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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타

'양천대일'의 숨은 비결을 찾아서

엄한 선생님 밑에서 열공(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

2009-04-29 오전 11:57:26 입력 / 2009-04-29 오전 11:56:52 수정

●…오목교역 5번 출구, 양천대일 도장을 찾다

한웅규 초단이 조훈현 9단과 비씨카드배 8강전을 치르던 날, 양천대일 도장을 찾았다. 제일먼저 김희용 원장이 마중을 나왔고, 건강 음료를 내밀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부인 이분옥 씨가 장바구니를 들고 들어왔다. 장바구니 안에는 기숙사에 있는 아이들에게 해줄 반찬거리가 가득했다.

최근 김승재, 한웅규, 안형준, 안성준 등의 이름이 자주 나오곤 한다. 제1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본선에 진출한 기사이면서 한국바둑리그 자율지명선수로 선발된 기사들이다. 또한 예선결승전에서 이들끼리 붙는 경우도 많았다. 위 기사들의 공통점은 모두 같은 도장 출신이라는 것. 이런 상황에서 이들을 키워낸 양천대일 도장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체력훈련(11km 구보)이 숨은 비결

김희용 원장은 매주 월, 수, 금요일을 운동하는 날로 정하고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아이들에게 11km구보를, 수요일에는 축구하는 시간을 준다. 젊은 시절 운동(씨름, 복싱)을 했던 김 원장은 지구력과 끈기가 바둑에도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대부분 도장은 프로기사가 운영한다. 하지만 김 원장은 바둑을 둘 줄 알지만 고수는 아니다. 실력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운동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고 있어 단점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 보통 원생들은 12시간동안 바둑을 공부하고 있다.

김희용 원장은 "기본적으로 승부를 하기 위해서는 강한 실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냉정함과 근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근성이 약하면 입단이 힘들다. 두 아이가 비슷한 실력을 갖고 있다면 근성이 차이를 벌려 놓는다."고 했다. 즉, 체력훈련을 통해 근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장 아이들의 공부 방법은 다른 도장과 다를 것이 없다. 기보를 놓아보거나 대국 후 복기하는 것이 전부다. 얼마 전 중국의 씨에허를 꺾고 LG배 본선에 오른 김승재는 "도장에서 체력훈련을 한 덕에 3시간짜리 대국도 가뿐하다."며 "시간이 오래 지나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다."고 말한바 있다.


●…"입단이 목표였다면 시작하지도 않았다."

김희용 원장이 한 말이다. 그는 "단지 입단이 목표인 학생이 있다면 아마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연구생시절보다 입단 이후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원장의 뜻을 헤아렸는지 입단한 원생들은 프로기사가 된 뒤에도 꾸준히 도장에 나와 하루 12시간 이상을 바둑에 매진한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얻는다고 했던가. 입단 후에도 바둑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김승재와 강유택은 지난해 각각 한국리그의 제일화재와 영남일보 팀에 소속되어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김승재의 경우 신예연승최강전 우승, 신인왕전 준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2년 연속 세계대회인 LG배 본선에 오르는 등 노력의 결실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입단한 안형준은 8국(4승 4패)밖에 두지 않았고 1년의 준비 끝에 올해는 13승 3패를 거두고 있다. 동생 안성준 역시 5승 3패를 거두며 KBS바둑왕전 본선에 올랐고, 한웅규는 비씨카드배에서 랭킹 2위 강동윤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8강까지 진출, 현재 13승 4패를 기록하고 있다.

김승재, 한웅규, 안형준, 안성준의 실력은 한국리그 사전지명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한 도장에서 무려 4명의 기사가 각 팀들의 부름을 받았은 것이다. 특히 한웅규, 안형준, 안성준은 아직 공식대국이 30국도 되지 않아 랭킹순위에도 없다. 준비된 자 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실 예로 보여주고 있다.


▲ 도장 사범으로 있으면서 입단 준비를 하고 있는 하성봉 아마7단.


●…지난해 입단자 10명 중 4명이 양천대일 출신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한 양천대일도장. 2002년 김은선이 입단에 성공하면서 개업 3년 만에 처음으로 프로기사를 배출해냈다. 첫 입단에 대한 기쁨도 잠시 양천대일도장은 무려 4년 동안 단 한 명의 입단자도 배출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김승재가 입단하면서 입단 물꼬가 트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인 김승재가 2006년 107회 입단대회에서 8승 3패의 성적으로 프로기사가 되어 4년 만에 입단 소식을 전했다. 지금은 프로가 되었지만 당시 입단대회에는 같은 도장 출신의 강유택, 안형준, 김정현 등도 참가했었다.

