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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씨카드배

한승(漢乘), 오늘을 위해 준비한 이름

5월 1일부터 구리 9단과 결승 5번기 펼쳐

2009-04-30 오후 12:38:27 입력 / 2009-04-30 오후 12:37:35 수정

●…복고 쿠데타는 수포로 돌아갔지만

4월 29일 밤 11시. 조훈현 VS 구리의 비씨카드 배 준결승전에서 하마터면 대형사고가 터질 뻔했었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바람에 승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었던 승부의 저울추는 마침내 구리의 반집승을 가리켰다.

조훈현은 16강전과 8강전에서 기적의 반집승을 거두며 다시 한 번 ‘지는 노을이 찬란하다’는 회광반조의 신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그가 현재 세계대회 4관왕으로 부동의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구리를 꺾었더라면 경이로운 복고왕정의 쿠데타로 기록되었으리라.

그러나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우리는 찬란한 노을의 색채에 찬사를 보낸다. 세 차례의 반집 승부를 보여준 조훈현 9단의 집념은 승패를 떠나 깔끔하게 완성된 한 편의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 조훈현 9단은 4강전에서 구리 9단에게 아쉽게도 반집패를 당했다.

어느 틈엔가 중국에 추월당한 한국바둑의 후배들에게 ‘깨어나라!’ 외친 준엄한 모닝콜이요, 20대들에게 밀려난 시니어 기사들에게 ‘화이팅!’을 외친 장렬한 웅변이었다.

올해 다섯 번째 세계대회 트로피를 접수하기 위해 대륙에서 건너온 구리는 뜻밖의 복병을 만나 등골에 식은땀깨나 흘렸을 것이다.

조훈현이 누구였던가? 벌써 기억도 까마득한 1989년, 그러니까 무려 20년 전에 바둑황제에 올랐던 인물, 2009년 세계4관왕 구리는 이 번 준결승전이 초대 바둑황제로부터 인준을 받는 경건한 기념대국 정도로 여기지 않았을까?

그러나 막상 승부가 벌어지자 백발이 희끗한 조9단이 화염방사기를 걸머메고 한판 붙자고 덤비는 통에 최소 2도 화상쯤은 입지 않았을까?

‘아아, 한국은 정말 이상한 나라야. 조훈현 9단은 더 이상해? 하마터면 망신당할 뻔했잖아!’
아마 어젯밤 구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런 상념과 함께 잠들지 않았을까?


▲ 4강전 이세돌 9단(왼쪽)과 조한승 9단의 대국 모습.


●…조한승을 주목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4강전 대진표를 보고 구리와 이세돌이 정상에서 만날 것으로 예측했다. 농심배 최종전과 엘지배를 통해 한칼씩 주고받은 한중 일인자들이 비씨카드 배에서 진정한 지존을 가리는 그림이 웅장했을 터이나 이 번에 구리의 상대는 조한승이 올라왔다.

결승전의 예측은 아무래도 구리 쪽에 점수가 주어지겠지만 조한승은 한국바둑이 지니고 있는 또 하나의 조커(Joker)카드다.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박영훈말고도 또 다른 기풍의 정상 급 기사가 있는데 구리에게 겪어보라고 내미는 히든카드라는 이야기다.


▲ 조한승 9단.

조한승의 바둑은 유장하고 청아하며 아름답다. 화사한 백도(白道)의 바둑이다. 서두르지 않으며 모양을 중시한다. 오오다케의 미학(美學) 타이틀을 물려줘도 아깝지 않으리라. 그렇기에 격정적인 승부 혼이 2% 부족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러나 그 부드러움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천하의 강완 이세돌을 꺾고 결승에 오른 저력이 바로 부드러운 탄력 아니었던가?

이세돌과 흡사한 공격적 기풍의 구리에게 오히려 조한승의 탄력이 뭔가 보여줬으면 좋겠다. 막강한 공력의 쿵푸 달인을 맞아 강물의 흐름처럼 부드러운 태껸의 방어술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조한승은 그 동안 구리에게 1승 5패의 전적으로 열세를 기록 중이다.

전적 상으로는 불리하지만 역설적으로 이제 이길 때도 되지 않았을까? 그는 2001년 비씨카드 배 트로피를 차지한 적 있다. 물론 신인왕전이라 이 번 대회와 질적으로 다르지만 그래도 어떤 형식으로든 인연이 맺어지면 희한하게 보이지 않은 기운이 작용하는 법이다.

언젠가 강동윤은 한국 최고의 기사로 조한승을 손꼽은 적 있었다. 차세대 리더 강동윤이 왜 하필 이세돌, 이창호도 아닌 조한승을 으뜸으로 쳤을까? 개인적인 취향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강동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조한승의 미덕과 잠재력을 충분히 관찰했으리라.

아름다운 청년 조한승은 맑은 외모와 차분한 성품으로 선후배 기사들의 신망을 고루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제 강렬한 승부사로서 바둑 팬들에게도 듬뿍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대망의 결승전을 앞두고 조한승의 이름을 눈여겨보다가 빙그레 미소를 짓게 된다.

어쩌면 이름이 조한승이란 말인가? 한나라 한(漢) 오를 승(乘)의 조합이 묘하지 않은가? 쉽게 풀어서 대륙을 올라탄다는 뜻이다. 도대체 누가 언제 작명했을까? 바로 오늘 같은 날을 예측해 지은 이름 아닐까? 필자는 그 이름의 오묘한 작명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조한승에 올인 베팅을 하고 싶다.


■ 제1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대진표

8강 대진표
4강 대진표
결승 5번기
우승
구리
구리
구리 
5/1~5/5 19시
결승 5번기
퍄오원야오
조훈현
조훈현
한웅규
이세돌
이세돌
조한승
박영훈
조한승
조한승
황이중
TYGEM / 김종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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