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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아갔던 시간 '한·중교류전'

2012년 한중교류전 참관기-김윤영 3단

2012-01-14 오전 1:01:56 입력 / 2012-01-14 오후 10:16:52 수정

*이 글은 2012년 한중교류전에 참가한 김윤영 3단이 당시를 회상하며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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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말 즈음 김성룡 9단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사범님~"
"안녕! 윤영아? 다름이 아니고 2012년 1월 4일부터 5박 6일 동안 중국기원출신 신예기사들과 교류전을 하려고 하거든. 중국 베이징에 있는 중국기원에서 할 거야. 단 비행기 티켓 등 비용 전액은 개인부담이야. 20명 정도 갈 듯한데 윤영이도 함께 할래?"
"오홍~일정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음. 5박 6일 중 하루만 관광을 하고, 나머지는 바둑을 10판 정도 둬. 중단된 한·중교류전 행사인데, 내년부터 다시 이어 가는거야.”
"아. 그럼 저도 가고 싶어요~!"

갑작스러웠지만, 국제대회 외 대국할 기회가 없는 중국기사들과 겨룰 수 있고, 또한 나 자신을 돌아보며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주저하지 않고 참가하기로 마음 먹었다.

2012년. 1월 3일. 출국하기 하루 전날 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전까지 나는 시합참가 차 두 번 중국에 들른 바 있지만 이번에는 시합을 하기 위해서도, 놀러 가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일까? 잠들기 전 나는 적당한 설렘과 긴장감을 느끼면서 잠을 청했다.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한국선수단.

2012년 1월 4일 - 한국선수단 베이징으로 출국!

아침 6시 반 김포공항에는 나 외에도 유창혁 단장, 김성룡 감독, 조한승 코치, 백홍석, 온소진, 한상훈, 김형우, 강동윤, 박승화, 안형준, 진시영, 이태현, 한웅규, 김정현, 안성준, 허진, 최홍윤, 안국현, 이지현, 박정환 강승민, 박민규, 나현, 황재연, 이동훈, 이영주, 박지연, 김혜림, 김채영, 최정까지 총 31명의 대인원이 집합했다. 지난해 전화통화 당시 들었던 인원보다도 훨씬 많았는데 이는 바둑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기사들이 많아서 일 것이다.

오전 8시 40분 비행기를 타고, 중국시각 10시 경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했다. '중국'하면 숨쉬기 힘든 공기가 떠올랐는데 도착하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베이징은 올림픽 이후로 공항도 새로 지었고 공기도 개선되었다고 하던데 그 말을 체험할 수 있었다. 

▲천안문에서.

첫날 일정은 관광이었는데, 천안문 광장과 자금성을 돌아본 후 저녁을 먹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한국팀의 숙소는 북경의 왕징 이었는데, 북경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간판에 한글이 대부분이었고, 한국 음식점도 많아서 한국선수단이 염려했던 음식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1월 5일 - 설레임을 안고 중국기원을 가다!

아침 8시. 호텔에서 출발해 1시간 만에 중국기원에 도착했다. 그 동안 타이젬 등 인터넷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으로 접한 중국기원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중국기원 내에는 프로기사들이 묵는 기숙사가 있었는데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교류전 장소는 2층 시합장. 9시반이 되니 중국기사들이 등장했다. 구리, 콩지에, 씨에허 등등 최 정상급부터, 10대 초반의 기사들까지 국가대표 선수들의 얼굴이 보였다. 이어서 중국국가대표팀의 감독인 위빈9단이 대국 룰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이번 교류전 대국은 중국룰을 따르며, 1국은 9시 30부터 제한시간 45분30초3회, 2,3국은 점심시간 후 30초 3회로 두 판을 둡니다. 하루에 3판, 3일간 총 9판을 둡니다.” ‘

▲대국에 임하는 한국과 중국의 선수들

위빈 9단의 대국룰 설명이 끝나자 대국은 시작됐다. 29대 29 한중 교류전 이 드디어 막을 올린 것이다. 또, 별도로 패한 사람에게는 100위안(한화 약 2만원)의 벌금을 내기로 했는데 이는 한·중 기사들의 승부욕을 돋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패자는 바둑알을 담으면서 100위안을 내야 했는데 이 때문에 패배의 아픔이 더 컸다.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돈을 주머니에 넣지 않은 상태에서 바둑을 두었지만 졌을 때의 허무함이란.. 그리고 한국기사들 자체 내에서도 승률에 따라 상금, 벌금제 를 정해놓았기에 패할 경우 챙겨온 용돈이 날아가버리는 아픔을 겪었다.ㅠ.ㅠ

▲구리와 콩지에의 한 턱으로 화기애애했던 저녁식사

첫날의 결과는 12승17패, 16승13패, 16승13패로 총 44대43으로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공식 3판이 다 끝나고 저녁시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1대1로 개인적으로 신청하여 이 때도 백원빵을 두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구리, 콩지에 두 기사가 한국팀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한다고 해서 중국기사들과 한국팀이 양고기 샤브샤브를 먹으러 갔다.

처음엔 말도 잘 안 통하고 어색했지만, 알코올을 섭취하며 조금씩 더 가까워졌다. 그러다가 술 대결도 펼치고, 마지막엔 구리,콩지에 ,창하오와 대적할 한국의 정예군단이 남았는데… 결과는 타이젬 회원들의 상상에 맡긴다.^^ 저녁식사를 끝나고 숙소로 돌아온 나는 오늘 둔 바둑을 머릿속으로 복기를 하다가 이내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1월 6일. 예상치 못한 대패.


아침에 중국기원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김성룡 감독님이 "오늘 전패 하는 사람들은 내일 아침에 버스 안에서 노래를 부를 줄 알아라! 당연히 반주는 없다! 100% 라이브를 기대하겠다!"라며 의욕을 북돋아(?) 주셨다.

