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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바둑 보급의 머나먼 여정

2002-04-12 입력

[해외뉴스]
유럽바둑 보급의 머나먼 여정


얼마 전 일본 바둑계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바둑을 올림픽 경기종목으로 채택해 줄 것을 신청할 것이라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이에 앞서 한국에서는 이미 한국기원을 중심으로 바둑을 체육으로 전환시키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었고 얼마간의 결실도 거두었다.

이른바 동양3국을 중심으로 하는 바둑의 세계화는 시작되었는데 정작 세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줄 서구바둑계의 움직임

은 아직 미약하다. 현재 일본기원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바둑월드' 4월호에 실린 여류기사 시게노 유키 2단의 ‘이탈리아 일기’를 통해 아직 멀기만 한 유럽바둑 보급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본다.

“유럽에서 바둑보급을 할 때 느끼는 첫 인상은 이곳 현지인들은 바둑에서 프로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과연 그들은 바둑을 전업으로 삼아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지 의아해 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도무지 바둑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을 믿으려하지 않고 반드시 다른 직업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이곳 이탈리아에서 보통 바둑지도를 한다고 하면 지도료는 당연히 무료이고 교통비도 강사가 부담해야 한다. 기껏 제공되는 것이 지도를 받는 사람의 집에서 숙식이 해결되는 정도이다.
그래도 이런 환경속에서나마 열과성을 다한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얼마 전부터는 여러 곳에 출장 요청이 쇄도해 들어와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얼마 전 어린이 바둑대회를 주최한다는 한 단체로부터 지도사범으로 참석해 줄 것을 요청받았다. 이번에는 교통비까지 제공된다는 말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담당자와 만났는데 그 담당자는 나를 충격에 휩싸이게 만드는 말을 했다. 자신들의 경제적 여건이 여유롭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교통비로 단 150달러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대회가 열리는 장소는 이곳 밀라노에서 거리가 무려 1000km가 되는 곳. 당연히 비행기로 이동하리라는 생각을 했는데….

교통비가 단 150달러라는 말을 듣고 나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본 담당자는 이번에는 어린이들이 꼭 사범님이 와주기를 기다린다며 나의 사명감에 호소해 갈등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주최 측에서 150달러를 교통비로 책정해 놓은 것은 비행기가 아닌 버스로 이동하는 경비를 말하는 것이었다. 또 육로를 통해 그곳까지 가려면 약 20시간의 대장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도 최적의 경로를 찾기 위해서 마치 퍼즐을 푸는 것처럼 가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회에 참석하기로 했고 이 말을 들은 남편은 주말에 열리는 이틀간의 바둑대회를 위해 2000km를 이동한다는 내가 제 정신이 아니라며 강력하게 만류했다.

그러나 나의 사명감은 결코 현실의 어려움과 타협을 하지 않았다.
나는 끝까지 내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남편과 나는 치열한 대립 끝에 결국 추가로 자비를 들여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으로 합의점에 도달했다.

나의 무모한 도전에 남편은 화를 참지 못했고 그것은 곧 부부싸움으로 이어졌으나 결국 버스로 이동하려던 계획이 갈등을 겪으며 비행기를 타게 되었으니 훌륭한 개선안이 등장한 셈이다.

여기서 나는 부부간의 갈등이 최선의 합의점에 도달한 것처럼 바둑계의 현실도 반드시 나아지리라는 믿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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