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호 9단(왼쪽)이 이세돌 9단과 복기를 하고 있다.

이창호 9단 "아직 올라야 할 계단이 많다."

11월 11일 오후 12시,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36기 명인전 본선리그 최종국(제45국)에서 이창호 9단이 이세돌 9단을 상대로 180수만에 백으로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본선대국이 모두 끝이 났으며 이세돌 9단이 1위, 이창호 9단·원성진 9단·강동윤 8단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이창호 9단은 이번 대국에서 패했더라면 5승 4패가되어 차기대회 시드도 받지 못하고 탈락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공격적인 바둑을 선보이며 이세돌 9단을 제압하는데 성공했고, 6승 3패를 기록해 탈락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동률재대국으로 결승 진출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동률재대국 대진은 이창호 9단과 원성진 9단이 먼저 대국을 펼치고 승자는 강동윤 8단과 결승진출 여부를 가리게 된다. 이창호 9단은 1승만 거두면 본선리그 서열에 따라 차기대회 시드를 확보할 수 있고, 강동윤 8단마저 물리친다면 이세돌 9단과 타이틀 쟁탈전을 벌이게 된다.

명인전 박영철 관전필자는 "이창호 9단의 상승세가 대단하다. 최근 이세돌 9단에게 잉씨배부터 3연승을 거두고 있어 결승까지 오른다면 흥미로운 대결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동률재대국에 대해서는 "원성진 9단과 강동윤 8단 모두 각각 GS칼텍스배와 천원전에서 활약 중이다. 게다가 강동윤 8단은 이9단을 꺾고 왕중왕전 우승을 차지하면서 천적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과연 이창호 9단이 만만치 않은 두 기사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창호 9단과 원성진 9단의 동률재대국은 오는 14일(금) 오후 12시, 한국기원 본선대국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대국 승자와 강동윤 8단과의 대결은 17일(월)에 열릴 예정. 결승 5번기는 12월 1일(월)부터 진행된다.

국내 최초로 우승상금 1억원 시대를 연 하이원배 명인전은 바둑TV에서 주최하고 하이원리조트와 한국일보에서 후원한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 초읽기 60초 3회가 주어진다.

대국이 끝난 뒤 진행된 이창호 9단과의 인터뷰를 옮겨본다.

- 중반 바꿔치기에서 승기를 잡은 것 같은데. 오늘 대국은 어땠는가. 바둑 보셨나요? (기자-그렇다) 흑이 상변에 패를 만들었는데 우변에 끊어지는 곳을 보완하지 않아서 피해를 많이 봤어요. 이 곳을 지킨 다음에 상변에 들어왔어야 했는데 우변에서 흑이 너무 좋지 않았죠. 중반에 제 돌 9점과 상변 흑돌을 바꿀 때는 유리한 상황이었어요. - 최근 기풍이 공격적인 면을 많이 보여주고 있는데.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에요. 예전보다 전투를 피하지 않아서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요즘 끝내기에서 실수가 많아서….(웃음) 위험은 반반이라고 생각해요. - 마지막 2연승으로 동률 재대국까지 왔다. 명인전은 개인적으로 남다를 것 같다. 아무래도 한동안 열리지 않았었고 마지막에 제가 우승했던 기전이어서 애착이 남다르죠. 국수전이나 명인전, 왕위전은 일단 바둑 팬들에게도 친숙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느낌이 좋은 기전이에요.

- 왕위전에서 13연패를 달성하고 있는데 올해 열리지 않아 아쉽지 않은지.
많이 아쉽죠. 요즘 바둑계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는데 후원사에서 다시 개최시켰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저 뿐만 아니라 기사들 모두 기전이 새로 생기는 것에 안반기는 사람은 없잖아요.

- 이번 동률재대국에서 원성진 9단과 첫 대국을 하게 됐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원성진 9단도 이겨야하고 강동윤 8단도 이겨야 하는데 아직 올라갈 계단이 많아서 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