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장성배
무승부가 최선이었을까?
밝혀지지 않은 의혹
2005-09-13 오후 8:39:28 입력
이창호가 정말 봐주지 않은 것일까? 무승부로 끝난 남방장성배 특별대국이 석연치 않아 많은 네티즌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 심지어 '이창호 9단이 일부러 무승부를 만들었다'는 식의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 더불어 그 결과가 '3패빅이냐', '4패빅이냐'를 놓고 네티즌들뿐만 아니라 기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 이창호 9단은 "중반까지는 반면으로 내가 10집 가량 앞선 것 같다. 하지만 종반에 접어들면서 시간에 쫓겨 계가가 잘 되지 않았을 뿐."이라며 일축했다. 하지만 세계1인자 이창호 9단이 형세판단이 안 됐다는 말은 설득력이 약하다. 다만 361수를 넘어가면서(이 바둑은 369수에서 끝났음) 둘 다 바둑돌이 모자라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서로 사석을 가져온 데가 문제였다. 중국룰로는 상대방한테 잡힌 돌을 가져와 둬도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아 괜찮다. 362수부터 둘은 그런 식으로 바둑을 계속 두어갔다. 형세판단이 어려웠던 요인으로 중국룰에 익숙하지 않은 이창호 9단이 사석 이동 탓을 들 수는 있겠다. 한국룰과 중국룰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확보한 집(더하기 개념)과 잡은 돌(빼기 개념)을 합한 뒤 정해진 덤을 뺀 다음 승패를 결정한다. 중국은 반상에 확보한 집(더하기 개념)과 살아있는 돌(더하기 개념)을 합한 뒤 역시 덤을 공제한 다음 승패를 따지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룰로는 반상을 떠난 돌은 의미가 없다. 반면 우리식으로는 별 의미가 없는 공배가 중국룰에서는 모두 집이다. 반상에 살아 있는 돌 하나 하나가 바로 집인 셈이다.
이번 바둑이 무승부가 된 직접적인 원인도 바로 공배에 있었다. 한국룰로 이 바둑을 두었더라면 마지막 유효착수인 309수(참고도1 흑1) 이후 진행은 어느 쪽한테도 집이 되지 않는다. 그랬더라면 그 바둑은 무승부가 아닌 이창호가 이겼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끄트머리에서 이창호 9단이 왼쪽 백 한점을 따낸 실전 흑367로도 아래 참고도2처럼 흑1로 이어 양보를 해도 유리하지 않느냐는 게 이 바둑을 지켜본 프로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이젠 백2로 이을 수밖에 없고, 흑은 굳이 좌변 반패를 하지 않더라도 3에 둬 한집을 벌면 그만이다. 흑은 3에 잇지 않고 4 자리로 백 한점을 따내면서 패를 계속할 수도 있다. 흑은 A∼D에서 팻감이 네 개 있는데, 이에 맞서는 백이 E로 느는 팻감을 4개 이상 만들 수 있느냐이다.
이날 바둑TV에서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 역시 '이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익명을 요구하는 모 프로기사 역시 "이창호 9단이 일부러 그렇게 둔 느낌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 바둑은 3패빅이 아닌 4패빅이라는 게 명확하게 밝혀졌다. 내용상 3패빅은 중국룰 특성상 나올 수 없다는 게 유창혁 9단의 설명이다. 중국룰에서는 반상에 살아 있는 돌과 공배가 모두 같은 집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즉, 좌변 반패가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 공배까지 모두 메워졌을 경우, 흑도 가일수하고 백도 가일수 하면 그만이다. 자기집을 메워도 전혀 손해가 아니기 때문. 어쨌거나 이 바둑은 '순환 4패'로 인해 평생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무승부 대국이 되었다. 일부러 그랬든 아니든 최소한 이창호 9단은 친구 창하오 9단과 깨끗한 승부를 펼치고 싶었던 것이다. 시간 공격을 하며 시간패를 유도할 수도 있었으나, 그런 식으로 이기고 싶지 않았다는 이창호 9단의 인터뷰를 통해 느끼는 점이 적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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