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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신라면배

"난 원래 북한 국적이었다"

앞으로 3판 더 이기면 태극마크 단다!

2005-06-24 오후 1:30:33 입력

이번 농심신라면배 국내선발전에 참가한 김병민 7단은 누구일까?

소속기원에서 국적으로 참가규정을 바꾼 제7회 농심신라면배. 덕분에 김효정 2단 친언니 김현정 3단이 이번 선발전에 나왔다. 뿐만 아니라 관서기원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로기사 2명도 함께 참가했다. 김병민 7단과 하영일 4단이 그들인데, 기자 역시 낯선 이름이니 일반 팬들에게는 오죽하겠는가.

중요한 사실은 이들 세 명이 이번 대회에 무척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는 점이다. 특히 얼마전 결혼한 김현정 3단은 본인보다도 남편이 더 적극적으로 참석하길 원했다고 한다. 이러한 적극적인 후원에 힘입어 출전한 김3단은 그러나 1회전에서 동생 김효정 2단과 함께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에서도 참가한 적이 있느니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있죠. 삼성화재배에서는 일본 대표로 출전하는 것이었지만, 이번 농심신라면배 선발전은 한국 국적으로 출전하는 것이었으니….
바둑 지고 둘이서 서로를 위로했어요. 흑흑흑. 앞으로 이런 기회에는 놓치지 않고 계속 나올 것입니다.“

한편 대진 추첨 운이 좋아 큰 조를 뽑아 예선2회전부터 뛴 김병민 7단과 하영일 4단은 둘 다 이겨 24일 오후2시부터 벌어지는 예선3회전에 출전한다. 김병민 7단은 김수장 9단과 하영일 4단은 강동윤 3단과 각각 붙는다.

김병민 7단과 23일 저녁에 나눈 얘기를 소개한다. 우리말을 비교적 잘해 인터뷰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일본식 우리말을 쓰다 보니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 관서기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포2세 김병민 7단

-한국 선수라는데도 낯설다. 자신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당연하다. 나는 교포2세이다. 일본에서 활약하는 프로기사 중에서 교포2세는 나뿐인 것으로 안다. 75년생이니 이창호 9단과 동갑인 셈이다. 한국 나이로는 31살인가. 아직 미혼이다.

-함께 출전한 하영일 4단도 교포인가.
그렇다. 하지만 하4단은 교포2세는 아니다. 교포3세 아니면 교포4세이다. 나는 늦둥이였다. 위로 형과 누나2명이 있다. 그리고 한국 국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교포2세나 3세는 우리 둘 뿐이다. 교포3세쯤인 양유정 프로기사가 있는데, 일본 여성과 결혼하면서 귀화했다.

-그럼 북한 국적을 갖고 있는 교포도 있는가.
있다. 일본기원에서 활약하고 있는 차승 9단과 송광복 9단이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제지간이기도 한다. 차승 9단이 스승이다.

-어떻게 프로기사가 되었는가.
20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바둑을 약간 두시긴 했다. 하지만 바둑을 배우고 프로가 되기까지 선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기원을 갔고, 바둑이 그냥 좋아졌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바둑을 제대로 배우려면 관서기원으로 가라는 얘기를 들었다. 워낙 바둑을 좋아한 나는 5학년에 올라가면서 관서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갈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이때도 프로기사를 꿈꾸지 않았다.

-보통 바둑을 좋아하면 프로기사가 되길 바라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나는 승부보다는 바둑 자체가 좋고 더불어 사람들과 사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프로기사가 되면 바둑을 즐기는 게 아니라 승부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싫었다.

-그럼에도 프로기사가 됐다. 이상하다.
고등학교 2년까지 프로기사가 되지 못하면 포기하려고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해 10월에 프로로 뽑혔다. 하하하.

-기록을 보면, 2년 전에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에서도 나온 바 있다. 이번 대회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삼성화재배 예선전에서는 대국보다도 동료기사들을 챙겨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는 마음놓고 바둑을 두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에는 3명밖에 나오지


▲ 김병민 7단과 함께 출전한 하영일 4단.
나이는 김병민 7단보다 10살 어리다. 85년 생.
않은 데다가 내가 신경 써 줘야 할 사람이 없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대국할 수 있었다.

