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바둑을 수렁에서 건져올린 루키 2인. 후야오위 7단(왼쪽)과
시에허 5단. |
요즘 중국 바둑팬들은 입이 귀에 걸렸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흥분과 기쁨, 영광과
환희의 도가니에 들끓고 있다.
지난 15일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유인우주선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려 중국인의 자긍심을 전 세계에
떨친 것을 발단으로, 15일과 16일 양일에 걸쳐 펼쳐진 제8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에서 ‘10소호’
기사인 시에허(謝赫) 5단과 후야오위(胡耀宇) 7단이 ‘세계 최강 콤비’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에게 승리를
거두면서 절정에 올랐다.
대회 전 설문조사에서 시에허-이창호전, 후야오위-이세돌전 예상 승률이 각각 30%와 40%인 것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두 기사 모두 승리할 확률은 12%에 불과할 정도로 희박했다. 그만큼 불가능할 것 같은 쾌거를 이뤘기에
기쁨은 배가 되었고, 팬들은 이를 계기로 80년대 말 구축했던 제2의 중국바둑 전성기가 도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각종 언론기사와 인터뷰를 중심으로 제8회 삼성화재배 8강전을 마친 중국의 분위기를 간략히 소개한다.
▶중국기원 왕루난(王汝南) 원장
전날 시에허 5단의 승리와 더불어 16일 후야오위 7단의 승리 소식을 항저우(杭州)에서 전해들은 중국기원 왕루난
원장은 “모두 여러분들의 성원 덕분입니다. 이번 승리는 중국 바둑계에 매우 중요하고 큰 의의가 될 것입니다.”라며
고무된 감정을 표현했다.
4강전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왕 원장은 “만약 지금 결승에 관해 얘기하면 부정탈 것 같습니다. 실력으로 뒤처지지
않은 박영훈 4단, 조치훈 9단과의 대결이고 더구나 3번기이기 때문에 의외성이 일어날 확률이 적은 만큼 중국기사들에게
열심히 준비하고 컨디션 조절을 잘 하라고 당부하겠습니다. 이후의 좋은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겠습니까.”라며
조심스럽게 소감을 밝혔다.
▶인터넷 바둑업체 기성도장(棋聖道場, Tom.com)
타이젬과 제휴를 맺고 대국실 서비스를 제공중인 Tom.com은 삼성화재배 관련 뉴스만 30개 이상을 제공하며
중국기사의 승리를 축하했다.
그리고 자사 대국실의 분위기를 전하며 마치 대명절을 맞은 것 같다고 표현했다. 세계 바둑계의 양웅 ‘이창호-이세돌’
콤비를 물리친 시에허(謝赫) 5단과 후야오위(胡耀宇) 7단의 쾌거로 대화창에서는 회원들 간의 축하 인사와 4강전
분석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한편 게시판에서는 ‘이창호를 상대로 반집승을 거두는 것은 그의 대마를 잡고 이기는 것보다 몇 배 어려운 일이다’,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대마 타개의 진수를 보여준 후야오위가 자랑스럽다’라는 등 축하와 찬사의 글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티탄저우빠오(體壇周報)
중국의 유명 스포츠신문인 티탄저우빠오(體壇周報)는 첫 세계대회 출전에 세계대회 4강에 진출한 시에허 5단의 쾌거를
축하하면서도 조금도 자만해서는 안된다는 충고성 글로 맺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이창호 9단이 세계대회 우승한 횟수는 중국, 일본 기사들이 우승한 횟수를 모두 합친 것과 맞먹을
정도로 독보적인 세계 1인자이지만 이런 세계 최강자도 첫 대면한 기사에게 약한 징크스가 있다’라며 아래의 근거를
제시했다. 아래는 이창호 9단이 그간 세계대회에서 만나 낭패를 본 상대이다. 대부분 첫 대면에서 진 경우가 많다.
1989년 후지쯔배 왕밍완(王銘琬) 7단
1990년 후지쯔배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 9단
1990년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 9단
1991년 후지쯔배 마샤오춘(馬曉春) 9단
1991년 한일 신예최강전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
1992년 후지쯔배 처저우(車澤武) 7단
1994년 후지쯔배 가토 마사오 9단
1994년 동양증권배 녜웨이핑 9단
1997년 후지쯔배 저우허양(周鶴洋) 7단
2000년 후지쯔배 石井邦生 9단
2000년 춘란배 콩지에(孔杰) 5단
2002년 중국갑급리그 후야오위(胡耀宇) 7단, 구리(古力) 7단
2003년 삼성화재배 시에허(謝赫) 5단
마지막으로 ‘예전부터 무수히 많은 기사가 이창호를 한 번 이겨봤지만 결코 세계 바둑계를 평정하지는 못했다’며
만 스물이 안된 시에허 5단에게 절대 방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할 것을 충고하며 글을 맺었다.
▶베이징 칭니엔빠오(北京靑年報)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베이징 칭니엔빠오(北京靑年報)는 큰 일을 해낸 두 기사의 스승에게 초점을 맞췄다.
첫 세계대회 참가에 쾌거를 이뤄낸 시에허 5단의 스승인 차오다위안(曹大元) 9단은 승리 소식을 전해듣고 북받쳐
오르는 감동으로 어찌할지 몰랐다고 한다. “시에허가 이기기만 한다면 중국리그에서 그의 공백으로 팀이 지더라도 값어치가
있다.”라며 짧게 소감을 대신했다.
한편 후야오위의 스승인 류샤오광(劉小光) 9단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후야오위가 이길 줄 알았다. 실력도
갖추고 농심배 5연승이라는 값진 세계대회 경험도 있고 게다가 전날 시에허가 이창호를 꺾어준 것이 그에게 큰 격려가
되었을 것.”라며 이길 수밖에 없는 원인을 분석하기도.
이 신문기사는 이미 40세가 넘어 머리털도 많이 빠진 류사오광 9단이 나는 듯이 껑충껑충 계단을 뛰어내려오는 모습을
묘사하며 글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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