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라운드에서 늦깎이 1승을 올린 티브로드는 운이 없었다. 하필이면 상대가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신안천일염이었던 것. 게다가 오더를 받아든 티브로드의 실망감은 컸다. 둘째 날 대국이 상대전적으로 모조리 열세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첫날 대국에서 최소 1승 이상을 해야만 내일을 바라 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 1국 이호범(왼쪽)과 최명훈의 대국 장면.
1국 이호범(신안천일염) : 최명훈(티브로드)
한국기원 연구생 수석사범인 티브로드 최명훈은 전성시절 이창호 뺨 치는 계산 바둑의 대가였다. 바둑리그에서 두 번째 대국이어서인지 몹시 1승에 목말랐다.
그가 바라는 대로 바둑이 흑이 두텁게 진행되었다. 마침 신안천일염의 이호범은 지나치게 초반부터 실리를 탐하는 듯 보였다. 따라서 곧장 우변을 거대하게 키워서는 흑을 든 최명훈이 앞서가게 되었다.
우변에 침입해온 백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중앙 두터움을 얻은 최명훈은 거의 완승분위기를 이끌 만큼 앞서있었다. 그러나 역시 젊은 기재들은 후반이 강했다.
후반 들어 이호범의 상변 흑 진에 치중하면서 상대를 흔들기 시작했고, 이에 당황한 최명훈은 급기야 조금씩 추격을 허용했다. 결국 좌상귀에서 흑대마가 패가 걸리며, 중앙 흑이 부지불식간에 뜯기면서 이호범의 역전승으로 귀결되었다. (239수끝, 백5집반승)
▲1국 초·중반전은 티브로드 최명훈이 앞서나갔다.
▲ 1국의 검토장면. 이호범 승.
2국 안국현(신안천일염) : 홍민표(티브로드)
1국을 역전패하면서 기가 꺾인 티브로드의 입장에서는 2국 홍민표의 어깨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둘째 날 3국에는 상대팀 에이스 이세돌의 출전을 내정해놓았다.
홍민표의 어깨가 무거웠을까. 초반포석 단계부터 초전박살형으로 몰아붙인 안국현은 우변에서 승기를 크게 잡으면서 낙승을 거두게 된다.
대국 초반 흑을 든 안국현은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정석과정에서 안국현이 낯선 수를 들고 나와 난전이 일어났다. 이 결과 우하귀에서 실리를 조금 허용했지만 그 보다 몇 배 더 두터움을 얻은 흑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결국 흑의 세력권에 떠 있던 백 대마가 우중앙에서 두 집을 간신히 내고 살아가자 중앙과 하변에 대 세력을 차지하여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중반 들어서도 안국현은 좌상귀에 붙여가면서 난전을 유도한 다음 시종 두텁게 마무리하며 완승을 거두었다. (234수끝, 흑4집반승) 이로써 신안천일염 안국현은 개인전적 4승2패를 기록했다.
제 몫 이상을 하는 앙팡테리블, 이호범 안국현의 수훈으로 신안천일염은 2-0으로 앞서 나갔다. 이변이 없는 한 내일 대국에서도 압승이 예상된다.
▲ 2국 신안천일염 안국현의 착점.
▲ 2국의 중반전 상황. 두 대국자의 표정에서 이미 유불리를 느끼게 한다.
▲ ‘누가 이겼을까요?’ 신안천일염 안국현 승.
Joke & Talk
“과거에는 8.9초에 두었는데 요즘은 9.8초에 둔다.” 바둑TV 해설자 김영환: 요즘 신예들은 마지막 초읽기에서도 시간을 끝까지 활용한다면서.
“한때 후반은 이창호와 쌍벽이었지.” 티브로드 서봉수 감독: 1국에 나선 최명훈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자, 후반도 기대가 된다며.
“ 생김새를 보면서 기풍을 살핀다는 것은 무의미해요.” 바둑TV 진행자 김효정 : 안국현이 너무 착하게(?) 돌을 갖다 놓자, 사실은 엄청 사나운 기풍이라며.
“아주 비굴하게 두는구먼.” 한국기원 관계자 : 안국현이 형세가 유리해지면서 완급조절을 잘 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며.