아마도 김 감독님은 ‘노래 부르기 싫으면 이기던가!’라며 그만큼 바둑을 열심히 두라는 취지로 이 같은 무시무시한 벌칙을 주신 것이라 짐작됐다. 아무튼 김성룡 감독님의 벌칙을 떠올리며 이 날도 9시 반에 대국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한국팀은 10승19패로 패하고 말았다. 첫 판이 끝나면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점심은 매일 기원 옆의 중국식당에서 먹었다. 이 식당은 내 생각에 한국식당 못지않게 맛있어서 일정 내내 신나게 떠들면서 과식을 했는데, 이날 만큼은 조용히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선수들 대부분이 머릿속으로 복기를 하며, 다음 대국을 준비하는 분위기였기에… 하지만 오후에도 13승16패, 9승20패로 한국팀은 패하고 만다.


▲탄샤오vs박정환

일정 중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을 전하자면 한국의 박정환 9단 대국은 전판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중국에서 박정환 9단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생각했다.

둘째 날 저녁은 중국의 여자기사 몇 명(왕천싱, 송롱후이 등)과, 남자기사 몇 명(당이페이, 리엔샤오 등)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우리는 한국식당을 찾았는데 입이 떡 벌어졌을 만한 코스요리를 먹었다. 이 날 역시 중국기사와 한국기사들은 잘 어우러져 놀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왕천싱은 남자기사들의 사랑을, 리엔샤오는 여자기사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던 기억이 난다.


1월 7일 - 전날 대패를 이겨내지 못한 한국팀. 종합전적에 밀리다

아침, 기원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어제 벌칙으로 정했던 노래 부르기 시간이 열렸다. 처음엔 수줍어하며 불렀던 노래가 시간이 지나면서 왕중왕전 분위기로 바뀌었는데, 이 날의 우승자는, 모든 사람이 다 웃어도 감정 잡는 것 하나만큼은 최고인 안ㅇㅇ 3단이 우승을 하며 상금까지 받아갔다. (누구일지 맞춰보세요^^)

이 날은 13승16패, 14승15패, 17승12패로 총 44승 43패를 기록하며 근소하게 승리했지만, 종합 전적에서는 둘째날의 패배가 너무 커 패했다. 다들 둘째 날의 패배를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이벤트 대결인 페어바둑.

3판의 대국이 모두 끝난 뒤 남 ,여 페어 바둑을 두는 이벤트를 했다. 팀은 여자가 선택하는 방식이었는데, 인기순위(?)를 알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흐흐)

여자기사가 6명인 한국팀은 총 6판을 두었는데 3승3패를 했다. 그리고 저녁은 중국기원에서, 한국팀에게 식사를 대접한다고 하여 말로만 듣던 북경 오리를 먹으러 갔다. 거짓말을 하나도 보태지 않고 정말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오리 요리가 나왔는데, 신기하기도 했고 맛도 있었다. 이 날 또한 중국기사들과 대화도 하고, 게임도 하며 반상 외에서도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식사 자리에서, 중국기사들에게 평소 생활에 대해 물어봤는데, 국가대표라면 의무적으로 훈련에 참가해야 한다고 한다. 여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일주일에 두 번은 저녁 식사 후 공부를 한다고 하며. 남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가 공식 훈련이라고 말해주었다.

숙소는 중국기원 기숙사나 근처 아파트라고 하는데 집이 먼 기사들은 거의 명절 때만 집에 간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연구생 시절 생활이 생각났다.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것과 틀에 짜여 공부하는 것의 차이점에 대하여 생각 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호텔로 돌아와 자유 시간을 가졌다.

▲이화원에서 조한승 9단과 여자기사들의 기념촬영. 상비군 감독을 맡은 조한승 9단은 여자기사들에게 인기 짱이다.

1월8일 즐겁게 대국한 당신! 중국을 느껴라!

이 날은 처음으로 늦잠을 잔 뒤, 점심을 먹고 이화원을 둘러보았다. 너무 넓어서 둘러봤다기 보다는 살짝 체험만 했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이화원의 호수가 인상적이었는데, 그것이 인공호수라는 사실이 더 충격이었다.

이 날은 종일 관광을 하고, 마지막 저녁으로 한국 식당에서 삼겹살을 먹었다. 드디어 31명 전원이 아무 문제 없이 일정을 마친 것이었다. 그날따라 김성룡 사범님의 표정은 평온해 보이셨다.

생각해보면 무사하게 일정을 끝낸 이유 중 하나는 해외 경험이 적은 신예기사들로 구성된 한국팀은 음식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었지만, 여러 곳곳에서 식비 후원을 해주신 덕분에 다들 풍족한 식사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기사들이 혹시 모를 대비책으로 컵라면과 김치, 등을 준비해왔는데, 결국 다 먹지도 못하고 도로 가져가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마지막 날 밤. 로비에서

숙소에 돌아와서는, 보드게임도 하고, 꼬치구이도 먹고, 발마사지 받는 사람도 있고, 자유시간을 가지며 우리의 마지막 밤은 저물었다.

한국팀에서 최고로 좋은 성적은 거둔 기사는 7승 2패를 기록한 조한승·박정환 9단이며, 여자기사 중에서는 6승3패의 최정 초단의 성적이 가장 좋았다. 성적이 저조한 기사들은 표정에 아쉬움이 묻어났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에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엿보였다.

나는 이번 교류전을 통해서 나의 부족한 점을 알고 앞으로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나를 점검 할 수 있었다. 부득탐승 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듯이 승리란 탐한다고만 해서 얻을 수 있는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고왔다. 그에 따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과, 노력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고 온 시간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친선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TYGEM / 김윤영 3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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