이틀 획득 경험이 천원전 하나 뿐이었는데, 이번 2004년 안에 국내 타이틀을 하나 더 따고 싶다.

TYGEM/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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