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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이슈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

독일에서 1년간 보급 활동 끝낸 황인성 인터뷰

2006-07-11 오후 9:56:03 입력 / 2008-01-25 오후 4:38:10 수정

소리소문 없이 한국 바둑 발전에 힘쓰는 사람이 여기에 있다. 바로 황인성 아마6단.

지난해 8월 초. 1982년생 황인성 아마6단은 독일에 한국 바둑 보급을 위해 베를린행 비행기에 몸을 맡겼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라고 말하는 황6단은 한국바둑을 독일에 알리는 값진 일을 해냈고 많은 경험을 쌓았다.

군대 문제로 1년이란 긴 여정을 끝내고 7월 한국으로 돌아오는 황6단. 7월 1,2일에 '순장바둑대회'를 열어 독일에서 고마웠던 분들에게 보답을 하기로 결심, 성황리에 대회를 개최했고 끝냈다.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 바둑 보급에 힘 쓴 황6단과 인터뷰를 해봤다. (인터뷰는 이메일로 교환했음을 알려드립니다.)



▲ 처음 독일에 도착하고 독일바둑팬들 앞에서 인사를 하는 황인성 아마6단(가운데).

- 독일에 언제 갔나.

작년 8월 초에 오게되었다. 한상대 교수님을 통해 베를린 바둑협회 회장인 버나드 룽거씨가 바둑 사범으로 와줄 수 있는 젊은 강자가 있는지 물었고 한교수님께서 나를 추천하셨다.

- 독일에 가게 된 동기를 말한다면.
꼭 동기는 없다. 처음에는 바둑을 보급한다는 사명감보다 넒은 세계로 나가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바둑을 업으로 삼고자 어렸을 때부터 공부한 젊은 프로기사나 아마강자들이 다 그렇듯이 너무 좁은 곳에만 갇혀있는 것이 사실 아닌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

-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는지.
전혀 없으셨다. 보통 무언가를 하겠다고 말씀드리면 믿어주시고 밀어주시는 분들이다. 군대 다녀오면 할 일이 많아 기회가 없을 것 같으니 기회왔을 때 다녀오라는 말씀까지 덧붙이셨다.

- 서양은 바둑을 스포츠라고 여겨서 한국보다는 자유롭게 대국한다고 들었다. 독일 바둑 문화와 한국 바둑 문화의 다른 점을 말한다면.
한국에서 바둑은 승부다. 하지만 여기는 문화다. 우리나라의 어느 15급이 바둑대회에 참가하겠다고 1000km가 넘는 곳에 오는가, 또 주어진 제한시간을 다 써가면서 열심히 두는가? 이들에게는 자신이 몇급이고 승부에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어딘가에서 바둑을 두고있다라는 그 사실 자체가 중요한 사람들이다.

다른 나라로 시합을 가게되면 바둑두는 사람의 집에서 신세를 질 때가 많은데, 10급이던 5급이건 자신의 기보를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놓거나 거실의 한 구석에 자신이 바둑두는 사진, 바둑판, 부채,기보 등을 꾸며놓고 자신만의 바둑박물관을 만들어 놓는다. 유럽사람들은 자신 개인의 일생에 대해서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을 한다. 박물관을 만들 정도로 바둑을 자신의 삶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 Anna-frank 고등학교에서 다면기 중.

-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을 것 같다.
처음 독일에 도착하고 한 달정도는 복기하는데 Good, bad 외엔 말이 안나오더라, 3~4개월 정도 레슨 보다는 영어에 집중을 했다. 다행히 3~4개월 후 부터는 세미나를 열어도 지장 없을만큼 영어가 늘게 되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것 같다. ^^

- 얼마전 '순장바둑대회'를 열었다. 대회를 열게 된 계기는?
이 곳에 머물면서 정말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한국으로 돌아 올 날이 다가오자 뭔가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답하는 것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바둑대회를 열어주자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왕 바둑대회 여는 것이라면 조금은 특별하게 그리고 의미있게 만들고 싶어 '순장바둑대회'를 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회전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아 만족했다.

