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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대회

'바둑' 조령에 오르다

제1회 문경 조령컵 전국 아마바둑 3인 최강전 참관기

2010-03-08 오전 10:52:52 입력 / 2010-03-10 오전 9:46:54 수정



▲ 제1회 문경조령컵 전경.

S#1. 그것이 정녕 기쁜 소식이었구나
지난해 가을 문경새재 배 바둑대회에 800여 명의 바둑인들이 모였었다. 필자도 그때 참관해 지역 이름 문경(聞慶)을 풀어 ‘그것이 정녕 기쁜 소식이었구나’라고 감탄한 적 있다.

영남의 선비들이 과거 시험을 보러 한양을 향할 때 반드시 넘는 고개가 문경 새재(鳥嶺)였다. 합격해서 금의환향할 때도 이 고개를 넘으니 기쁜 소식을 알리는 고장이라 명명된 것이다. 새들도 쉬어 넘을 만큼 험난하다는 조령을 선비들이 택한 이유는 이름에 있다. 영주 쪽 죽령은 죽죽 떨어진다고 해서 기피했고 김천 쪽 추풍령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 지난해 열린 문경새재배 전국아마바둑대회 모습.

그랬던 문경이 오늘날 바둑계에 봄 가을로 기쁜 소식을 전하는 고장이 됐다. 2010년 3월 6일 제1회 문경 조령컵 전국 아마바둑 3인 최강전이 창설되면서 전국 최대 규모의 아마대회 문경새재배와 더불어 두터운 쌍립을 이룬 것. 인구 8만이 채 되지 않는 지방도시에서 큼직한 전국대회를 두 개나 개최한다는 사실이 놀랍고 반갑다.

문경에는 북한산 급 명산이 7개쯤 병풍처럼 둘러서있는데 농암의 황룡계곡 깊숙한 자락에 STX리조트가 자리하고 있다. 조선, 해운, 에너지, 건설 분야를 축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STX그룹이 문경시와 호흡을 맞춰 조령컵 바둑대회를 후원했다.

더욱 눈여겨 볼 대목은 주관방송사가 Sky바둑 TV라는 점. 바둑TV와 함께 바둑채널 양대 산맥으로 공존하면서도 그 동안 바둑TV 그늘에 가려진 듯한 느낌이었던 Sky 바둑이 올해 들어 부쩍 발 빠른 쾌속행마를 선보이고 있다.

연초에 이세돌 9단의 해설을 방영했고 이번에는 문경 조령컵 대회를 직접 기획하고 중계방송한 것이다.



▲ "우리 팀이 이겨야될텐데…," 같은 팀의 다음 한 수를 주목하고 있는 참가자.

S#2. 막강한 3인조
3월 6일 오전부터 문경의 쌍용계곡에 전국 각지의 선수들이 속속 도착했다. 문경은 백두대간의 중심에 위치한 산간지역이지만 지리상으로 국토의 단전에 해당되기에 어느 지역에서 출발해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조령컵 3인제 바둑대회의 특징은 시니어 1명 주니어 1명 여성 1명이 팀을 이룬다는 점과 덤 7호 반에 있다.
주니어와 시니어, 여성 3인 1조를 이루기 위해 며칠 전부터 아마바둑계는 분주했다고 한다.
여성 멤버를 채우기 힘들어 그 자리에 시니어를 대체해도 좋다는 발표가 나오자 총 25개 팀이 참가했다.

“지옥이구만!”
대회가 시작되기 전 참가자들은 대진표를 확인하며 혀를 내둘렀다.
내로라하는 전국의 강자들이 절묘하게 팀을 짜서 출전했기 때문이다.
그 어떤 팀이 우승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아니나 다를까 오전 1차전에 이변이 속출했다.

거의 모든 판이 2:1 승부로 연출됐고 우승후보로 지목됐던 최강전남 팀(조민수, 홍석의, 곽웅구)이 패점을 기록했다.

부산갈매기B팀과 제천의 청풍명월팀도 탈락이 결정된 후 설레설레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우리 팀이 떨어진 것은 불가사의한 일 아닙니까? 이렇게 3인 단체전을 해보니 정말 어느 팀이 우승할지 예측할 수가 없네요.”

청풍명월 팀의 임창순 사범이 농담을 건네자 부산갈매기의 이수명 사범이 맞장구를 친다.

