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지에 한국 바둑을 보급하기 위해 힘 쓰는 한상대 교수. 한 교수는 "해외에 나가 보면 바둑보급에 우리나라가 얼마나 소홀히 해 왔는지 누구나 금방 느낄 수 있다. 늦은 감이 있으나 지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한다.
그는 올해도 어김없이 바둑 보급을 위해 유럽행을 택했다. 3월 25일부터 4월 10일까지 한국 대사배 바둑대회가 열리는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에 방문한 것(관련기사보기).
그는 3월 24일 한국에서 바둑의 열기가 식지 않는 독일을 향해 떠났다. 그와 함께 한해원 2단과 이하진 2단도 동행했다. 약 15일간 유럽 각지를 돌며 있었던 일들을 기록했다. 한국 대사배 바둑대회가 열리고 있는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소식을 한상대 교수에게 듣는다.
2006년 3월 31일
오늘 저녁까지 파리에 도착하려면 길이 멀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라인강 지역(Rhine Valley)을 차창으로 내다만 보며 지났다. 언덕 위에는 성주가 살던 성(城), 아래 강변에는 교회 광장을 중심으로 마을이 있다.
'독일에 와서 라인 벨리와 검은 숲 지대를 못 봤으면 독일을 봤다는 얘기를 말라'는 말대로 동화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우리는 파리행 기차를 갈아 타기 위해 쾰른(Koln)에 먼저 갔다. 기차에서 내려 우선 역 바로 옆에 있는 유명한 쾰른 성당(Dom)엘 갔다. 엄청나게 높다. 고등학교 때 고딕식 대표적 건물로 쾰른 성당을 외우던 생각이 난다. 안내 책자를 보니 총 길이 144m, 나비와 높이 각 61m로 되어 있다. 1248년 기공, 그 뒤 개축하여 최종 공사는 1880년에 끝났다. 전체적으로 수직 성이 강하다. 시저(Caesar) 군대가 2천 년 전에 게르만 족을 라인강 북쪽으로 몰아내고 그들을 통치하는 본부를 여기에 세웠다. 이탈리아 어로 식민지를 콜로니아 (Colonia)라고 하는데 그 말이 독일어로 쾰른이 됐다. 성당 바로 옆에 게르마니아-로마 박물관이 있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 박물관 밖으로만 한 바퀴 돌았다.
금요일 여행은 기차가 언제나 만원이다. 그런데 대사배 바둑대회는 각 국이 토, 일요일을 끼고 주말에만 열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금요일에 긴 여행을 하게 된다. 저녁 7시에 파리에 가려면 직행은 예약이 끝났고 지금은 기차편이 벨기에 부루셀을 거쳐 가는 표 밖에 없다. 그나마 역에서 10분 후 기차를 못 타면 두 시간 후에 것을 타야 한다고 해서 우리는 뛰기 시작했다. 쾰른 중심가를 돌아 보고 선물용 콧털 면도기를 사려는 우리 계획은 포기해야 했다. 브루셀 역에 도착한 우리는 파리로 가는 기차를 타려니까 1시간 후에 출발하는 초고속 열차 밖에 없고 1인당 60유로씩을 더 내라고 한다. 할 수 없이 9유로씩 만 내고 가는 보통 열차를 예약했다.
그리고 나서 내가 해원이와 하진이에게 빅토르 위고가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한 '그랑 플라츠(Grand Platz)'가 불과 여기서 세 블럭만 가면 있다" 라고 했더니 두 명이 나보고 가자고 한다. 거기를 보려면 예약한 열차 표를 포기하고 예약 안 한 고속 열차를 타는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이 택시보다 지하철이 빠르다고 해서 지하철을 타고 갔다. 그랑 플라츠는 중세 건축 양식이 다 모인 광장이다. 나는 2년 전에는 이곳 광장 전체를 꽃으로 벨기에식 카펫 모양으로 까는 축제 때도 왔었다. 해원이와 하진이가 그 동안 들은 바가 있다고 저 건물은 바로크식, 이 건물은 로코코식 같다고 하며 나를 웃긴다. 나는 여기에 네 번째 오는데도 볼 때 마다 정말 아름다운 광장이다.
 ▲ 역무원에게 영어를 못한다고 말하기 전 여유로운 모습. | 광장은 잠깐만 보고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 온 우리는 무조건 고속 열차를 집어 탔다. 파리 북역에 바둑회 임원들이 마중 나오기로 되어 있으니까 기차 내에서 벌어질 표 소동은 영어를 못 하는 척 해서 때워보자는 원래 작전이었다. "모험을 안하고 얻을 수 있는 게 있나?" 하며 여유 있는 척 했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열차가 지정석 제도라 우리는 식당으로 갔다. 빈 자리가 하나 보이길래 얼른 내가 앉았고 해원이와 하진이는 서서 가면서도 초조해 했다. 드디어 역원이 와서 표 검사를 하면서 우리에게 왜 예약을 안하고 탔느냐고 따진다. 작전대로 나와 해원이는 한국말로만 하고 하진이 혼자만 영어를 했다. 역원이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 하는데 결국은 60유로를 더 내라는 애기다. 역에서 요구한 금액의 3분의 1이다. 그래도 영어를 모르는 척 하려니까 웃음이 나온다. 이 두 명이 또 못 참고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 하니까 역원 표정이 좀 불쾌해 졌다.
끝까지 못 알아 듣는 척 했더니 드디어 역원이 우리의 유레일 파스를 낚아채 가고 말았다. 유레일 파스를 빼앗기고도 이 두 명은 계속 웃는다. 내가 "이제 그만 장난 하고 60유로를 주자" 하고 결정 한 후 조금 있다가 역원이 긴장한 표정으로 다시 오길래 해원이가 얼른 돈을 주고 해결 했다. 이 때 역원의 표정과 우리들의 행동이 지금 한국에 와서도 그 얘기만 나오면 웃는다. 하진이는 그 역원 이름 버나드라는 것까지 외웠다.
(한상대 교수의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한국 대사배 바둑대회 소식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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