- 독일에서 주로 어떤 활동을 했는가. 자세히 알려달라.
우선 시합경력을 보면 총 14개 대회에 나가 10번을 우승하고 3번을 준우승 했다. 이 곳에는 유럽에서 열린 모든 대회의 성적을 종합해 랭킹을 정하는 사이트가 있는데 그곳에서 확인해보니 75승6패를 했더라. 내가 이정도니 다른 아마강자들이 오면 오죽하겠는가?ㅎㅎ

대회 외에 세미나를 목적으로 다른 도시를 방문한 적도 많다. 보통 독일의 도시를 많이 갔는데, 이렇게 공식적으로 세미나를 가면 독일바둑협회에서 보조금이 나오기에 독일의 도시들은 부담없이 강자를 초청하여 바둑을 배울 수 있다. 이제까지 총 12개국 20여개 도시를 다녀왔다.


▲ Warsawa 바둑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황인성 아마6단.
-1년동안생활하면서 생활이 어렵지는 않았는가. 의식주 등 해결해야 할 것이 많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해봤다. '누군가 유럽에 바둑사범으로 와서 계속 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는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벌 수 있지만, 만족할 만큼은 벌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워낙 시장이 좁기에 보급이 더 되지 않고서는 정착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하지만 나 같은 젊은 사람이라면 많은 경험을 하며 지내면서 충분히 쓰고 남겨 돌아갈만큼 벌 수 있다. 한국에 돌아가면 후배들이나 친구들에게 유럽행을 권할 생각이다. 젊을 때 돈이 문제인가, 경험은 돈 주고도 못 사는 값진 것이 라는 말의 뜻을 여기서 알게 되었다.

- 생활이 힘들어 한국에 돌아오고 싶은 적은 없었나.
처음와서 3~4개월 동안이었다. 갑자기 바뀐생활때문에도 힘들었고, 영어가 되지 않아 답답하기도 했다. '여기서 무얼 얻으려 왔는가' 하는 생각에 많이 힘들어 했었는데, 그냥 이렇게 힘든 모든 것이 경험이 아닐까 생각하고 편하게 넘기려 노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행을 하며 느낀 경험들보다 불꺼진 방에 혼자 앉아 이제까지 해온 일, 지금 해야 할 일 등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 더욱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는 이것저것 해야할 것도 많고 얽혀있는게 많아 그런 소중한 시간을 같지 못했는데, 많은 걸 배운 듯 하다.

- 독일에서 바둑 보급 활동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한국에 와서 계획하는 일이 있다면.
올 12월쯤 군대가야한다. ㅎㅎ 보통 바둑두는 사람들 군대를 늦게가는데, 난 너무 늦어버렸다. 후배들이 군대들어갈 때 '형이 밑으로 들어가면 잘해줘!' 라고 농담 을 하곤 했었는데, 그 후배들이 다 제대하고 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남들이 못하는 경험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서다. 제대한 후 라면 할 일이 참 많을 것 같다.

◀ 영국 대영박물관에 있는 바둑판.

우선 다시 유럽을 들려 유럽바둑이 성장한 속도를 볼 생각이다. 과연 예전보다 얼마나 성장했는가 앞으로 언제쯤이면 만족할 만큼 활성화가 되겠는가를 알아보고 생각을 하고싶다. 눈에 띄게 성장을 해 바로 발전성(vision)을 보게 된다면 유럽으로 다시 떠나겠지만, 유럽에 정착하며 지내진 않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느낀 많은 장점들을 한국바둑 활성화에 적용해 보고 싶다. 사실 이 곳에서 바둑활성화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템 몇 가지를 얻었다.

- 기억에 남는 일 혹은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일은 너무 많아서 생각하기도 벅차다. 베를린에서 만난 모든 바둑인들이 다 기억에 남는다. 누가 서양인들이 정이 없다고 했는가? 내가 느낀 사람들은 한국사람들보다 더한 정을 갖고있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베를린 바둑협회 회장인 버나드 룽거씨는 말 그대로 '이보다 더 할 수 없는' 도움을 주었다. 유럽에 새로 생긴 아버지라 생각할 정도다. 벌써부터 어떻게 보답할 지 생각하느라 바쁘다.


