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배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세돌(왼쪽)
4월 27일 제2회 BC카드배 결승5번기 중 제 3국에서 중국의 창하오 9단이 이세돌 9단에게 패하며 종합전적 0 대 3으로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승부를 결정짓는 실력도 뛰어나지만 행운도 많이 따랐다. 이세돌이 복귀하고 가진 첫 대결은 아마기사와의 대국이었다. 여러 대국을 거친 이세돌은 BC카드배에서 콩지에 9단, 박영훈 9단, 김기용 5단과 만났는데, 이들과의 대국은 모두 구사일생으로 간신히 승리를 쟁취했다.
잠시 적응기를 마친 이세돌은 창하오와의 BC카드배 결승 5번기를 앞두고 대략 예전 내공의 8할 정도를 회복했다. 여러 대국에서 끊임없이 승리하자 그의 기량 회복은 가속도를 더했고 심지어 창하오를 3대 0으로 완파하고 생애 11번째 세계대회 우승을 이룩한 것이다.
만약 초창기의 대국에서 필패의 절망에 빠져 역전되지 않아 이세돌의 승부사 기질을 더욱 단련시켰다면, 최근 그가 기록했던 승국은 더욱 더 초일류 공력을 회복한 대국들이 되었을 것이다. 서로 피 튀기는 전투가 벌어졌든, 실리를 다투는 대국이 되었든 모두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이세돌은 일찍이 싸인 거부, 대회 포기, 폐막식 불참 등 바둑계의 ‘불량소년’으로 낙인찍혔었다. 하지만 반 년 간의 휴직 사건이 지나고 분노로 인한 방황에서 탈피, 깨달음을 얻으며 지혜로운 심정으로 생활에 임하게 되었다.
이세돌은 “반 년 간의 휴직 기간 중, 바둑 연구는 물론이고 단 한 번도 기보를 놓아보지 않았고, 바둑돌조차 만지지 않았다. 심지어 바둑계 소식도 전혀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말이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천재의 구애받지 않는 수단, 스스로 깨닫는 방식, 자신을 뛰어넘는 능력은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이다. 예전에 우칭위엔 선생은 종교에 빠져 2년 여 동안 바둑을 포기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다시 바둑계로 돌아오기 전 잠깐 적응기를 가지며 예전의 컨디션을 회복, 천하가 이기지 못하는 천재로 돌아왔다.
반 년 간의 휴직 후 이세돌이 자신의 기량을 완전히 회복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 내면의 세계는 분명히 더 강대해졌다. 휴직이 그로 하여금 생활의 귀중함을 알게 해주었고, 승부의 정수에 더욱 근접하게 만들어주었다.
이세돌은 “막 휴직했을 때는 정말 괴로웠고 그토록 바둑을 멀리한 적이 없었다. 2, 3개월이 지났을 때 홀연히 대국에 대한 그리움이 생겨났다. 휴직 기간이 끝나고 나는 더욱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바둑과 인생을 대했다. 앞으로 더욱 분발해 예전에 모든 이들에게 주었던 상처와 유감들을 보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세돌은 본래 창하오의 난적이었다. 창하오를 상대로 이세돌이 11연승을 거둔 기록도 있다. 작금의 연승과 더불어 충실한 내면이 곁들여진 이세돌은 더욱 더 창하오의 천적이 되어 버렸다. 창하오는 전형적으로 두터움과 균형을 추구하는 기풍이다. 기리를 중시하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이는 예전 일본 바둑의 정수이다.
그러나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등 ‘한류’의 대표적인 기사들이 ‘속력(速力)’ 즉 속도와 힘의 조화라는 새로운 경지를 선보였다. 이러한 발전이 이세돌에 이르러 혼연일체로 집대성된 것이다. 한 판의 바둑에서 포석에 이르기도 전에 중반에 돌입, 살육의 현장으로 유도해 기백과 계산력을 바탕으로 폭풍 같은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이세돌이나 구리 같은 힘 바둑을 추구하는 기사들과 대결할 때 창하오가 어찌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겠는가.
위빈 9단이 전체적인 대국관이나 경계에 관한 판단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힘이라고 말한 것과 꼭 들어맞는다. 물론 창하오도 힘이 없는 것이 절대 아니다. 힘이 없었다면 다년간 바둑계의 일류 기사로 남아있을 수 없었다. 다만 투지 방면에서 선천적으로 좀 부족하다.
위빈은 “창하오는 20살 즈음부터 우리들과 같이 훈련했다. 당시 우리들은 기원에서 하루 8시간 정도 훈련했고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8, 90년 대 후반의 기사들은 도장에서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뼈를 깎는 훈련을 반복한다. 그들 간의 경쟁 또한 굉장히 치열하다. 그런 아이들의 실력은 모두 견실하고 대단하다. 이런 훈련을 겪지 않았던 창하오는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고, 바둑을 둘수록 피로해한다”고 말한다.
이는 창하오 역시 인정하는 부분이다. 현재처럼 눈물겹도록 혹독한 훈련을 통해 배양된 기사들은 계산 뿐만 아니라 계산 속도도 굉장히 빠르고 정확해 예전보다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세돌의 그와 같은 무지막지한 행마가 창하오에게 여러 번 통한 것이다.

▲창하오
창하오가 투지력이 부족한 것 이외에도 또 한 가지 패배 요인은 창하오가 이세돌보다 7살 위라는 것이다. 대회가 거듭될수록 창하오는 체력적으로 이미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만약 창하오 대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중간에 창하오 대신 구리나 콩지에, 아니면 더 어린 기사와 바꾸었다면 이세돌이 중반에 그토록 쉽게 우위를 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구리, 콩지에 등은 이세돌과 비슷한 훈련 방식을 경험하며 성장했기 때문이다.
만약 창하오가 이세돌에게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면 이는 오랜 세월 꾸준히 수련을 견디어낸 창하오에게 최고의 보답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바꿔 말하면 후배 이세돌의 비애가 아니겠는가. 후배는 결국 선배를 넘어서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