“역시 여성 멤버를 잘 영입해야 되겠네요.” 이래서 여성의 주가가 올라간다. 3인제 대회가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점심 때 선수들은 식당과 로비에 모여 머리를 모으고 작전을 짰다.
"오더를 잘 짜야 돼.“
주장과 2장인 주니어 강자와 시니어 강자들의 기력은 어느 팀이나 대등하다.
누구를 만나도 방심할 수 없다. 승부는 주로 3장의 대결에서 갈린다.

오후의 2,3차전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됐다.
시합은 지옥이라 했지만 모처럼 반가운 기우들과 수담을 겨루는 참가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25개팀이 3차전을 벌여 16위까지 선발한 다음 이후는 토너먼트로 스카이바둑 스튜디오로 나가게 된다.

해가 저물고 밤 8시 반을 넘어 가까스로 토너먼트 진출 팀이 결정됐다.

순위
팀
순위
팀
1
한양가자 (송홍석, 심우섭, 김여원)
8
광유회 ( 김성진, 선계성, 오배령)
2
찰떡궁합 (배덕한, 박문흥, 김희수)
9
최강팀 ( 박영운, 공한성, 장시영)
3
소풍 ( 정찬호, 김경래, 최호철)
10
부산갈매기A (한창한, 황용규, 최호수)
4
미추홀 ( 이호승, 김종성, 서부길)
11
유수부쟁선 ( 김준상, 문미열,이재일)
5
온누리에 (온승훈, 김동섭, 손봉민)
12
배수의 진(박지흠, 김진환,박강수)
6
우승추억만들기
(우동하, 김정우, 김태현)
13
나무 (조인선, 김종민,박지영)
7
진석 (진승재, 안재성, 박성균)
14
구봉산 ( 김종해, 박영진,이학용)

이상 14개 팀이 2승1패를 거둬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이후 2개 팀이 주장재대결을 통해 합류해 3월 24일부터 스카이TV에 출연하게 된다.

덤을 7호 반으로 정한 대회 룰에도 참가자들은 둘만하다고 했다.
“현대바둑의 추세가 초반 포석의 집중적인 연구로 흑이 조금 유리하다고 합니다. 특히 중국기사들이 흑을 선호하지요. 선착의 효를 1호 늘렸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스카이바둑 조남철 본부장의 설명이다.



▲ 하호정 초청기사와 지도국을 두고 있는 신현국 문경시장(오른쪽).

S#3. 문경이 바둑을 밀겠습니다.
“바둑으로 시장을 뽑는다면 고민할 일 없겠지요 하하하”
신현국 문경시장은 전국 지자체단체장 중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바둑고수다.
조령컵 초청기사 하호정 사범과 4점 국을 두어 1집을 남겼다.

바둑을 좋아하려니와 바둑대회의 순기능에 관해 분명한 철학을 지니고 있다.
“문경에서 바둑대회를 포함해 한해 30여개 스포츠 전국대회를 치릅니다. 간단하게 한 대회 당 1억 정도 예산을 투자해도 손해가 아닙니다. 대회참가자들이 문경에 소비하고 가는 숙식비용이 예산을 상회하는 걸로 집계됐습니다. 거기에 홍보효과를 감안하면 실리와 명분을 충분히 잡을 수 있지요.”



▲ 신현국 시장(왼쪽)과 대화 중인 김종서 작가.

그래서 봄 가을로 조령컵과 문경새재배를 주최해도 거뜬하다고 밝혔다.
“시장님, 여성바둑연맹도 문경으로 불러주세요.”
대회를 축하하기 위해 문경으로 달려온 승순선 여성바둑연맹회장이 간담회 자리에서 건의를 하자 신현국 시장은 망설이지 않았다.

“언제든지 찾아주십시오. 대환영입니다.”
이래서 올해 여성바둑인들의 수련회 장소로 또 문경이 잡힐 듯싶다.
그러다보면 정이 들어 여성바둑대회까지 열리지 않을까?
조건 없이 바둑을 밀겠다는 문경시의 의지가 살갑다.
정과 의리에 한없이 약한 바둑인들 또한 조건 없이 문경을 사랑하지 않을까?
산 너머 남촌 문경에서 훈훈한 봄내음이 올라온다.




TYGEM / 김종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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