▲ 순장바둑대회 때 윤영선 5단과 함께.

- 이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아쉬운 점 및 한국 바둑에 바라는 점.
바둑학과에서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이나 학우들이 얘기했던 한국바둑의 문제점을 여기와서 느껴봤다. 예전에는 그저 대수롭지 않은 문제라 생각했었는데 정말 문제가 크더라. 우리는 바둑에 있어서 너무 승부에 집착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문화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젠 우리도 결과만큼 과정을 중요시 여겼으면 한다.

한국바둑인들이 바둑을 두고 떠난 자리에는 이젠 곧 잊혀질 승자와 패자 그리고 담배꽁초밖에 남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기보가 남고 사진이 남는다. 그것이 너무 부러웠다. 또 한국기원과 같은 비영리 단체에서 한국바둑을 홍보 했으면 좋겠다.

이번에 일본에서 기성전 도전1국을 베를린에서 치루었는데 너무 부럽더라. 순장바둑을 개최한 이유에 이런 바램도 포함돼 있었다. 유럽에서는 바둑을 일본식 발음인 GO(棋)라고 부른다. 절대 Baduk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순장바둑은 '순장바둑'이라는 명칭으로 알려졌다. 그 누구도 '순장고' 라고는 하지 않는다.

다니엘라 트링스

“Daniela, it’s unbelievable!”
인성이 시상식 때 나에게 말했다. 나는 일년 전부터 그에게 바둑을 배우는데, 그의 말은 확실이 맞았다. 내가 순장바둑대회에서 5판 중에 4판을 이길 줄이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었다.

전투에 약해서 보통 싸움을 피하는 게 내 바둑 스타일 (기풍)인데, 순장바둑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순장바둑에서는 바둑판 전체가 처음부터 불타 오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전투를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인성은 1년 전부터 베를린에서 우리에게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바둑의 전투를 가르쳐왔다. 그는 언제나“You should hit and bite!”라고 했지만 나는 그래도 애완견에서 사냥개로 변신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그래도 그는 우리들을 인내심있게 가르쳤고 멋진 비유들을 많이 사용했다. 그래서 우리는 바둑뿐만이 아니라 바둑을 재미있게 가르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

이번 주말에 열린 순장바둑 대회는 인성의 작별대회였다. 그는 몸소 대회를 계획하고, 상금을 기증하고, 세미나와 다면기를 주최하면서 대회 가치를 높였다. 휴가절이고 월드컵 열기가 뜨거웠는데도 바둑선수 40여명이 와서 순장바둑을 배웠다. 대회 전에 열린 순장바둑 세미나에서 인성은 순장바둑의 역사와 의미를 소개했으며, 오래된 순장 기보 한 판을 설명하면서 순장바둑 첫걸음과 순장바둑에서 빈번한 정석, 형태 등을 하나 소개했다. 그러나 나머지는 우리가 직접 체험해봐야 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나는 윤영선 5단을 다시 만나서 매우 기뻤다. 그녀는 금요일 저녁에 독일어와 영어를 귀엽게 섞어서 행마의 대한 강의를 했다. 그녀는 독일에 산지 몇 주 안되지만 벌써 아주 많은 단어를 알고 있다. '나도 한국어를 벌써 이정도 했으면!’(다니엘라 씨는 올 8월에 한국 명지대학교 바둑학과로 바둑유학을 오게 된다. 현재 한국어 공부에 한창이다).

행마 강의는 순장바둑과 궁합이 잘 맞아서, 선수들이 대회에서 활용할 수 있을 수법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특히 나는 윤영선 5단이 강의내용을 선수들이랑 몇 번이나 반복한 것이 참 좋았다. 대회 도중에는 인성과 윤영선 5단이 다면기 행사를 가졌다. 당연히 순장 다면기!

이 대회는 아주 재미있는 실험이었다. 인성은 지난 1년 동안 베를린 바둑 커뮤니티에 많은 선물을 해줬다. 나는 여기서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우리는 그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모두 슬프지만, 우리는 오래도록 그를 기억할 것이다.

- 독일에서 열린 '순장바둑대회' 사진보기
- 독일에서 열린 '순장바둑대회' 기사보기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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