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젬게임

세계기타

벚꽃, 수담 그리고 추억

제9회 세계학생왕좌전 참관기

2011-03-07 오전 9:50:41 입력 / 2011-03-07 오후 7:46:50 수정

이 글은 2월 28일부터 3월 4일까지 일본 도쿄 긴자에서 열린 제9회 세계학생 왕좌전에 참가한 송예슬 아마 6단이 작성한 글입니다. 한국대표로 출전한 송예슬 아마 6단은 이번 대회에서 4위에 올랐고, 함께 출전한 함영우 아마 7단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송예슬 아마 6단(25)은 2009 세계페어선수권대회 우승(이상헌 아마7단과 한 팀), 2010 노사초배 단체전 우승, 전국체전 페어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여자연구생 출신 아마강자입니다. 현재 대불대학교 레져학부 바둑학과 4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


▲비행기 안에서 많은 생각에 잠기며…

♠2월 27일
지금은 늦은 밤, 달빛이 포근한 밤, 잠을 재촉하는 달콤한 밤. pm-10:30이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어찌 잊겠냐며 꿈을 꾸고 있을 법한 시간

이제 몇 시간 후면, 제9회 세계학생 왕좌전에 참가하기 위해 이제 일본으로 떠난다.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내일 이 시간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입이 심심해서 슈퍼를 찾고 있을까, 아니면 일찍이 집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답은 분명 전자일 것이다. 벌써부터 난 기대도 설렘도 잠도 이루지 못할 만큼 갖고 있으니 말이다.

나에게 여행이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텅 빈 가방 안에 그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가득히 채워오는 것이다. 그것이 설령, 너무 작고 초라해서 씁쓸한 애닮은 향기를 가지고 있다한들 해도 말이다. .
의미가 없는 추억이 없다는 건 이미 오래전에 깨달아버린 나이기에.

♠2월 28일
비가 구슬프게 내린 월요일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비오는 오후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하네다로 가기 위해서 김포공항에서 만난 우리는 다소 시간의 여유가 있어 햄버거 집으로 향했다.
참. 필자와 함께 참가하는 선수를 소개하겠다. 바로 함영우 아마 7단이다. 영우와 필자는 국내 대학생 바둑대회 선발전을 걸쳐서 한국 대표로 뽑혔다. 올해 4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대불대학교 레져학부 바둑학과 4학년 1기생 동기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 SS501 모형 앞에서 필자와 함영우.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한국의 아이돌 그룹 SS501 모형이 보이자 일본관광객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 이를 본 영우와 필자도 일본사람들에게 부탁해서 찍어봤다

나는 일본말을 조금 할 줄 안다.보통은 연예인이 좋아서 드라마가 좋아서 그 나라의 문화를 동경한다.
그런데 나는 일본 캐릭터인 키티를 좋아해서 일본의 대한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요번에 일본에 갔을 때에도 나를 위한 선물로 키티 인형만 13개를 사왔다.
유치하게 아직도 그런 것이 좋으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무표정인 고양이 인형 키티는 날 위해서만은 항상 웃어주고 있을 것 같은 상상도 하게 만드는 신비스러운 존재이다.


▲日本 도착! 하네다 공항에서 대회 선수들의 숙소와 대회장이 있는 긴자 역으로 가는 표를 끊고 있다. 전철로 30분이 좀 넘었던 것 같다.


▲창문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나는 그럼에도 좋다며 웃고 있었다.


▲개회식 장면. 대진 추첨에 이어서, 선수들이 대국 임전 소감 및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대국에 앞서 각 국의 선수들이 모여 단체 사진도 한 장.

긴자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풀른 뒤, 대국장이며 전야제가 펼쳐지는 긴자인터넷포럼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대회에는 주최국 선수인 일본선수들을 비롯해 한국, 중국, 대만, 유럽, 남미 등 총 10개국 나라에서 16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대국장에 도착한 뒤 전야제가 시작됐는데, 대진추첨과 함께 각국 선수들의 간단한 임전소감이 이어졌다. 필자가 "화려한 도시 긴자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지만 수줍음이 많아 여러분이 먼저 다가와준다면 정말 고마울 것 같다."라고 인사말을 건넸는데 모두 공감한 듯 미소로 답 해주었다.

▲ 화려하다 못해, 휘황찬란한 긴자의 반짝 반짝 밤의 거리

전야제를 마친 뒤 긴자거리로 향했다. 일본 최고 부의 상징이라 일컬어지는 긴자 거리가 주는 느낌은 시오도메나 오다이바의 모던한 느낌이 아닌, 바로 와코의 이런 웅장하면서도 중후한 세련미를 말할 것 이다.

▲ 방에 들어와서 편의점에서 산 음료수와 그 130년 전통의 빵집에서 산 빵을 먹었다. 맛은 그냥 보통 빵 같은데 세월을 거스르는 빵을 먹었다는 마음에 기분이 묘해졌다.

1869년 메이지유신으로 실직한 무사 기무라 야스베가 창업한 빵가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무려 1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랑을 받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메인 메뉴는 앙팡. 팥빵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팥빵이지만 왠지 모를 기품이 있다며 소개되고 있다.

그렇게 일본 긴자에서의 첫날밤이 저물어갔다. 내일 조식은 영우랑 같이 호텔 레스토랑을 이용하기로 하고 8시에 만나기로 했다. 시합은 am-09:30분에 시작된다.



▲시합을 대비해 아침을 든든하게!




▲첫 날 대국 모습.

