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5도 티브로드가 바둑리그 역전 드라마의 주연을 꿰찼다. 7월 5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펼쳐진 4라운드의 최종일, 티브로드는 신안 태평천일염에 2:1로 뒤지다가 막판 괴력을 발휘하며 승부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7월 4일 목진석과 박정상이 한 판씩 주고받은 결과는 신안 태평천일염의 만족. 에이스 강동윤이 후지쯔배 결승에 진출하며 낭보를 전했지만, 팀으로서 자칫 티브로드의 두 에이스에게 2승을 헌납한다면 가시밭길은 필연. 그러나 신안 팀에서 연일 반집승을 거두며 짠물 바둑으로 거듭난 박정상이 상대 팀 조한승을 잡아내며 에이스 부재의 공백을 메웠다.

제3국은 양 팀 기대주인 티브로드 김현섭과 신안 태평천일염 이태현의 대결. 원성진을 잡아내며 성가를 올렸던 이태현이 김현섭을 제압한 순간, 신안 태평천일염 팀은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 했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제 시작이었다.

▲ 바둑에 심취한 김현섭, 바둑판 좀 보여주세요…

3국과 함께 시작한 4국은 장고바둑의 대명사 안조영과 신예 안형준의 대결. 안형준은 당당하게 싸움을 펼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패기를 보여줬다. 급기야 초대형 바꿔치기가 일어났음에도 형세는 미세한 반집 승부. 결국 관록의 안조영이 반집을 남기는데 성공하며 2:2로 스코어를 맞춘 가운데 승부를 최종국으로 넘겼다.

▲ 장고 바둑에서… 반집 승부란 말이야…

최종국은 티브로드의 맏형 최명훈과 신안 태평천일염의 이원도의 대결. 과거 최명훈은 돌하르방이라는 별명처럼 승부를 서두르지 않고 끝내기에서 승부를 결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한국바둑리그에서 최명훈은 파이터 최배달로 변신한다. 이 날 역시 대국 초반부터 이원도에게 적극적인 몸싸움을 획책했다. 이원도 역시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열혈청년. 두 기사의 싸움은 상변과 우변의 바꿔치기에서 시작해 2시간 동안 서로 양보가 없었다.

긴 싸움이 끝나고 포연이 걷히는 가운데 전황은 흑을 쥔 이원도의 우세. 그러나 이원도가 우세를 의식한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연신 주춤주춤 물러서던 와중, 좌변에서 단수의 방향 착오로 다시 2집 손해. 대국 결과 백이 1집 반을 남겼음을 상기한다면, 좌변에서의 실수가 결정적인 패착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파이터 최명훈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전공인 끝내기에서 역전승을 낚아내는데 성공하며, 3라운드에 이어 또 다시 팀에 승리를 안기는 일등공신이 되었다.

▲ 최배달에게 호되게 당한 원더보이의 망연자실한 표정

이로써 이북5도 티브로드는 도토리 키재기의 중하위권 싸움에서 유일하게 2승 고지(?)를 밟으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신안 태평천일염으로써는 2라운드 2승 후 3연패에 이어 또 다시 아쉬운 패배.

점차 순위권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KB국민은행 2009한국바둑리그]는 4라운드를 마무리하고, 7월 9일 서울 하이트진로와 인천 바투의 경기로 5라운드의 막을 올린다.

▲ 영화 친구 <상고이 행님>의 명대사. “우리는 비록 음지에 츠해 있어도… 양지를 보다 밝고 환하게… 안 그르나??”

■ 승자 한마디 & 톡톡 한마디
“바둑판 위에 전자감응장치를 만들어서 경보음이 울리게 하는 방법을 강구해야겠네요"
- 유창혁 해설자, 김현섭의 머리에 가려 착수한 돌이 보이지 않자

"내가 진짜 늙는다 늙어…, 아주 피를 바싹바싹 말리는구만…”
- 최명훈의 승자 인터뷰를 지켜보던 서봉수 감독, 환하게 웃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