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 ▲ 1국을 이긴 뤄시허 9단(왼쪽)이 귀에 착점을 하고 있다. 뤄9단은 준결승전까지 즐겨입던 행운(?)의 점퍼를 결승전에서는 입지 않았다. 이창호 9단은 늘 그렇듯 표정에 특별한 변화가 없다. |
이창호의 반격이냐? 뤄시허의 마무리냐?
운명의 시간은 약속대로 어김없이 그들을 찾아왔다. 1월 12일 삼성화재본사 3층 특설대국실에서 제10회 삼성화재배 결승2국이 오전10시 정각에 시작한 것.
'오픈' 기전의 원조 삼성화재배가 10회를 맞아 대망의 우승컵을 차지할 주인공만 가리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3번기로 치르는 결승전 첫판에서 뤄시허 9단은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이창호 9단에 불계승을 거두며 세계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순서에 따라 결승2국은 이창호 9단의 흑번으로 시작. 이9단은 오늘 이 바둑을 이겨야 내일 최종국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다. 반면 첫판을 이긴 뤄9단은 한판 여유가 있다.
삼성화재배에 모처럼 결승에 오른 이창호 9단이 쉽게 물러서지는 않으리라. 이9단은 흑번 승률이 백번보다 많이 좋은 편이라 최소한 최종국까지는 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속기에 능한 뤄9단의 시간 공격을 얼만큼 잘 받아내느냐가 관건이다. 과연….
타이젬에서는 결승3번기 2국을 유창혁 9단이 문자로 생중계 하며, KBS 1TV에서는 오후 1시 40분부터 생방송으로 중계한다. 중앙일보와 KBS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하며 삼성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가 후원하는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의 우승 상금은 2억원, 준우승 상금은 5천만원이다.
[10시 9분, 16수 진행] 뤄시허, 신중하게 착수
이창호 9단은 언제나 그렇듯 이날 대국에서도 대국이 시작하기 직전인 1분전에 대국장으로 모습을 드러내 대회 진행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이날 입회를 맡은 홍종현 9단은 이창호 9단이 자리에 앉자, 곧바로 대국 개시를 선언했다. 이에 2국은 미리 돌이 가려져 있는 관계로 흑을 든 이창호 9단은 사전에 미리 연구했다는 듯 망설임없이 첫 수를 우상귀 화점에 착점했다.
오히려 뤄시허 9단이 평소답지 않게 4번째 수에서 약간 생각을 하며 차분하게 대국을 풀어가고 있다.
대국이 시작한지 10분 정도 진행된 지금, 16수까지 놓여진 상황. 이창호 9단이 생각에 잠겨 있는 가운데 네 귀는 어느 정도 기초적인 모양은 끝난 상태이다.
[11시 41분, 99수 진행] 이창호, 서두르는 느낌
초반, 이창호 9단은 우상귀와 우변 일대에서 그가 좋아하는 포석으로 판을 만들었다. 실리와 두터움을 동시에 적당히 챙겨 일단 출발점은 좋았다.
하지만 이창호 9단이 평소 그 답지 않게 서두르는 인상도 없지 않다. 뤄시허 9단이 백1(실전 백82)로 들어온 장면에서 "이거 뭐야. 날일자로 가는 것을 착각했냐."는 등 이상한 수라고 하면서도, 타이젬에서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일리가 있는 수"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 대목에서 이창호 9단은 곧장 흑4에 막아 백한테 2를 허용했다. 기자는 이 장면에서 '흑2로 먼저 들어가는 것이 어떻냐'고 유창혁 9단에게 물었더니, "그 수가 정수인지 모르겠다. 백이 3으로 받을 지는 모르겠지만 응수가 까다롭다. 이창호 9단이 손따라 두는 느낌이다."고 대답.
그림처럼 만일 백3으로 받아주면 그때 흑은 4에 막아도 늦지 않는 것. 이것이라면 실전처럼 아래쪽에서 백한테 실리를 내주지 않아도 된다. 평소 이창호라면 이런 정도의 진행을 모를 리 없지만, 뭔가 서두르고 있는 것 같다.
실전에서는 이창호 9단이 하변을 뤄9단에게 내주는 대신 중앙을 제압하면서 전혀 다른 색깔의 바둑으로 흘러가고 있다. 유9단은 "아직까지는 형세를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좀더 지켜볼 일이다."고 중간 평을 내렸다.
.jpg) ▲ 이창호 9단(오른쪽)과 뤄시허 9단이 점심 시간을 갖은 다음 오후 대국에 들어가고 있다. |
[12시 7분, 109수 진행]
12시부터 13시까지 점심시간을 가진 뒤 오후 대국에 들어갔다. 오후 대국에서는 두 선수 모두 4분 정도 전에 거의 동시에 입장.
뤄시허 9단은 바로 자리에 앉은 반면, 이창호 9단은 시원한 음료수를 한잔 갖고 착석했다. 오전과 마찬가지로 입회인 홍종현 9단이 대국 속개를 알렸고, 뤄시허 9단은 주저없이 착점(108수). 이 수는 검토실에서도 예상을 한 것이어서 이창호 9단 역시 짐작하고 있었을 터. 그럼에도 이창호 9단은 다음 수를 쉽게 두지 않고 장고에 들어갔다.
기사를 작성하는 5분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창호의 응수가 나왔다. 그런데 그 수가 예상밖이었다. 좌하귀 3,三에 붙인 이 수에 대해 검토실 기사들도 다소 놀라는 눈치. 과연 여기서 이창호 9단은 기선을 제압하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는지.
[13시 40분, 125수 진행]
전체적으로 집은 이창호 9단의 흑집이 넉넉하다는 게 유창혁 9단의 중간평. 다만, 뤄시허 9단이 끝임없이 승부수를 띄워 아직 확실한 흑승이라고 진단을 내리기는 이르다고 덧붙인다.
백124로 흑돌에 헤딩을 해 온 장면에서 이창호 9단이 장고에 들어가 있는 상황. 이9단은 여기서 물러서느냐 더 강하게 갈 것이냐를 놓고 고민 중이다. 유9단은 약간 물러서더라도 이창호 9단이 유리해 보인다고 거듭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변수는 초읽기. 오후 대국에 들어갈 무렵, 이창호 9단은 1시간 5분 가량을 써 55분 정도가 남은 상태이다. 뤄9단 역시 55분이라는 적잖은 시간을 써 시간으로는 비슷하게 쓴 셈이다.
결국 이창호 9단은 장고 끝에 흑125라는 중앙으로 물러섰다. 이것으로도 괜찮다고 판단한 결론이리라.
[15시 05분, 204수 진행]
이창호 9단이 아직까지 유리한 상태. 이9단은 가장 안전한 수를 택해 두고 있다.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이창호 9단이 이겼다고 선언하는 것 같다."며 간략하게 현재 상황을 평. 실리에서 부족함을 느끼는지 뤄시허 9단은 계속해서 역끝내기를 하고 있다. 유9단은 "끝내기까지 하면 차이가 더 벌어질 것 같다."라고 말해 이창호 9단의 승리는 부동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