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바둑 해외전도사를 꿈꾸는 연구생 출신 김영삼(24).
기자는 내셔널리그 대구덕영팀의 선수 임원들과 함께 유럽바둑선수권을 참관했다. 대회가 개막하기 하루 전 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겁도 없이 야간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짤막 여행을 떠났다. 모스크바에서는 영어표지판이라고는 거의 없으며 한 토막의 영어라도 알아듣는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다.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뜻하지 않는 귀인을 만나게 된다.
대구덕영 주장 송홍석과 친분이 있는 연구생 출신의 강자 김영삼을 만나게 된 것이다. 김영삼은 유창한 영어와 화려한 국제대회 경험을 쌓은 또 다른 젊은 해외바둑보급사였다. 물론 기자는 예전부터 김승준 프로가 만든 외국인 바둑교실 '비바(BIBA)'에서 외국친구들과 김영삼이 어울리는 모습을 간혹 본 적이 있다.
알고 보니 그는 다년간 유럽바둑선수권을 다녀왔으며 그 외 유럽바둑투어를 종종 했던, 바둑가에서는 덜 알려진 한국의 해외통이었다. 그는 유럽바둑선수권 중 메인대회(최강부)에 출전했음은 물론이요, 페어부문에서는 2년 연속 결승에 진출한 유럽바둑선수권의 유명인사였다.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유럽선수권대회 첫날 한국에서 건너간 김원태 전 대학바둑연맹회장과 1회전에서 만난 김영삼. 둘 다 아마6단이어서 인터넷 중계를 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이런 이역만리에서 만나게 되니 반갑다. 유럽바둑선수권은 어떤 대회인가?
유럽선수권은 유럽 내 여타대회와는 조금 다르다. 파리오픈 런던오픈 같은 대회는 주말에만 벌어지고 주변국가들만 참가한다. 우리의 전국대회와 비슷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유럽챔피언급 고수들과 두 자리 급수들, 그리고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의 실력자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매머드바둑축제다. 유럽의 바둑올림픽이라고 보면 된다.
유럽선수권은 대회 기간이 최장 2주일이 걸리기 때문에 멀리 한국에서는 전 일정을 소화하기가 어려울듯하다.
메인대회엔 한국에서 매년 5명 정도가 참가한다. 여성바둑연맹에서는 2년에 한번꼴로 출전하곤 하는데, 그 떄는 2~30명씩 오신다. 그러나 메인대회 말고도 각종 이벤트대회가 즐비하니 대회 일정은 3일을 잡아도 되고 1주일을 잡아도 된다.
지금 한국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
'비바(BIBA)'에서 꽤 오랫동안 일을 하다 최근 이세돌바둑도장 인천점(원장 한창한)에서 바둑사범을 하고 있다. 지금은 휴가를 내서 출전했다. 그 외 한국에 있는 해외 선수들의 통역 겸 가이드역할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유럽선수권은 다양한 종목이 있던데 어떤 종목에 출전하나? 연구생 출신인데 그 정도 실력이면 우승권에 근접해 있지 않나?
입상권에 드는 수준이긴 하다. 그러나 중국 대만 등지에서도 고수들이 참여가 늘기 때문에 장담하진 못한다. 나의 주종목은 혼성페어바둑이다. 러시아의 마야라는 여성 선수가 친구여서 호흡이 맞는 편이다. 페어바둑에서는 3년 연속 결승진출을 노리고 있다. 재작년엔 우승, 작년엔 준우승을 했다.

▲ 러시아의 마야라는 여자선수와 인터넷 해설을 담당하고 있는 김영삼.
유럽선수권에는 몇 번 출전했나?
유럽선수권은 5년째 참가한다. 한국선수 중에는 유럽에 거주하는 황인성 선배가 자주 참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자비로 출전하기로는 내가 그래도 많이 출전한 쪽에 속할 것이다.
인터넷라이브 해설도 한다던데, 유럽에서는 쾌 알려진 선수인 모양이다.
아마 영어가 되고 바둑도 어느 정도가 되기에 선택된 듯하다. 대회도 몇 년 참가를 했고 외국 친구들에겐 안면이 있으니 아무래도 내가 적임자라고 생각한 듯하다. 유명한 것은 모르겠고(웃음).
실례지만 해설료는 충분히 주는가(웃음)?
해설비라고 따로 책정된 것은 없지만 대회 기간(2주 남짓)동안 호텔비를 무료로 해주었다. 물론 출전선수들이 다들 1/3 가격으로 묵기는 하지만, 그래도 50만원 쯤 되는 경비를 보조해주는 것이니 나에겐 특별 대우해 준 것이라 만족한다.
유럽선수권은 기간도 기간이지만 경비는 꽤 들 것으로 보인다.
선수로서 2주 동안 머문다면 숙박비와 식비 등을 저렴하게 쳐서 100만원 정도, 항공료를 미리 예약해두어서 100만원 남짓 들었다. 관광이나 다른 지역의 여행이 없다면 200만원 남짓으로 올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어느 종목이든 입상권에 들게 되면 상금이 조금 나오고 해설료 삼아 또 조금 나오니 전체적으로는 경비는 100만원 미만이 들었다고 할 수 있다.
직접 두어본 결과 유럽에서는 누가 젤 잘하는 것 같나?
물론 한국에서 공부한 샤샤나 스베타 등 프로도 있고 유럽프로들도 있지만, 지금은 이스라엘의 알리자바린 아니면 러시아의 일리야쉭신이 개인적으로는 잘 둔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한국 대만 등에서 온 참가자들도 결코 만만찮고 우승후보다.
향후 개인적인 목표는?
해외바둑의 전도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아직은 나이가 어리지만, 이렇게 경험을 쌓고 친구들을 사귀고 한다면 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 글로벌바둑이라는 것이 단순히 영어만 하는 것이 아니고, 이들 외국친구들과 몸소 부딪히고 관계를 가져놓는 것이 굉장히 필요한 덕목이다. 물론 당장은 실력을 더 키우는 일이 우선이다. 외국어든 바둑이든.
▲ 유럽바둑선수권 러시아대회조직위 부위원장인 나탈리아와 타이젬과의 인터뷰를 돕고 있는 김영삼(맨 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