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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신라면배

믿는 도끼, 정환의 독기(毒氣)

-제14회 농심신라면배 3차전 제13국

2013-02-28 오후 7:32:57 입력

▲ 박정환(왼쪽) vs 셰허의 대국 장면.

한국의 수문장 박정환이 난적 셰허를 물리쳤다.
우리가 믿는 도끼답게 독기(毒氣)를 풍기며 생존 병력 1:2의 불리함을 떨쳐내고 상하이의 농심 결전을 막판까지 몰고 갔다.
이제 중국의 장웨이지에와 1:1 최종대결만 남았다. 

2월 28일. 상하이 그랜드센트럴 호텔 대국 실에서 진행된 제14회 농심 배 13국에서 박정환은 백을 쥐고 278수 만에 셰허를 1집 반으로 물리쳤다.
단단하고 견실한 셰허와 화려하고 날카로운 박정환의 대결은 역시 스타일의 충돌로 전개됐다.
박정환의 공격력을 의식한 셰허는 모든 말들을 굳게 연결해가면서 안전운행의 진수를 선보였다.
박정환은 시원시원하게 큰 자리를 차지하면서 중앙으로 날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반까지 형세는 만만치 않았다.
그 것이 바로 셰허의 장기라고 한다.
참고 참으면서도 형세를 맞춰가는 바둑.
타이젬 대국 실에서 해설을 맡은 이재웅이 재미있는 표현을 던진다.
"전성기의 임해봉을 방불케 하는 셰허의 인내심이 놀랍습니다만 상대를 잘목 만나면 무난하게 지는 바둑이 되기 십상이죠."
중반 이후부터 흑 번의 셰허가 덤을 내지 못한다는 판정이 나오기 시작한다.
어제까지 셰허에 '묻지 마 베팅'을 했던 중국의 큰손들이 이 판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박정환의 우세를 예측한 것일까?
그렇다면 놀라운 직감의 소유자들이다.
대개 한국과 중국 기사들이 대결할 때 중국기사들이 항상 포석에 앞서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세돌은 구리의 포석에 무척 시달리곤 했다.
그러나 오늘 박정환은 포석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전날 최철한이 그랬던 것처럼 셰허도 불리한 바둑을 포기하지 않고 지독하게 물고 늘어졌다.
지더라도 최대한 괴롭혀 박정환의 기력을 소진시키려는 전술 아닐까?
상하이 전야제에서 천야오예는 박정환이 그리 세 보이지 않는다고 평했다.
실제로 잉씨배 이전까지 박정환의 세계대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 대국에 집중하는 박정환.

국내 대부분의 기사들은 박정환을 초일류라고 말한다.
오로지 바둑만 공부하는 노력파로서의 에피소드는 허다하다.
큰 시합을 뛰고 나서도 심야에 타이젬 대국실에 들어와 중국의 절대강자들과 초읽기 바둑을 즐긴다.
인터넷 바둑을 통해 기풍과 전력이 노출될 위험도 적지 않은데 박정환은 개의치 않는다.
누구와도 시원하게 두고 직성이 풀릴 때까지 두고 또 둔다.
항공기와 버스 안에서는 사활문제집을 풀고, 젊은 기사들을 만나면 연습바둑을 둔다.
그래서 언젠가는 박정환이 이세돌처럼 세계바둑계를 뒤흔들 거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박정환에 대한 믿음은 타이젬의 팬들도 절대적이다.
그 어느 누구와 두어도 박정환 아이디에 베팅이 몰린다.
민심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말이 상하이로부터 입증되길 기원한다.
최철한의 연승행진을 막기 위해 천적인 셰허를 부장으로 출전시킨 중국의 오더신공이 이쯤 되면 답답할 것이다.
한때 반짝했던 장웨이제의 한칼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박정환의 내공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농심 배에서 깔끔하게 결정타를 날리고 이틀 푹 쉰 다음 잉씨배를 맞이하길 바란다.

한국 중국 일본 대표 5명이 출전해 연승전 방식으로 승패를 겨루는 농심신라면배는 1회 대회부터 6회 대회까지 한국이 6연패했으며, 7∼9회 대회에서는 일본 한국 중국이 한차례씩 우승을 나눠가졌고 10∼12회 대회는 한국이 3연패를, 13회 대회는 중국이 패권을 차지했다.

농심신라면배의 총규모는 10억원, 우승상금은 2억원이며, 본선에서 3연승하면 1000만원의 연승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원 추가 지급)이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각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

■ 제1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일정
본선 1차전 (1국~ 4국) 2012년 10월 16일~ 10월 19일/ 한국 부산
본선 2차전 (5국~ 10국) 2012년 11월 26일~ 12월 1일/ 중국 베이징
본선 3차전 (11국~14국) 2013년 2월 26일~ 3월 1일 / 중국 상하이


TYGEM / 김종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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