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사쌍등배
새로운 女帝를 맞이하며
황룡사쌍등배서 한국 첫 우승에 결정적 수훈세운 최정
2013-04-11 오후 8:29:56 입력 / 2013-04-11 오후 11:13:15 수정
▲ 중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최정.
한국 여자바둑의 새 역사를 쓴 최정을 감히 여제(女帝)라 칭한다.
통쾌한 승리였다. 한국바둑이 조금씩 힘겨워할 즈음 터져 나온 쾌거였다. 김채영(17)의 4연승으로 기분 좋게 출발한 한국은 대회 중반 '환생루이' 위즈잉의 거침없는 6연승을 지켜보면서 불안감이 엄습했다. 무명 왕천싱이 작년 대회에서 무려 8연승을 내달리며 한국에게 무승(無勝)의 치욕을 안겨준 장면이 방정맞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최정은 담담히 자신의 등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머리속에는 바로 꼭 1년 전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한국여류명인의 이름으로 황룡사쌍등배 첫 타자로 호기있게 나섰다. 연승의 시동을 당연히 걸 줄 알았던 최정은 한수 아래인 일본의 요시다미카(42)에게 노련미에 말려 어이없게도 반집패를 당하고 만다.
첫 타자에 불과했지만, 한국에서는 에이스 대접을 받았던 최정으로서는 중국의 강타자도 아닌 일본의 엄마뻘 기사에게 패한 것은 쇼크였다. 아니나 다를까. 패배에 대한 준비가 덜 되었던 한국은 시나브로 5명의 대표가 1승도 거두지 못하는 참패를 겪었다. 최정은 이 모두가 자신이 첫 단추를 잘못 꿴 탓인 것 같았다.

▲ 최정이 꼽은 이번 대회의 고비는 바로 12국 위즈잉(오른쪽)과의 대결.
최정은 올해 대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결전의 각오가 남달랐다. '재기전'에서 6연승을 달리던 위즈잉을 낙마시킨 것은 터닝 포인트였다. 타이젬 단골손님 위즈잉(16)은 최정의 후반 결정력에 놀랐을 것이다. 그녀가 시간패를 당했다는 것은 얼마나 돌을 거두기 싫었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반전에 반전을 이뤄보리라 애를 썼다고 보여진다.
어린 선수는 기술로 승부하기보다는 기세로 승부한다. 최정은 위즈잉을 꺾고 이미 달리는 호랑이를 탔다. 최정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첫 대결이었던 위즈잉과의 승부가 결정적이었다. 솔직히 비공식대국이지만 3연패를 당하고 있어서 살짝 자신이 없었는데, 또 질 수 없다는 각오로 나선 것이 결국 연승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중반의 물꼬를 완전히 틀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중국은 느닷없이 위즈잉이 무너지자 당황했다. 이어서 궁륭산병성배 우승자 리허가 등판했으나 역시 중반 이후 강타가 터진 최정의 승리. 그리고 오늘, 작년 대회에서 무승의 치욕을 던져준 왕천싱을 끝까지 자신의 스타일로 밀어붙이며 기어이 적지에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최정의 중반 이후의 결정력은 현존최고 동급최강이라는 평가다. 바둑TV해설위원 김성룡은 " (최정은) 마치 이세돌 같다. 초반은 조금 약한 듯하지만, 중반 이후 '아차'하는 순간 바로 물어버리며, 한 번 물면 놔주질 않는다"며 최정의 결정력을 칭찬했고 "올해 최정이 캐리어하이를 찍을 것으로 감히 예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내었다.

▲ 성장일로 최정.
최정은 뒷심이 강하지만 반대로 초반이 약하다는 평을 듣는다. 어린 선수들은 경험과 응용력이 요구되는 포석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들 약하다. 이창호도 어릴 적 부족한 점이 포석이었고 이세돌은 정상에 선 지금도 포석이 어렵다고 한다.
문제는 그 부족분을 상쇄할 정도로 중반 이후의 파괴력은 '장미란급'. 마치 한 수를 덜 둔 듯 느린 바둑이지만, 돌이 엉켜 붙고 난해해지면 힘이 절로 생기는 타입이다.
1996년생 최정은 유창혁에게 수학한 뒤 2010년 입단했다. 입단 전부터 크게 주목받았던 최정은 2011년 지지옥션배 8연승, 2012년 최연소 여류명인, 그리고 오늘 황룡사쌍등배 우승 견인이라는 큰 역사를 썼다.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