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족집게도사가 어깨를 쭉 펴고 말 좀 해야겠다. 비록 두 판이었지만 4강전 승자를 정확히 예측했다. 접신(接神) 경험이 있는 도사의 독심술의 개가였다.
오늘에야 까놓는 뒷담화지만, 별종 유저들은 족집게도사의 적중률이 안 좋으면 불같이 발호하여 온갖 비웃음을 다 주다가도, 적중률이 높아지면 칭찬은커녕 꿀 먹는 벙어리처럼 조용하다. 따라서 타이젬 댓글계 활성화를 위한다면 적중률이 낮아야 하는 아이러니컬한 면이 있으니 이 또한 도사의 걱정거리 가운데 하나. 각설하고-.
오랫동안 기다렸다. 오매불망 결승만을 기다려왔다. 이번 결승은 한중 대표선수가 올라왔으니 멋진 결승을 고대해도 좋을 것 같다. 타이젬 최고수 외톨이와 중국의 저우루이양이 맞대결을 펼친다.
동양증권배 결승은 상금 5000만원을 놓고 내일(2일)부터 3일간 오후8시 타이젬 대국실에서 결승3번기로 실시된다. 벌써부터 있는 T머니 없는 T머니 긁어모으는 소리로 온 타이젬이 시끌벅적하다. 특히 대국자는 공개된 현장(한국은 타이젬 본사, 중국은 혁성)으로 나와서 두게 되며, 대회가 끝나면 약속대로 결승에 진출한 자는 본명을 공개한다. 이제야 2010년 이후 타이젬을 뜨겁게 달구었던 '의적 홍길동' 외톨이가 가면을 벗는다. 참고로 저우는 본명이니까 ID를 공개함이 마땅할 듯.
저우루이양은 현재 중국랭킹 7위.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스웨 천야오예와 공동1위라고 할 정도로 상승세다. 올해 22세이며 2002년에 입단했으니 그도 엄청난 천재기사. 불과 14세에 갑조리그에 진출했으니 우리로 치면 영재입단대회를 통과했던 신진서 신민준의 나이에 두각을 나타냈다. 확실히 빠르다.
2008년에 처음으로 중국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그 때부터 무시 못 할 강자군에 꼽혔지만 세계무대에서는 힘을 못 쓴 전형적인 안방호랑이로서 이미지가 강한 그였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올 초 백령배에서 덩치만큼 큰 펀치를 과시하여 천야오예를 3-0으로 보내버렸다. 내친 김에 올 들어 3개 기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금까지 11년의 프로생활보다 올 6개월간의 성과가 더 큰 사나이.
외톨이는 저우에게는 무척 강했다. 나이는 비록 저우보다 아래지만 훨씬 두각을 일찍 나타내었고 세계무대의 경험도 많다. 외톨이는 저우와 오프에서 만나 3승1패를 거두었다. 그리 많은 대국수는 아니지만 1년에 한 번 꼴로 만나서 계속 이겨오다가, 바로 2012년 바이링배에서 저우가 처음으로 외톨이를 이겼다.
2010년 혜성처럼 등장한 외톨이는 불같은 공격력과 한길 앞선 수읽기 능력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여태 동증배건 동생배건 우승 한번 못하고 준우승만 세 번 차지했던 비운의 철권이다. 최근 중국기사들이 대부분 약진하는 분위기여서 과거에는 계속 져오다가 최근 들어 이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그러한 점에서 외톨이도 조심해야 할 듯.
외톨이는 대만의 shark86, 동양의빛, daxiang, 강진열(P) 등을 무찌르고 올라왔다. 일찍이 말했지만, 외톨이에게 웬만큼 센 상대는 겁낼 필요가 없는데 기력 이상을 가진 복면자객이 힘들었다. 그런 면에서 외톨이는 우승의 호기를 맞이한 셈이다. 일단 상대는 자신을 모르는데 자신은 상대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사실 8강에서 daxiang을 물리치면서 우승가도에 희망이 팍팍 비쳤다.
외톨이의 최근 6월 성적은 6승3패. 동양증권배가 있었음에도 대국수가 적은 것은 그 동안 중국리그, LG배 등 각종 오프 대회가 많았으니 타이젬 대국을 등한히 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어렵지 않다. 단, 외톨이의 6월 한 달 동안 오프성적은 4승3패로 그저 그런 성적표인데 약간 불안한 요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상금이 얼만가. 온라인 최고의 상금 5000만원이다. 얼마 전 끝난 TV아시아선수권이 3000만원이었으니, 세금들 빼고 나면 무려 두 배에 해당하는 우량상금. 제 아무리 컨디션이 어쩌고저쩌고 해도 이 돈을 쉬 놓칠 프로는 없다.
올 초 백령배 결승에서 천야오예를 3-0으로 보내버리고, 중국 기성전에서 퉈자시에게 2패 후 3연승으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던 저우는 올 들어 부쩍 실력이 늘었다는 평을 듣는다. 32강에서 FengYu(P), 16강에서 Snow(P), 8강에서 wjx(P), 4강에서는 Strive(P)를 차례로 꺾고 올라와 중국팬에게 원성이 자자하니, 우승으로써 보답하는 수밖에 없다.
족집게도사는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예상평이 마지막 줄에다 "붙어봐야 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라고 하는 것이다. 무릇 도사라면 나타나있는 자료 전적은 물론이요, 자극적인 그 무엇을 구하는 유저들에게 좀 더 구체적으로 찍어주는, 심층적이어야 한다.
자, 선택의 순간이다. 족집게도사도 때로는 외롭다. 족집게도사의 점괘는 나왔지만 펴보지도 않았다.무조건 외톨이의 우승이다.
1993년이 한국바둑의 해라고 할 정도로 전 세계기전을 싹쓸이했던 해였다. 그로부터 20년이 경과한 2013년 한국은 아직 미니 세계기전 하나도 차지하지 못한 변방국이 되려한다. 2010년 혜성처럼 우리 앞에 나타난 '의적 홍길동'처럼 외톨이가 동양증권배를 품에 안고 당당히 나타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