-자비로 이번 대회에 출전해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클 것이다. 숙소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다행히 친구(일본)가 김원 도장에서 사범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친구한테 신세를 지고 있다.

-예전에, 아주 오래 전에 만났던 기억이 난다. 혹시 일본에서 나(기자)를 본 적이 없는가.
어렴풋이 생각이 나는 것도 같다. 7년전쯤 오사카에서 후지쯔4강전을 치를 때 아니었는가. (인터뷰를 나누면서 기자도 새삼 놀랐다. 후지쯔배 취재 차 간 일본에서 만났던 것이었다.)

-당시 내 기억으로는 북한 국적이었다가 한국 국적으로 바꾼 것으로 기억난다. 정확한 상황을 설명해 달라.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 선친은 원래 제주도 분이시다. 하지만 일본 교포2세인 어머니와 결혼을 하신 뒤 조총련에서 활동하시면서 북한으로 국적을 바꾸셨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모두 북한 국적을 갖고 일본에서 생활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확히 20살이 되던 해에 나는 어머니와 함께 국적을 한국으로 바꾸었다.


▲ 김병민 7단(가운데)은 예선2차전을 마친 다음 서능욱 9단(오른쪽)과 함께 타이젬을 방문했다. 사진은 유준열 (주)타이젬 대표이사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장면. 김7단은 초등학생 시절 일본을 방문한 서능욱 9단에게 5점 지도기를 받은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왜 국적을 다시 바꿨는가.
어차피 선친이 살아 계실 때 조총련 활동을 하기 위해 북한을 지지 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한테는, 특히 프로기사 생활을 하고 있는 내겐 북한 국적보다는 한국 국적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생각해 보라. 이번 대회만 하더라도 내가 북한 국적이었다면 참가할 수 없지 않은가. 나는 한국 대회에 보다 많이 나와 대국하길 희망한다.

-어차피 프로기사인데, 일본에서도 대국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맞는 얘기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몇몇 기전에는 참가하지 못한다. 아니, 참가할 수 없다.

-이해가 안 된다. 프로기사인데 왜 참가할 수 없는가.
나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 바둑을 가르친다. 가르치는 게 무척 즐겁다. 원래 사람들을 만나기를 좋아하고 만나면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주로 방학기간을 많이 이용한다. 그래서 여름방학에는 무척 바쁘다. 덕분에 여름에 기전이 열리는 대회에는 아예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기원 직원들과도 친하다고 들었다.
관서기원에서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보니 알게 모르게 한국통 역할을 많이 해 왔다. 10년은 족히 됐을 것이다.

-끝으로 인터넷 바둑은 하는가.
잘 하지 않는다. 다만 타이젬에 대해서는 잘 아는 편이다. 김원 도장에서 건너온 학생(물론 제자로 온 것은 아님)을 데리고 있는데, 그 학생이 타이젬으로 바둑을 자주 둔다. 앞으로 기회가 닿으면 나도 아이디를 만들어 둬 볼까 생각 중이다.

<속보> 김병민 7단은 24일 벌어진 예선3차전에서도 김수장 9단을 이겨 4회전에 진출했다. 따라서 앞으로 세판을 더 이길 경우, 사상 처음으로 일본 관서기원 소속 프로기사가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일이 생긴다. 김병민 7단은 김종준 5단과 박승철 4단 승자와 27일 예선4회전 대국을 갖는다.
또한 이세돌 9단이 최철한 9단에 이겨 작년의 패배를 설욕하며, 예선4회전에 진출했다. 2년 만에 열린 조-서 대결에는 조훈현 9단이 서봉수 9단에 흑으로 6집반을 남기고 1승을 추가했다.

(제7회 농심신라면배 국내선발전 예선2회전 대진 결과 보기)

TYGEM / 최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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