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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신라면배

혈전 예감

제13회 농심배 3차전 김지석과 동행

2012-02-21 오후 3:17:23 입력 / 2012-02-21 오후 3:48:26 수정


S#1. 상하이 화팅호텔

2월 21일 아침. 상하이는 젖어 있었다.
비도 아니고 안개도 아닌, 수분을 머금은 무거운 공기가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기자회견이 열리기 한 시간 전에 중국 측에서 오늘 대국자가 구리라고 통보해왔다.
의표를 찌르는 오더 비틀기라고나 할까?
간밤에 김지석은 원성진과 오늘 작전을 의논했을 것이다.
씨에허의 최근 기보도 검토하고 자신의 페이스로 몰아갈 설계도를 그려봤으리라.

대개 국제대회 출전할 때면 그런 식의 작전회의를 나눈다고 했다.
인천에서 상하이로 오는 여객기 좌석이 운좋게 김지석 옆자리였다.
"요즘 건강은 어때요?"
"괜찮아요. 성진이 형과 가끔 테니스도 치고 그래요."
"과거에 머리가 자주 아팠다면서요?"
"많이 좋아졌어요. 이젠 약은 안 먹으니까. 하지만 가끔 찜찜할 때가 있긴 해요."
김지석 스토리를 쓸 때 차마 밝히진 못했지만 그의 건강에 약간 문제가 있었다.
씽씽 돌아가는 두뇌, 발랄한 착상, 격렬한 열정을 지닌 김지석이 결정적인 고비에서 박차고 나가지 못한 아쉬움을 필자는 그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왔다.

"타이젬 바둑은 자주 두나요?"
"네 요즘은 자주 둡니다."
1월 타이젬과의 족구시합 덕분이 아닐까 싶다.
"중국 신흥강호들과 승률은 어때요?"
"반반이에요. 굉장히 강해졌더라구요."
거침이 없고 솔직하다.
가까이서 보는 김지석의 눈망울은 참 맑다.
애매한 표현이지만 그냥 예쁘다.
"5연승하고 상하이나 한 바퀴 돌자고."
그러자 옆에서 듣고있던 원성진이 씩 웃는다.
"그래야죠. 저는 지석이 수발들러 온 거에요. 하하하"

▲기자회견 모습
S#2. 기자회견
현지시각으로 11시 30분. 화팅호텔 2층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주최사인 농심의 제품과 한국의 전통문화를 편집한 홍보영상이 모니터에 돌아간다.
50여 명의 기자들이 회견장을 가득 채웠다.
중국단장 류스밍이 인사를 건넸다.
"일본 선수들이 모두 탈락해 아쉽지만 한국과 중국의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좋은 승부를 펼치기를 바란다."

농심의 조인현 상하이지사장은 최근 농심이 의욕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생수(백산경수)를 홍보한다.
백두산의 수원에서 퍼올린 천연광천수라고 한다.

▲질문에 응하는 이창호.

중국기자들의 질문은 이창호를 향해 집중됐다.
"곧 아버지가 된다던데 소감이 어떠신지?"
"솔직히 말씀드려 기대도 되고 부담도 된다. 하지만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책임감을 갖고 좀더 열심히 승부에 임하는 좋은 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계속 준우승을 하고 있다. 같은 나이의 창하오가 중국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확실히 나이와 실력은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어찌 생각하는가?"
"신예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된 건 사실이다. 엘지배에서 제가 나름대로 열심히 두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웨이지에가 강했다. 그러나 나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조금 더 열심히 둔다면 아직은 해볼만하다고 믿는다."

▲씨에허.
중국 주장을 맡게 된 씨에허에게 질문이 던져졌다.
"이전 농심배에서 씨에허는 허리로 등장해 연승을 했던 기사로 기억하는데, 이번 농심배에는 주장을 맡게 됐다. 이전보다 책임감이 클 것 같은데, 첫 주장을 맡은 기분이 어떤가."
"지난 농심배에서 대부분 두 번째나 세 번째로 출전했는데, 3차전에 출전한 것은 처음인데 주장까지 맡게 됐다. 목표는 1승이다. 구리가 김지석과 많이 두어서 경험이 많을 것이다. 구리를 믿고 시합을 준비하겠다."

▲대국 시작. 구리와 김지석의 대국 모습.
S#3. 구리 VS 김지석
12시 30분.
대국이 시작됐다.
김지석의 흑번.
역대전적은 구리가 압도적으로 앞서있다.
지석이 단 한판도 이겨보질 못 했다.
그러나 한국 측 기사들은 지석의 기세가 쭉쭉 뻗어오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승부는 상하이를 뒤덮고 있는 안개처럼 모호하지만 이창호와 원성진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김지석의 기세를 믿고 싶다.
"구리는 항상 만나고 싶은 상대에요."
김지석의 말이다.
전혀 위축되지 않은 그 한 마디에 필자의 마음을 올인베팅하고 싶다
TYGEM / 김종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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