김승재의 입단 이후 2007년에는 강유택과 김윤영이 줄줄이 입단했고, 2008년에는 초대형 대박을 터뜨렸다. 연간 입단자 10명 중에서 4명이 양천대일 출신인 것이다. 제일 먼저 안형준이 스타트를 끊었고, 한웅규와 이호범이 그 뒤를 이었다. 게다가 안형준의 동생 안성준이 내신으로 입단, 국내 다섯 번째 '형제기사'가 되어 2008년의 대미를 장식했다.

10년 동안 8명의 입단자를 배출한 양천대일도장은 올해 연구생 신분으로 제1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본선에 올랐던 김정현이 입단에 성공하면서 입단자 수를 9명으로 늘렸다. 김희용 원장은 "입단이 전부가 아니다. 앞으로 이 아이들이 제2의 이창호, 이세돌이 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용 원장과의 1:1 대화

- 양천대일 도장이 엄하다고 알려졌는데.
꼭 그렇지만 않다. 나는 아이들에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 지어준다. 거창하게 나름대로의 교육 철학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 성격때문이다.

- 아이들은 얼마나 되는지, 또 어떻게 생활하는가.
아침 9시반부터 밤 9시반까지 도장에 나와 공부를 한다. 인원은 60명 내외고, 이 가운데 연구생이 30여 명이다. 대부분 아이들은 통학을 하는데 21명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아침과 점심은 부인이 직접 준비를 하고 저녁은 근처 식당에서 해결한다.

- 사모님이 일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렇다. 내가 하는 일은 힘든 것도 아니다.

- 입단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일단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냉정함과 근성이 필요하다. 근성이 약하면 입단하기 어렵다. 실력이 같을 때는 근성에서 큰 차이가 난다. 배짱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 있으면 거의 입단한다는 것이다.

- 입단자 중에서 누가 근성이 가장 좋은가.
(김)승재와 (안)형준, 성준, (이)호범이는 굉장히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한)웅규는 침착한 편이고 (강)유택이가 프로가 된 뒤에 근성과 배짱이 강해졌다. 입단 전에는 실력이 강했다.

▲ 김희용 원장.
- 입단을 위해서 바둑도 조기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그렇지 않다. 학년에 맞는 실력만 키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들면 연구생은 중학교 2학년 전에 들어가야하고, 고등학교 1학년 때는 1조까지 실력을 키워야 가능성이 있다. 유치원 때부터 바둑을 가르치기도 하는데 너무 일찍시작하면 큰 부담을 갖게 된다. 단수는 초등학교 입한 이후 가르쳐도 늦지 않다.

- 도장출신 기사들 중에서 어느 기사가 빨리 입단했는가.
(김)승재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단수를 배웠고, 중학교 2학년 때 입단했다. 바둑입문 이후 8년 만에 프로기사가 되었다. 연구생에 들어간지 2년 3개월 만에 입단했는데 아마도 최단기간 입단 기록인 것 같다.

- 현재 도장 사범은 얼마나 되는지.
박승문 사범이 6년 째 하고 있고, 옥득진 사범과 이용수 사범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하성봉 사범은 우리 도장에 온 지가 만 4년이 안된다. 지금은 입단대회 준비에 열중하고 있다.

- 주말마다 연구생리그나 입단대회에 따라 나선다는데.
내가 나서지 않으면 아이들의 성적이 안좋더라. 아이들은 일단 사범들을 편하게 생각한다. 상대 아이의 기풍을 알려준다거나 긴장감을 늦추지 않도록 조언자 역할만 해줄 뿐이다. 기력은 약해도 많이 따라다니다보면 잘 둔다는 아이들의 기풍 정도는 모두 파악할 수 있다.

- 현재 연구생 제도의 문제점을 꼬집는다면.
예전에는 최종본선에서 14명 풀리그를 통해 입단자를 선발했다. 그러다가 4명 중에서 2명이 입단하는 것으로 바뀌었는데 최소한 6명 리그전을 벌여야 제 실력을 판가름할 수 있다고 본다.
TYGEM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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