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배
LG배 4강 뒷풀이 ‘종국,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
2019-10-31 오후 5:14:08 입력 / 2019-10-31 오후 6:11:49 수정
신진서가 숙적 커제를 완벽히 제압하고 결승에 오른 뒤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검토실에서 누군가 ‘박정환9단 이겼는데?’라는 소식을 전했다. 박정환이 불리했던 대국을 대역전 했다는 소식을 들은 기자들도 손이 바빠졌다.
바로 끝날 것 같았던 대국은 한참 동안 이어졌고 375수까지 진행됐다. 9시에 시작했던 대국은 15시35분에 막을 내렸다.
한국 주최 세계대회 결승에 한국선수가 나란히 오른 것이 얼마만인지 검토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이미 승자는 확정됐고, 집 메우기가 한창일 때 기자들이 우르르 대국장으로 향했다. 심판은 ‘정확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들어오지 말라’는 말을 전했다.
박정환의 3집반 승이라는 말이 전해지고 굳게 닫혔던 대국장 문이 열렸다.
침묵 속에서 박정환은 머리를 한번 쓸어 올리고 부채질을 하며 열기를 식혔다. 고개를 푹 숙였다 턱을 괴며 바둑판을 멍하니 바라봤다. 초속기 대국이 끝난 뒤에는 볼 수 없었던 승부사들의 지친 모습이다.
바둑판에 남은 자리는 없었다. 흑돌, 백돌로 가득 찬 바둑판 옆에는 사석 16개가 남아 있다.
미동이 없던 타오신란은 손으로 이마를 감싸며 고개를 숙였다. 타오신란에게는 생애 첫 세계대회 4강 대국이었다. 패자는 먼저 바둑판에 손가락을 올리며 복기 의사를 밝혔다.
누군가 곁에 와주길 바라는 듯 주변을 보던 박정환이 조금씩 미소를 찾기 시작했다. LG배 8강, 4강 내내 박정환과 함께 하던 이영구 한국국가대표팀 코치가 다가왔다. 결승에 선착한 신진서도 대국장에 왔다. 신진서 손에 들린 휴대폰에는 ‘박정환-타오신란’의 기보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10월30일 강릉 라카이샌드파인 리조트에서 열렸던 스물네번째 LG배 조선일보기왕전 4강 박정환과 타오신란의 대국이 끝났다.
누군가에게는 의미있는 시간, 누군가에게는 아픔의 시간이었을 그 순간을 사진으로 감상한다.
▲부채질로 달아오른 열기를 식혔다.
▲승자는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바둑판은 빈 곳 없이 꽉꽉 흑돌과 백돌로 채워졌다.
▲다시 바둑판을 바라본다.
▲다잡았던 승리를 떠나보낸 패자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디서 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던 것일까.
▲LG배 내내 함께 했던 이영구 코치가 오자 비로소 미소를 보인다.
▲먼저 결승에 오른 신진서의 휴대폰 화면에 '박정환-타오신란'의 기보가 보인다.
▲한참 동안 복기를 한 뒤에 보이는 승자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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