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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기 이후가 더 중요하죠"

10번기 승리 이끈 이세돌 인터뷰

2014-09-28 오후 11:09:47 입력 / 2014-09-29 오후 6:57:08 수정

▲ 이세돌이 70년만의 10번기에서 승리했다.


이세돌이 한국바둑의 자존심을 지켰다. 세기의 대결이라는 10번기에서, 70년 만에 벌어진 10번기에서 중국의 구리에게 6-2 압승을 거두며 한국기사로는 최초로 기념비적인 10번기에서 승리한 사나이가 되었다.

8개월을 오는 동안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던 이세돌. 생면부지의 중국의 낯선 땅을 돌아다니며 일방적인 상대의 응원 속에서 오로지 끈질긴 생명력으로 이룬 승리이기에 그 무엇보다 값진 승리다. 10번기 대국중 가장 긴 장장 9시간30분 동안 숨 막히는 격전을 치른 이세돌을 포연이 자욱한 전장에서 긴급 인터뷰를 가졌다.

먼저 소감은?
기분이 남다르다. 세계대회는 자주 우승할 수 있지만 이런 영광스런 10번기에서 승리를 했다는 것이 기쁘다. 기쁘다는 표현 말고 더욱 좋은 표현이 있을 법한데 특별히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

석패한 구리에게 한마디?
승패를 떠나서 나를 상대해준 구리에게 감사하다. 구리가 없었다면 10번기 자체도 없었을 것이다. 가슴으로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10번기를 끝내고 뒤를 돌아본다면?
10번기가 출발할 때 나는 삼성화재배, 구리는 몽백합배에서 실패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안 좋은 상황에서 두어졌지만, 이제 앞으로가 중요할 것 같다. 지금은 10번기를 제대로 평가할 수없다. 구리는 어쨌든 졌으니 지금은 아프지만 저력이 있는 기사이므로 그래도 빠른 시간 내에 올라설 수 있다고 본다. 구리나 나나 앞으로 더 다 잘해야 지난 10번기가 의미 있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대국이 어땠나? 후반에 많이 어지러워졌는데.
굉장히 어려웠다. 후반은 흑이 좋아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차피 피차 최선을 다하는 바둑이어서 형세가 조금 유리하고 불리하고는 상관없다. 막판에 구리가 초읽기고 나는 시간이 10분여 여유가 있어서 큰 잘못 없이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지난 여덟 판을 돌아본다면 아쉬웠던 점은?
대국 내용이 좋지 못했다. 5,7국은 제외하고, 1~5국은 너무 좋지 못했다. 특히 2국은 구리의 필승지세였다. 그러나 두 사람이 모두 처음 경험하는 큰 승부였으니 만큼 (팬 여러분이) 이해해 달라.

10번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바둑은?
5국이다. 먼저 2승을 했을 때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이후 3,4국 포함해서 다른 기전에서 2패 등 4연패를 했다. 굉장히 어려웠다. 바둑은 나빴지만 운 좋게 역전할 수 있었고, 그 바둑이 10번기의 승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사실 2-2에서 구리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었는데, 샹그릴라 고산지대의 대국이 결과적으로는 구리의 입장이서는 옥의 티가 아니었나 싶다.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딸 아내?

(잠시 머뭇거리더니) 기왕이면 딸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웃음)

최근 과거처럼 파죽지세로 이기지는 못한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나?
작년 춘란배 삼성화재베에서 준우승에 그친 것은 바둑외적인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체력이나 나이 이런 것들은 아직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세계대회에 성적을 못 냈지만 10번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 쪽에 핀트를 맞추었다. 지금부터 잘해야 한다. 세계대회 10번기, 둘 다 성적을 잘 낸다는 것은 제 능력을 벗어난 일이었다.

여행이나 떠날 계획은 있나? 휴식을 해야 할 건데.
이번 달에(10월을 지칭) 곧장 삼성화재배가 있다. 바로 10번기 이후의 첫 대회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이번 8국을 졌다면 모르겠지만 이겼으니 당연히 삼성화재배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마 기세가 오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그 다음에 쉴 예정이다.

큰 바둑을 이기고 난 다음에 다른 여타 기전은 적어보일 수 있지 않을까? 공허함같은 것...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직업이 승부를 하는 것인데 크고 작고가 있을 수 없다. 10번기가 끝난 다음이니 오히려 편하게 둘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시 10번기를 치를 수 있을까?
스폰서가 일단 나타나야 할 문제지만, 당장은 일어나기가 힘들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상대가 없다. 10번기라는 것은 단순히 일인자라고 해서 두어지는 게 아니질 않은가. 용호상박할 수 있는 상대가 있고 또 두 사람 간 업적이 엇비슷해야 할 것이다. 최하 세계대회에서 5개는 우승해야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나이도 엇비슷해야 하고.

10번기에 등장한 사람이 중국 일본 사람뿐이었다. 70년만에 10번기를 소화한 첫 한국인이다. 그에 관한 느낌은?
한국대표기사로서는 굉장한 영광이었다. 니장건 회장과 구리에게 다시 감사한다. 이겼으니까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막상 두어보니 생각보다도 더 힘든 상황이더라. 오청원시대에는 치수를 고치는 등 부담이 더욱 더 할텐데 그분들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끝으로 바둑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한마디?
바둑팬 여러분 그리고 니장건 회장님, 구리, 기자님들 모두 감사한다. 이번 10번기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한국 바둑의 침체기에서 제가 이겼다는 점이다. 이때까지는 지는 모습만 보여주었지만 이제는 중국을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저도 최선을 다하고 동료기사들도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TYGEM / 진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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