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운대 전경. |
영화계에 ‘해운대’ 바람이 불고 있다. 연일 관객이 몰리면서 830만을 넘어섰고 이 추세라면 천만과 한국영화 최대관객동원작품이 될 전망이다.
8월 15일 폭염주의보가 떨어지고 여름 막바지 피서인파가 해운대 해수욕장에 모여들고 있다. 현실과 상상을 통해 올 여름 부산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중이다.
그런가하면 부산 중앙동에는 우리 바둑계의 그리운 중견기사들이 총집합해 서울과 부산으로 팀을 나눠 따뜻한 수담을 나누는 중이다. 벌써 스무 해째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부경프로기사 초청교류전. 부산 바둑 인들의 뚝심과 의리를 은근하게 보여주는 대회다.
‘날 더운데 부산에 내려와서 바닷바람 좀 쐬고 가이소!’
대회의 취지가 그랬다. 지금은 올드보이로 통하지만 당시에는 도전5강을 비롯해 바둑계의 주역이었던 기사들이 부산에 초청됐었다. 바둑도 두고 술잔도 돌리고 바다로 나가 백사장을 걷기도 했었다. 그 만남이 너무 애틋해 이듬해 다시 약속을 하고 또 만나고 하다 보니 벌써 20년.

▲ 대회장. |
요즘 바둑계에서 중견들의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워낙 신예들의 실력이 막강해 본선 무대나 세계대회에서 40대 이상의 기사가 진출하는 일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이기는 바둑이 미덕은 아니지 않은가? 바둑 팬들의 연령 층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4~50대 팬들을 위해서 올드보이 기사들의 귀환은 반가운 일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타이젬은 매년 부경교류전에 중계 팀을 보내 현장 분위기를 스케치해오고 있다.
●…프로기사들의 보답
8월 14일 전야제 행사는 부산 바둑협회 이사들을 상대로 프로기사들이 지도대국을 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 동안 넉넉한 인심을 보여준 부산 바둑 인들에게 프로기사들이 성심을 다해 보답의 시간을 가진 것.

▲ 한 자리에 모여 연구를 하고 있는 기사들. |
○…훈훈한 복기
아아, 우리가 이런 장면을 본지가 얼마나 됐을까? 아마 화면상으로만 본다면 까마득한 90년대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
한때는 저 얼굴들이 우리 바둑계의 주역들이었는데!
그리운 얼굴들이 한 자리에 모여 포석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정수현 : 야, 이 대목에서 손을 빼더라고. 대단하지 않아?
백성호 : 그러면 어떻게 되지? 흑이 좀 답답하지 않은가?
김수장 : 음, 묘한 형태인데?
최근 실전에서 나온 신수를 놓고 선악을 따지는데 기풍에 따라 반반으로 갈린다. 그러자 서무상, 김영환 등 후배 그룹들이 참고 도를 몇 개 그려낸다.
영환도사가 독특한 감각으로 빠르게 수순을 펼치자 일부 선배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한다. 그러나 지지하지 않는 쪽 의견도 강하게 튀어 나온다.

▲ "이럴 때는 이렇게 하셔야…" |
그때 지도대국을 마친 서능욱 9단이 끼어들자 누군가 묻는다.
“서 사범은 이런 형태에서 흑을 쥐겠어? 백을 쥐겠어?”
그러자 서9단다운 명쾌한 대답이 돌아온다.
“흑을 쥐든 백을 쥐든 이기겠죠. 하하하”
그래서 모두 폭소를 터뜨린다.
결국 참가자 중 가장 막내지만 세계 챔피언인 최철한 9단을 불러 판정을 구한다. 이럴 때 최9단은 거침이 없다. 자신의 느낌을 주르륵 반상에 펼친다.
그러자 비로소 선악 양 쪽의 경계가 지워진다. 참으로 정겨운 그림이다.
●…변사또!
매년 전야제의 저녁식사는 자갈치 시장의 횟집에서 차려진다. 장소는 허름하지만 고래 고기와 싱싱한 생선회가 맛있기로 소문난 곳. 스무 해째 늘 똑 같은 폭탄주 개막 건배가 이어진다.
변사또!(변치 말고 사랑하자 친구야 그리고 또 만나자!)

▲ 회식자리. |
서울 팀의 주장 양상국 9단이 선창하자 홀이 떠나갈 듯 변사또! 함성이 터진다. 이튿날 대국을 위해 상대 팀 선수들에게 어떻게든 폭탄주 한 잔이라도 더 주입시키려는 작전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언젠가 초청된 신예기사들이 이런 상대 팀의 공작에 휘말려 대국 중에 몇 차례나 구토하러 화장실을 들락거렸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회식이 끝나고 취향에 따라 2차 그룹이 정해진다.
알콜 팀, 당구 팀, 훌라 팀, 산책 팀......
늘 그렇지만 참가자 모두 14일 전야제의 밤에는 일찍 잠들지 못한다. 그리운 벗들과 다정(多情)도 병인 양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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