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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신라면배

박정환, 中왕시 5연승 저지 '특명!'

제16회 농심배 부산시리즈 - 중국선수단 밀착 취재

2014-12-01 오후 10:04:18 입력 / 2014-12-02 오전 8:16:06 수정

▲ 농심배가 한창인 부산에서 중국 선수단과 식사자리를 가졌다. 왼쪽부터 중국 혁성 이철용 대표, 왕시, 롄샤오, 왕레이 단장, 미위팅, 타이젬 하영훈 본부장.

제1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이 부산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재 왕시의 4연승으로 중국 독주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타이젬과 중국 혁성, 그리고 중국 선수단이 함께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상대를 알아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것은 승부세계에서 불변의 진리다. 중국 선수단의 식사 자리에 기자도 동석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메뉴 선정. '집 나가면 고생'이므로, 한국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 중국 선수단에 메뉴 선택권을 넘기자 만장일치로 고기집으로 향한다. 고기가 불판에 노릇노릇하게 익혀지고 잔이 채워지자 미위팅과 롄샤오가 왕시에게 건배를 제의하며 "셰셰"를 연발한다. 왕시의 대활약 덕분에 부산에서는 출전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사글사글한 성격의 왕시는 저녁식사 내내 즐거운 표정. 자신의 몫을 120% 달성한 만큼 임무를 완수한 자의 여유가 느껴졌다. 최대고비는 역시 강동윤과 맞붙었던 제5국. 왕시가 강동윤을 꺾고 연승행진의 교두보를 마련한 데에는 중국 왕레이 단장의 역할도 한몫 했다.

강동윤과의 대국 전날 왕시가 바둑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자, 손수 바둑판을 구해온 왕레이 단장이 미위팅과 롄샤오를 대동하고 왕시의 방을 찾았다.

왕시의 방에서 열린 공동연구는 약 2시간 가량 지속됐다. 중요한 시합 전에 선수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과 외로움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쉽게 짐작할 수 없는 것. 선수단과 단장이 함께 컨디션 조절을 도와준 것은 그런 점에서 분명 왕시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중국 선수단은 농심배 원정을 왔을 때 숙소에서 각자 연구하며 컨디션을 조절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왕레이 단장은 부산 도착 후 미위팅과 롄샤오에게 시합이 없더라도 검토실에서 함께 연구할 것을 제안했다. 머리를 맞대고 함께 상대의 전력을 분석하기 위함이었다.

▲ 왼쪽부터 왕시, 롄샤오, 왕레이 단장, 미위팅.

"박정환은 아주 강하다. 어려운 승부가 되겠지만, 내년에도 농심배에 출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왕시)

중국은 최종국에서 승리해 우승을 결정지은 선수와 5연승 이상 기록한 선수에게는 차기 대회 우선 출전권을 부여한다. 왕시는 다음 상대인 한국1위 박정환을 다소 버거워하면서도 5연승의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2005년 중국 주장으로 농심배에 첫 출전하고 7년 전인 2007년에 이미 농심배에서 3연승을 거둔 바 있는 '노장' 왕시가 올해 다시 중국대표로 선발됐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변이다.

중국은 국가대표 자체 선발전을 통해 농심배 대표를 선발하는데, 치열한 선발전 와중에 커제 천야오예 판팅위 탕웨이싱 저우루이양 장웨이제 등 기라성 같은 강자들이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 가운데 30세 왕시가 선발전을 뚫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슈가 될 만한 일인데, 이번 부산시리즈에서 4연승을 거두며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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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준-왕시 대국을 검토하는 미위팅과 롄샤오.


"박정환과 상대하는 것이 더 껄끄럽다. 왕시가 박정환까지 꺾어주면 좋겠다."(미위팅)
"박정환과 김지석 모두 강해 상대가 누가 되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롄샤오)

미위팅은 이번 대회기간 내내 다소 여유로운 표정으로 검토에 임했다. 반면 롄샤오는 미위팅보다 검토실 도착 시간도 늘 빨랐고 더욱 진지했다. 하지만 이런 겉모습이 '위장술'이었는지 만약 왕시가 패했다면 중국3장은 미위팅으로 내정되어 있었다고 한다. 롄샤오가 중국 내에서 최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몽백합배 세계타이틀 홀더 미위팅이 3장으로 먼저 출전한다는 것은 분명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오더가 됐을 것이다.

왕레이 단장과 함께 검토실에 매일 출근한 미위팅과 롄샤오는 그날 승부가 끝나면 왕시와 함께 국후복기를 하며 의견을 교환한다. 강동윤과의 첫판만 역전승 꼬리표가 붙었을 뿐, 왕시가 나머지 세판에서 점점 더 날이 서는 듯한 기량을 과시하며 완승을 거둔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박정환 김지석 강동윤 안성준 변상일. 이번 농심배 한국 대표팀은 전원 모두 국가대표로 선발됐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에 출전 선수를 제외한 국가대표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한국이 최근 좋은 성적을 거뒀던 몇 차례 세계대회 때처럼 코치진을 포함한 국가대표가 '단체전'인 농심배에도 함께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한국 팀의 운명을 걸고 출격하는 박정환이 왕시의 5연승을 저지하고 한국에 부산시리즈 첫 승리를 선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타이젬에서는 내일(2일)오후2시부터 박정환-왕시 대국을 안형준의 부산 현지해설로 생중계한다.

▲ 왕시와 고노린의 농심배 제8국이 벌어지고 있는 검토실 풍경. 왼쪽은 중국 검토진, 오른쪽은 일본 검토진이며 한국 검토진은 없다.
TYGEM /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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