♠3월 1일
드디어 결전의 날이다. 대회는 1일부터 2일까지 2일 동안 치러지며 10개국 16명의 선수들이 스위스리그를 펼쳐 가장 좋은 점수를 얻는 사람이 우승을 차지한다. 어제 대진추첨에서 필자는 싱가포르, 영우는 세르비아 선수와의 대결이 확정됐는데, 무난하게 첫 승을 거뒀다. 두 번째 판에서도 필자는 체코선수를. 영우는 중국선수를 꺾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공개하자면 대회 기간 내내 영우가 긴장했다는 사실이다. 전국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친 영우인지라 필자는 이해가 되지 않아 슬쩍 물어봤는데 영우는 "대국을 하면 어떤 판이든지 긴장이 된다."고 말했다.

그에 반해 필자는 부담이 덜 했던 것 같다.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밥도 잘 먹고. 이제 바둑만 잘 두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긴장한 영우는 끼니까지 거르면서 대국에 임했는데 후에 결승에서 만나자 '밥까지 거르면서 시합에 준비한 영우'를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됐다.  

▲일본의 스시는 맛도 좋고 대중적인 음식이라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첫 날 두 판의 대국이 모두 끝나고, 외국 친구들이랑 젊음의 거리 시부야에 놀러갔다. 남자선수들은 라면을 먹자는 의견이 많았는데 일행 중 홍일점인 내가 계속 초밥을 외치는 바람에 맛있는 초밥집이 있다는 시부야에 다 같이 이동했다. 그 때 그 친구들의 배려가 너무 고맙다.

♠3월 2일
다시 대회로 눈을 돌리겠다. 1일 대국결과로 2승은 필자, 영우, 대만, 일본 선수 등 총 4명이었다. 그 상태에서 필자는 일본선수와, 영우는 대만선수와 대결해 모두 승리를 거뒀고 대망의 결승만을 남겨놨다.

벌써 마지막 4라운드라니…. 시간이 너무나 빨리 흘러감을 느낀다. 바로 앞에 영우가 앉아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순간이다. 이 판만 이기면 나는 이 대회 역사상 최초의 여자 우승자가 되는 것이다. 한국이 모두 결승에 올라온 것도 처음이라고 한다.

 
▲ 긴장되는 결승전. 영우외 대결하게 됐다.

점수제로 치러지는 스위스 리그 방식이라 진다면 결승에 올라왔어도 준우승을 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리고 결승까지 올라오니 없던 욕심도 생겨났다. 

둘 다 제한시간을 다 쓰고 초읽기까지 몰려 두 시간을 훌쩍 넘긴 채 바둑이 종료됐다. 결과는 아쉬운 패배. 바꿔치기가 일어났는데 내가 잡았다고 생각했던 영우의 돌들이 살아나서 승부가 끝났다.

결승에서 패한 필자는 간소한 점수 차이로 4등을 했다. 우승을 놓쳤다는 생각보다 3등까지만 주어지는 상패와 상장이 4등에게는 없어 내심 아쉬웠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 어머니에게 자랑할 증표 같은 것이 하나도 없어 조금 서럽기도 했다.

거기다 중국에서 온 왕탁이라는 친구는 여자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3위) 여자부 1위 상장을 따로 수상하는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아!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는 말이 필요 없었다.

▲입상한 선수들의 수상식과 곧이어 단체 사진을 찍었다.

■ 입상자 명단
1위: 함영우(한국)
2위: Yang Po Chun(대만)
3위. Wang Zhuo(중국)
4위. 송예슬(한국)



대회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예쁜 벛꽃을 볼 수 있었다. 한국에는 영하까지 떨어지는 꽃샘추위가 이어졌다고 했지만 일본은 영상 12도에 머물며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었다. 


♠3월 3일
관계자들과 선수들은 관광을 하러 나섰다. 필자는 가지고 온 돈도 많이 남았고, 아직 어제의 우울한(?) 추억을 털어내고자 혼자서 전철을 타고 도쿄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다. 네온사인들로 가득한 그 휘황찬란한 긴자의 밤거리를 느낄 수 있을 데까지….
 
지친 하루가 가고 눈 감으면 잡힐 듯 아련한 행복을 느끼며 잠을 청했다. 차가운 밤에 반짝이는 눈을 그리며 별을 쥐고 있는 여자가 되기를 꿈꾸며.

▲한국대표로 참가한 송예슬(왼쪽)과 함영우.

♠3월 4일
사랑하는 어머니가 공항으로 마중 나왔다. 어머니는 날 보며 웃고 있었다.

내 마음과 마음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바쁘게 보이도록 노력을 했다. 어쩌면 나는 도망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그 시간이 그리워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눈을 감으려고 할 때, 마저 도망갈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생각이 나서, 떠나지 않아서 울고 있었다. 사랑 이야기든 인생사든 같은 이치일 것이다.

결과는 조금 아쉬웠지만 세계의 대학생들과 함께 한 행복한 시간들은 나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TYGEM / 송예슬 아마 6단

관련기사

SNS 간편로그인

(주)컴투스타이젬    대표이사:이승기    사업자등록번호:211-86-95324    사업자정보확인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315 파이낸셜뉴스빌딩 4층

제호: 타이젬    등록번호: 서울 아04168    등록(발행) 일자: 2016.10.4

발행인: 이승기    편집인: 정연주    청소년보호책임자: 장성계

전화: 1661-9699 (상담시간:10:00-18:00)    FAX : 070-7159-2001    이메일보내기

COPYRIGHTⓒ Com2uS TYGE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 타이젬 일본
  • 타이젬 중국
  • 타이젬 미국
  • 타이젬 대만

2019 인공지능대상 수상

등급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