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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에서 그림 그리는 괴짜 의사

과테말라 아드가르도 가세레스(68)

2016-09-07 오전 9:40:58 입력 / 2016-09-07 오전 9:47:52 수정

▲ 과테말라의 에드가드로(68) 씨는 바둑보다 그림그리기에 더욱 열중하는 괴짜 의사. 

해마다 국무총리배가 열리면 낯선 이방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리 강자도 아니면서 세상 모든 번뇌를 다 짊어진 듯 진지한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바둑을 대하는 숭고함에 때로는 고수인 우리가 부끄럽기까지 하다. 오늘도 이방인을 만났다. 한국에서 가장 먼 반대쪽인 남미의 과테말라에서 온 노신사가 눈에 띠었다.

경기는 가장 일찍 마치는 부류이며 제한시간 40분을 다 쓸 생각은 애초부터 없어 보인다. 끝나자마자 자신의 작업실처럼 바둑판 위에다 미리 준비해온 문양에 색칠을 한다.

처음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만화캐릭터 그리기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김성래'라고 적힌, 마치 도장표면을 새기는 것 같았다. 김성래 프로는 이번 국무총리배의 심판위원장.

그는 8급의 기력으로 출전선수들 가운데 가장 노장인 과테말라의 의사인 에드가드로(68) 씨. 그는 의사지만 언어학 사회학에도 많은 관심이 많다. 프랑스 소르본대학에 들어간 동생이 학위를 따기 위해 바둑을 배운 까닭에, 자신도 우연히 배우게 되었단다. 처음 바둑돌을 잡았을 때가 47세 때.

경기 첫날부터 그는 조용한 독서실이나 화실을 찾은 듯했다. 둘째 날도 경기를 일찍 끝내고 조용한 가운데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를 유심히 바라보던 클럽 A7 홍시범 대표가 '괴산명필' 정순오가 쓴 한글 보자기를 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3일 내내 이 지독한 그림그리기는 계속되었다. 오늘 또 40분 만에 바둑을 끝내고는 가져온 파일을 꺼내더니 또 다시 칠하기를 하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그냥 캐릭터가 아니고 마야문명에 관한 문양이었다. 마야문양에 심취해서 여러 마야의 기념품을 수집하다보니 또 언어학에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는 한국을 5차례 방문했다고 한다. 바둑으로 네 번을, 의사로서 학술대회에 한번이란다. 그래서인지 그는 인터뷰 도중에 마시지, 침술, 바둑, 인생 이런 간단한 한국어를 구사하기도 했다.

▲ 클럽A7 홍시범 대표가 한글이 멋지게 쓰인 보자기를 선물하자 기뻐하는 에드가드로 씨. 

그에게서 자연스레 과테말라의 바둑상황도 들을 수 있었다. 현재 과테말라에서 바둑클럽을 방문하는 바둑동호인은 10여명을 넘지 않는데, 과데말라바둑대회를 하게 되면 400명 정도가 열심히 참여한다고. 멀리 남미 과테말라에도 바둑의 열기가 있었다니 그저 기자는 놀라울 뿐이었다.

그렇다면 많은 선수가 있는데 왜 8급의 기력이며 그림그리기가 취미인 그가 대표선수로 왔을까. 그는 잘 두는 어린 아이들도 있지만 그들에겐 돈이 없으니 자신이 대신 온 것이라고 솔직히 말한다.

8급 기력의 노의사의 이번 대회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웃으면서 "1승을 올리면 좋겠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8급의 기력으로 1승 올리기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자신도 아는 듯하다. "3라운드에서는 애석하게 1집반을 졌는데, 4,5,6라운드에서는 1승을 거둘 지도 몰라요."

의사의 시각으로 본 바둑의 장점은 무엇일까.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열변을 토한다. 넘버 원,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요, 치열하게 싸우고 경쟁하는 스포츠이며, 전체를 봐야 하고, 관계를 중시해야한다는 것. 그리고 음양의 조화라고 말했다. 기력은 8급이지만 바둑의 이해도는 단연 9단이었다.


▲ 8급인 그는 일찌감치 경기는 마치고(?) 앉은 자리에서 주종목인 그림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TYGEM / 진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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